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을 방문하는 유커(遊客)가 증가하면서 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모했고, 면세점 입찰에 국내 유통 공룡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면세점 선정을 앞두고 그룹 CEO들이 대거 나서면서 분위기는 점점 과열됐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지난 9일 서울 면세점 사업자 선정 기업별 프레젠테이션(PT) 장소를 방문하고,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손을 잡고 대한민국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나섰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 6월 1일 가장 먼저 사업권 신청을 한데 이어 63빌딩에 2000억 원을 투자하는 ‘통 큰 베팅’을 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특정 기업에 ‘쓴 소리’를 해대는 증권사 보고서가 마냥 반갑지는 않았을 터.
증권사들은 사전에 면세점 입찰 가능성을 두고 낙찰에 유리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분류해 내는 작업을 했다. 다수 증권사는 민감한 사안을 의식한 듯 면세점 선정에 유리한 기업만을 뽑아냈으며 일부 증권사만 부정적 보고서를 내놨다.
하지만 극히 일부에 불과한 분석 보고서에도 해당 기업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현대백화점 부사장이 면세점 선정과 관련해 현대백화점에 불리한 보고서를 낸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에 대해 보고서 삭제를 요구하며 법적 소송을 운운한 것은 증권가에서 유명한 사건. 이후 증권사 연구원들의 어깨는 더욱 움츠러들었다.
그룹 입장에서는 면세점 입찰에 타격을 우려해 나선 것이겠지만 업계에서는 ‘연구원들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보고서는 객관적인 자료를 기반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만큼 독립성을 존중해줘야 한다.
면세점 선정일을 앞두고 입찰이 유력한 기업들은 연일 주가가 치솟고 면세점 선정 후에는 후보군에서 탈락한 기업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쳐 기업들은 더욱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 펀더멘탈(fundamental·기초체력)이 튼튼한 기업은 다시 제자리를 찾는 것을 염두에 두고 기업들은 ‘지나친 월권’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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