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통사 과열경쟁에 ‘보조금 금지’ 강수

산업 / 전성운 / 2012-11-29 15:16:11
“시장냉각, 실 구매가 상승 불러올 것” 비판

정부가 이통사들의 과열경쟁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보조금 경쟁을 차단하면서 요 몇 달은 스마트폰 마니아들에게는 가혹한 시기다. 해외 최신 제품이 출시 안 되는 것은 물론, 국내 제조사들의 핵심 제품들도 엄청난 고가에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시장구조를 왜곡하는 무분별한 보조금 경쟁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과도한 규제가 오히려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동통신업계는 지난 여름과 가을에 걸쳐 ‘갤럭시S3 17만원’으로 대표되는 몇 차례의 마케팅 전쟁을 펼친 후 정부 당국의 경고 조치에 따라 이른 겨울을 맞이했다. 3개월이면 새로운 스마트폰을 찾아 떠나곤 했던 스마트폰 마니아들은 지금을 ‘뽐빙기(뽐뿌가 얼어붙은 시기)’라며 한탄을 늘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을 더욱 슬프게 하는 점은 이 겨울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이다. 정부는 과도한 마케팅 경쟁을 펼친 이통사들에게 경고를 날리고 당분간 보조금 지급을 금지시켰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아예 보조금을 없앨 수도 있다는 냄새를 풍기는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28일 ‘금지행위 위반에 대한 과징금 부과 세부기준’을 개정해 이용자 이익 저해 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 기준율을 사업자 간 공정경쟁 위반에 대한 부과기준율과 동일하게 상향 개정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과잉보조금을 지급한 이통사의 경우 과징금을 2배 정도 더 내야 한다.


방통위는 이용자에게 약관과 다르게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과도한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이용자 이익 저해 행위가 사업자 간 공정경쟁 위반 행위보다 위법성이 가볍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 빼앗긴 보조금에도 봄은 오는가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대응에 스마트폰 마니아들은 ‘삽질’이라는 반응이다. 오히려 시장만 급속도로 냉각시키고 소비자의 실 구매가만 높이는 규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과 IT기기 전문 커뮤니티 ‘뽐뿌’의 한 사용자는 “호갱(호구와 고객을 합친 말)님들만 털리는게 안쓰러우니 전 국민을 호갱님으로 만들겠다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기존에는 스마트폰과 통신비의 가격구조를 아는 사람은 구매에 있어서 이득을 볼 수 있었으나 이젠 이마저도 금지해 오히려 통신사 이익만 고착시키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실 판매가완 무관한 ‘출고가’라는 아무 관계없는 가격표가 따라 다니는 한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고가란 일반적으로 단말기 제조사가 공장에서 출고할 때 가격이라는 의미를 갖지만, 실제로 이통사는 이 가격에 가져오지도 않을뿐더러 전국 판매점에 공급하는 가격과도 무관하다. 때문에 실제 휴대폰 판매점에서 판매되는 가격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보는 것이 무방하다.


다른 커뮤니티의 한 네티즌은 “방통위도 자기가 쓰는 맛폰 가격 제대로 모를 텐데 그런 사람들이 만드는 규제가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정부를 비판했다. 실제로 핸드폰의 가격 구조는 대단히 복잡하고 이는 스마트폰 시대에 들어서며 더욱 복잡해진 것이 사실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이통사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준만큼 스마트폰 가격을 올려 받고 있으며, 통신비에서 가지는 폭리도 상당하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기본료’다. 여기에 정체불명의 ‘가입비’나 각종 부대비용을 합치면 결국 모두 회수되는 비용이다.


더불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보조금’ 덕분에 단말기 가격결정권을 갖게 된 이통사는 제조사에 ‘갑’의 위치를 가졌고 사실상 이통사들은 사용자들과 제조사들에게 이중으로 마진을 챙겨왔다.


이것은 외산폰이 국내에서 자취를 감춘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제조사들이 이통사들에 굽신거리며 할부원금이 0원인 공짜폰을 풀어댈 때도 이렇게 왜곡된 한국의 이통시장을 이해하지 못했던 해외 제조사들은 고가 정책을 고수했고 애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철수하는 결과를 낳았다. 결과적으로 ‘보조금’은 대단히 강력한 보호무역의 장벽이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인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이통시장과 단말기 유통시장의 분리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지금처럼 이통사가 휴대폰까지 같이 파는 구조 속에선 소비자 권리를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한 통신정책 전문가는 “정부는 대안으로 알뜰폰(MVNO) 시장을 활성화 시키려 하고 있으나 이는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조사들이 이통사들과의 관계 때문에 알뜰폰 용으로는 고객 유인성이 낮은 저가 비인기 단말기만 출시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기본적으로는 알뜰폰과 기존 이통사에 공급되는 휴대폰을 동일하게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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