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토론 없는 선거, 민주선거 맞나

오피니언 / 정해용 / 2012-11-09 19:36:47
정해용의 관전상황실

1.
어느 때보다 ‘국민의 뜻’ ‘민심을 받들겠다’는 말이 흔하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거니와 민심을 어기겠다고 말하는 정치가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도층의 ‘민심’ 대접(?)이 그 어느 때보다 융숭해지는 것은 지금이 선거철이기 때문이다. 민심을 새삼스럽게 챙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 나지라기 백성 하나하나의 손에 소중한 한 표씩이 들려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 역시 지지자 한두 사람의 표가 아쉬울 만큼 치열한 경쟁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발표에 의하면 11월 두 번째 주말(9일)의 대선 후보 빅3의 지지율은 박근혜(39.4%) 안철수(28.2) 문재인(25.4)로 박근혜 후보가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아무도 사퇴하는 일 없이 본선이 치러진다면 박근혜 후보의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이다.


그러나 이것은 선두를 달리는 박 후보측이 바라는 이상적 상황일 뿐,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될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가 지난 6일 용산 백범기념관에서 회동하여 후보단일화 원칙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두 사람의 후보 단일화는 대선 시즌이 시작되면서부터 필연적 귀결이기라도 한 것처럼 예상되던 일이다.


2.
문-안 합의가 이루어지던 날, 박근혜 캠프는 크게 술렁거리는 모습이었다. 전통적으로 보수 정당을 지지해온 각종 단체들이 잇달아 성명을 내고 박 후보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 의사와 함께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합의를 비난했다. 박 후보 진영의 위기감이 고조된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동안 여론조사의 결과로 보면, 문재인-안철수 중 어느 한 사람으로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질 경우 박근혜 후보의 당선은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는 것으로 줄곧 나타났으며, 심지어 ‘필패론’까지 거론돼 왔다. 어느 정도는 ‘올 것이 왔다’는 식의 반응이다.


많은 정치 평론가나 분석가들에 의해 야권 후보의 단일화가 기정사실로 예상되고 있었다면 박 후보의 선대본부는 벌써부터 이를 전제로 한 대응을 준비해왔어야 했다. 그럼도 두 사람의 합의가 나온 당일 새누리측 선대본부가 새삼 북새통을 이루었다는 사실은, 그 대비가 충분치 못했음을 짐작케 한다. 그 뿐인가. 새누리가 위기의식 때문에 끌어들이고 있는 많은 구여권 인사들은 새누리 캠프에서 자신의 적당한 자리를 찾지 못해 돌아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술 더 떠 그동안 손발을 맞춰오던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박근혜 후보 사이에 불협화음이 담장을 넘어 들려나오고 있다. ‘필승’을 확신하는 지휘부의 모습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광경이다.


3.
어느 핸가 선거 때처럼(YS가 출마한 대선 때였을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후보들 간의 뜨거운 토론 모습은 보기 어려울 것만 같다. 이번에도 여당 후보가 토론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론은 후보들이 아무리 철두철미 준비한다 해도 의외성, 즉흥성 있는 의제의 질문은 피해갈 수 없다. 이런 곳에서 후보 자신의 철학과 소신, 평소 생각은 물론 리더로서의 위기대응능력과 어느 정도 그 개인의 지능 수준까지 드러나게 된다. 그러므로 자신감이 없는 후보가 토론을 기피하는 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한나라당의 대권주자인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맞붙은 일대일 토론 장면 동영상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이 영상을 보면 역시 박근혜 후보는 토론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로 미루어보건대. 이번 대선에서도 박 후보가 야권 후보와 맞붙는 토론은 좀체 보기 어렵지 않을까.


토론에 취약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머리는 빌리면 된다’는 말로 토론을 기피하는 자신의 입장을 변명했다. 과연 남의 머리에만 의존했던 대통령의 시대는 어떻게 끝났던가.


한편 야권이 두 후보는 투표일에 투표시간을 직장인 퇴근 시간 이후까지로 연장하자는 안을 내놓고 새누리당을 압박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질색하며 반대한다. 투표 참가율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여태까지 아무 말 없이 있다가 선거에 임박해서야 뒤늦게 투표시간 연장안을 내놓는 야당의 태도는 원칙적으로 문제가 없지 않다. 유권자들 입장에서 자신의 한 표가 그토록 중요하고 절실한 선거라고 생각한다면, 그날 하루 좀 더 일찍 일어나 아침 6시부터 문을 여는 투표소에 들렀다가 출근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투표시간 연장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면 새누리당의 경직된 반응도 잘하는 일만은 아니다. 어느 나라의 민주정당이 국민의 투표참여율이 높아지는 것을 두려워한단 말인가. 후보자간의 공개 토론이나 국민의 투표 참가를 두려워한대서야 과연 민주주의를 선호하며 그것을 보장할 의사와 의지가 있는 정당이라는 확신을 국민에게 심어줄 수 있을까. 아주 일반론적인 상식의 입장에서 일어나는 의문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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