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는 ‘조작’을 가르치나?

산업 / 전성운 / 2012-12-06 15:44:12
강수경 서울대 교수 ‘논문조작’ 파문

줄기세포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벌여온 강수경 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국제학술지에 게재한 17편의 논문이 모두 의도적으로 조작됐다는 결론이 나와 ‘제2의 황우석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비슷한 의혹이 제기된 강경선 교수에 대한 결론마저 조작으로 나온다면 국제 과학계에서 한국의 위상하락은 물론 사회적으로 미칠 파장 역시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지난 2005년 '황우석 사태'를 계기로 만들어진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지난 5일 “강수경 교수가 국제학술지 등에 게재한 논문 17편이 모두 위조 또는 변조를 포함해 고의적인 연구결과의 조작이 있었다”며 “강 교수가 연구 결과 조작을 주도했음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위원회는 제보를 통해 의혹이 제기됐던 14편 이외의 강 교수 논문 6편을 더 검토해 3편의 논문에서 조작이 더 있었음을 추가로 밝혀냈다고 전했다. 이번에 조작이 확인된 논문 17편은 강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해 ‘브레인’과 ‘에이징셀’ 등 학술지 10여 곳에 발표한 논문들이다.


이 논문들에서 강 교수는 동일한 데이터를 서로 다른 부분에 쓰거나 실험결과 사진의 밝기를 조정해 같은 사진을 서로 다른 사진인 것처럼 사용하는 등 다양한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위원회는 “처음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가 공개한 파워포인트 슬라이드 70장 중 22장에 대해서는 강 교수 본인도 시인할 만큼 확실한 조작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 교수는 조사 과정에서 논문 조작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거나 “연구 원본 결과가 사라져 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소명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으며 조사위원회 활동을 의도적으로 방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논문 조작 의혹과 관련된 대학원생 등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불리한 진술을 막으려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는 강 교수의 징계위원회 회부를 학교 측에 건의할 예정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심각한 수준의 부정행위가 있었던 만큼 감봉이나 정직, 해임 등의 중징계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사진 중복 사용에 ‘입막음’까지
수많은 사회적 논란을 불러온 황우석 사태 후 잠잠하던 서울대 수의대와 줄기세포 학회에 또 다른 조작 의혹이 불거진 것은 지난 5월11일 국제학술지인 산화방지&산화환원신호(ARS) 편집장이 익명의 제보자에게 전자우편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제보자는 그간 강수경 교수의 논문을 실었던 10개 국제학술지에 파일을 보내 강 교수의 논문에 실린 사진이 중복 혹은 편집됐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제보자는 70장 분량의 파워포인트 파일을 통해 강 교수의 14개 논문에 실렸던 실험 사진을 비교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제보를 받은 ARS 편집장은 강 교수에게 24시간 이내에 의혹을 해명하거나 그렇지 못하면 논문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고 강 교수는 ARS에 게재한 논문 2편과 투고 중이던 논문 2편을 회수했다. ARS측은 한국연구재단과 서울대 등에도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


강 교수는 의혹이 불거지자 “데이터가 잘못됐다”고 인정하면서도 의도적인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실험결과가 나타난 데이터를 논문에 게재하는 과정에서 다른 데이터가 함께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강 교수는 2년 전에도 논문 사진조작으로 징계위원회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2010년 국제학술지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캔서’에 제출한 논문 사진이 조작돼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논란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강수경 교수뿐만 아니라 국내 줄기세포 분야 최고 권위자인 강경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의 논문도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파장은 일파만파 커졌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 게시판에는 강경선 교수가 지난 4월 10일 국제학술지 항산화 및 산화환원신호전달(ARS) 온라인판에 게재한 논문에 실린 사진이 중복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게시글을 올린 제보자는 “논문의 자료사진 중 5J와 5H 사진이 일부 중복됐다”고 주장했다. 또 이미 한 실험에서 사용한 대조군의 사진을 180도로 돌려 다시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관련 전문가 내부 5인, 외부 2인으로 구성된 본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강수경 교수와 강경선 교수의 논문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고 결국 지난 5일 강수경 교수에 대해 ‘고의적 조작’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위원회는 강 교수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토록 건의했다.


현재 강경선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은 본조사위원회의 조사가 끝나 보고서가 제출된 상태다.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마지막 검토 작업을 끝낸 후 결론을 낼 예정이다.


한편, 2005년 ‘세계 최초 배아 줄기세포 복제 성공’이란 화려한 타이틀을 달고 활동하던 황우석 교수는 인터넷에서 맞춤형 줄기세포 추출 연구논문이 조작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서울대는 논문을 재검증하기로 하고 조사에 착수, 황우석 교수팀이 복제에 성공한 줄기세포는 없다는 결론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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