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석 기자가 들려주는 부동산 상식 (19)

산업 / 유상석 / 2012-11-26 12:57:56
방 빼서 나가는 임차인이 ‘복비’까지 내야 하나요?

Q. 다가구주택(원룸)에 1년 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계약기간이 지난 후에는 서로 특별한 계약 해지 통보가 없었기에, 계약이 자동 연장됐고요. 그 후, 8개월 정도 더 거주했습니다. 합해서 1년 8개월째 살고 있는 셈이지요.


그러다가 급히 이사해야 할 사정이 생겨서 임대인에게 “방을 빼야 할 것 같다”고 통보했습니다. 그런데 집주인이 “보증금을 받아서 방을 빼고 싶으면, 부동산 중개업소에 방을 내놓으라”고 말하네요. “방을 내놓을 수야 있지만, 중개 수수료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으니 “당연히 임차인인 당신이 물어야 하는 상황 아니냐”고 되묻네요.


임차인이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나가는 경우라면 모를까, 계약기간을 다 채운 후, 자동 연장된 경우에도 임차인이 중개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니, 당황스럽습니다. 이거 임대인이 잘못 알고 있는 것 맞죠? (서나래(29)ㆍ직장인)


A. 뉴스를 접하다 보면 ‘법망의 구멍’이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법도 인간이 만든 것이다 보니, 완벽하지만은 않다는 것이죠. 구멍이 있기 마련입니다.


1년이면 1년, 2년이면 2년… 임대차 계약 당시 약정했던 기간을 다 채우고 나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세상일이란 건 항상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고, 불가피하게 약정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임대차 계약을 해지해야 할 경우도 생기기 마련이죠.


문제는 이 경우, 부동산 중개 수수료를 누가 부담해야하는지에 대한 법 규정이 없다는 겁니다. 참 애매하지요. 이 때 “당연히 임차인이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참 많습니다. 관행이라는 이유에서죠.


그런데 이런 관행과는 상반되는 판결이 있습니다. 1년을 약정한 임차인이 9개월 만에 나가면서 중개수수료를 누가 내느냐 하는 분쟁에 대한 판결인데요, 법원은 “임차인이 부담한다는 특별한 약정이 없었다면 임대인이 부동산 중개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서울중앙지법 1998. 7. 1, 98나55316)”며 임차인의 손을 들어준 바 있습니다.


부동산 중개 수수료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계약의 쌍방 당사자가 지불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임대차계약의 당사자는 임대인과 새로 들어올 임차인이죠. 따라서 중개수수료는 임대인과 새로 들어오는 임차인이 내는 것이지, 나갈 임차인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법원의 논리입니다.


한편, 이미 계약한 기간을 다 채우고, 자동으로 그 계약이 연장된, 이른바 ‘묵시적 갱신’의 경우 또한 수수료를 누가 지불할 것인가를 직접적으로 규정한 조문은 없습니다. 2012년 11월 24일 현재, 관련된 판례도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러나 위 판결의 논리로 볼 때, ‘묵시적 갱신’의 경우 역시 나갈 임차인이 부동산 중개 수수료를 부담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물론 계약 당시, 부동산 계약서에 ‘임대차 계약을 종료하고, 새 임차인을 구할 때, 중개 수수료는 기존 임차인의 부담으로 한다’는 등의 조항이 있었다면, 이 경우엔 어쩔 수 없이 임차인이 지불해야겠지요. 부동산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 작은 글씨 하나까지 꼼꼼히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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