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주인 동의 없이 ‘방 한 칸’만 임차했는데

산업 / 유상석 / 2012-12-06 16:10:54
유상석 기자가 들려주는 부동산 상식 (20)

Q. 군대에서 갓 전역한 예비 복학생입니다. 제가 군복무를 하던 도중, 온 가족이 지방으로 이사한 탓에, 혼자 서울에 남아 학업을 마치게 됐습니다.


혼자 머물 수 있는 곳을 물색해봤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고시원은 좁고 답답했고, 하숙은 씨가 말랐으며, 원룸이나 오피스텔은 경제적인 부담이 많이 들더군요. 기숙사도 알아봤지만, 새로 생긴 ‘민자 기숙사’ 입사 비용이 원룸 및 오피스텔과 비슷해서 포기했습니다.


그러던 중 ‘잠만 잘 분’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봤습니다. 학교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젊은 부부가, 학생을 상대로 방 한 칸만 임대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원룸이나 오피스텔, 기숙사보다 저렴하고, 고시원보다는 훨씬 넓은 방이었기에, 마음에 들었던 저는 당장 그 방에 임대차계약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부부가 모두 외출하고, 저 혼자 방에 누워 있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현관문을 두드렸습니다. 그 할아버지가 “신혼부부만 산다더니, 웬 학생이냐”고 질문하셔서 “누구신데 그렇게 물으시느냐”고 되물었더니 집 주인이라고 하네요. 전 지금까지 그 부부가 집주인인 줄 알았는데…


이 할아버지는 “난 집을 깨끗하게 쓸 신혼부부에게만 임차하지, 남자 대학생에게는 결코 임차할 생각이 없다”고 윽박지르셨습니다. 남학생들은 허구헌 날 친구들 데려와서 술타령하기 때문에 집이 망가진다나요…


집 주인 동의 없이 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맺었으니, 이 계약은 불법인가요? 저는 이 집에서 쫓겨나야 할 운명인 걸까요? (고현필(24)ㆍ대학 휴학생)


A. 임대차계약에 있어서 집을 세놓는 사람, 즉 집주인은 ‘임대인’, 세입자는 ‘임차인’이란 용어를 씁니다. 그런데 이 임차인이 다시 그 집을 다른 사람에게 세놓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 경우, 다시 세놓는 사람은 ‘전대인’, 다시 세 들어 사는 사람은 ‘전차인’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여기서 ‘임차인’과 ‘전대인’은 동일인물입니다.


전대인과 전차인 사이의 계약을 ‘전대차계약’이라고 하는데요, 전대차계약을 할 때에는 집주인인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민법 629조 ①항)


만약 동의를 받지 않았더라도, 그 계약 자체가 불법은 아닙니다. 즉 임차인과 전차인 사이의 계약은 유효하지요. 다만, 전차인이 임대인에게는 그 권리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이 예상되는데, 이 경우 임대인의 마음입니다. 모르는 척 넘어갈 수도, 문제 삼아 나가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나가야 할 경우, 전차인은 임차인(=전대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지만, 임대인에게는 이를 청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조항에도 두 가지 예외가 있습니다. 하나는 세입자가 전세등기를 한 경우입니다. 등기된 전세권자의 경우, 주인의 동의 없이도 재임대할 수 있습니다(민법 306조). 다른 하나는 임차건물의 일부에 해당하는 부분만 전대차한 경우입니다. 이 경우 역시 임대인의 동의를 요하지 않습니다(민법 632조). 고현필 님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되겠지요.


다만, 두 가지 예외의 경우에도, ‘타인에게 다시 임대할 수 없다’는 특약이 있다면 이에 따라야할 것입니다. 하지만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계약 내용을 전차인이 알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 문제겠지요.
이래서 임대차 계약 전 등기부 열람을 통해 실제 소유관계를 확인하는 절차가 중요한 것입니다. 간단한 확인 작업을 빠뜨려, 주거 생활에 불안을 야기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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