감독들의 ‘이상한’ 자진사퇴

문화·라이프 / 박진호 / 2014-04-24 15:10:05

LG트윈스 김기태 감독, “성적 부진” … 시즌 100경기도 더 남아...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 “쉬고 싶다” … 다음 시즌 의욕 밝혔는데...


[토요경제=박진호 기자] 며칠사이 프로 스포츠팀을 이끄는 지도자들이 줄줄이 낙마했다. 여자농구 신한은행의 임달식 감독이 사임한데 이어 프로축구 성남FC의 박종환 감독도 물러났고, 지난 23일에는 프로야구 LG트윈스의 김기태 감독이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종환 감독과 김기태 감독은 시즌 도중의 전격 사임이다. 그나마 박종환 감독은 폭행 사태 연루라는 ‘사건’이 있었지만 김기태 감독과 임달식 감독의 하차는 개운하지가 못하다.


11년만의 한 풀어주고 18경기 만에 하차
2012 시즌부터 팀을 이끈 김기태 감독은 지난 시즌 74승 54패로 페넌트레이스를 2위로 마감하며 2002년 준우승 이후 10년 동안 가을야구 문턱을 넘지 못했던 LG를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비록 플레이오프에서 서울 라이벌 두산에게 무릎을 꿇었지만, LG의 딜레마였던 ‘자라지 않는 유망주’의 문제 해결과 ‘마운드의 안정’을 이루어내고, 11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숙원을 풀어내며 팬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23일 김 감독은 돌연 사퇴를 결정했다. 이유는 성적 부진이었다. LG는 전날까지 17경기에서 4승 1무 12패로 최하위로 내려앉아 있었고, 특히 마지막 10경기에서는 1승 9패의 부진에 빠져있었다. LG는 삼성과의 대구 원정을 앞두고 선수들이 삭발투혼을 발휘하기도 했지만 연패를 끊지 못했다. 결국 김 감독은 23일 경기에 불참했고, 백순기 단장 등과의 면담 후 사임을 발표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성적부진이지만 석연치가 않다. 23일 경기에서도 LG가 패해 18경기 4승 1무 13패의 성적으로 물러나게 된 김기태 감독은 1982년 삼미 박현식 감독과 해태 김동엽감독(이상 13경기), 1983년 MBC 백인천 감독(16경기)에 이어 4번째로 빠른 시기에 물러나게 됐다. 그러나 82년과 83년이 각각 80경기와 100경기였음을 감안하면 시즌의 14%밖에 치르지 못한 김기태 감독이 사실상 가장 적은 경기를 치르고 물러난 셈이다.
성적이 최하위인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100경기 이상이 남은 시점에서 성적 부진이 물러나는 이유가 된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LG는 지난해에도 4월에 그다지 인상적인 성적을 보이지 못했다. LG의 급반등은 5월 이후였다. 따라서 김 감독의 사퇴 결정은 성적 이외에 다른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때문에 김 감독이 물러나는 것에 대해 LG는 물론 다른 팀의 팬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실 김 감독은 부임 당시 일부 팬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으며 감독 자리에 올랐다. 당시 LG 구단은 성적 부진을 이유로 박종훈 감독을 경질하며, 김기태 수석코치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감독의 경질 원인이 성적이었는데 차기 감독으로 팀 성적과 전력에 감독 못지않게 큰 영향력을 미치는 수석코치가 선임된다는 넌센스에 일부 팬들은 격렬히 항의하며 시위까지 벌였다.
하지만 논란 속에 감독 자리에 올랐던 김 감독은 부임 2년 만에 성적으로 우려를 상쇄했다. 그러나 새 시즌을 맞이하고 한 달도 되지 않아 또 다른 논란을 남긴 채 사퇴를 선택했다.
현역 최다승 명장의 돌연 사임
한편, 여자농구 신한은행 에스버드의 임달식 감독은 지난 17일, 구단과 합의하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발표됐다.
신한은행 측은 임 감독이 “지도자로서 모든 것을 이루었으며,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다시 한 번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전했다며 사퇴의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농구계 인사들은 거의 없다.
지난 2007년 신한은행의 감독으로 부임한 임달식 감독은 7시즌 동안 신한은행을 맡으며 5번의 통합우승을 이끌었고 정규리그에서 통산 199승을 기록했다. 선수 구성에서 상대를 압도한다는 평가를 받던 시절의 4연패는 물론, 전주원-진미정의 은퇴와 정선민의 이적으로 공백이 생긴 2011-12 시즌에도 통합 우승을 이끌며 성적과 리빌딩을 동시에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 시즌에도 비록 우리은행에게 통합우승을 내줬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멋진 승부를 펼쳤고, 어린 선수들의 성장 속에 “다음 시즌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런데 신한은행은 돌연 임 감독이 스스로 사임의 뜻을 밝혔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일부에서는 임 감독의 사퇴에 외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보이기도 한다. 농구인들은 “임 감독이 강성이기는 했지만 어쨌든 WKBL에서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낸 지도자인데 이런 식으로 물러나는 것은 정말 아닌 것 같다”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지난 1982년, 프로야구와 민속씨름이 태동하면서 프로스포츠가 도입된 이래로 우리나라에 프로스포츠가 정착한지도 벌써 30년이 넘었다. 하지만 여전히 대회 운영의 기본을 마련해야 하는 부분의 행정적인 미숙과 당연히 지켜야 하는 ‘상식’이라는 부분의 문제는 아직도 진정한 프로화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 스포츠의 한계를 절감하게 하고 있다.
사진 : WKBL,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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