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신문=정창규 기자] 재벌 총수 일가와 CEO(전문경영인)들이 올 가을 국정감사에 무더기로 소환될 가능성이 높아져 재계의 비상한 관심이 돌고있다. 특히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른바 ‘재벌개혁’을 강조하고 있고 여당 역시 비슷한 기류가 돌고 있어 올해는 평소보다 더 많은 기업인이 국감장에 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31일 여야에 따르면 오는 9월10∼23일, 10월 1∼8일로 나눠 국정감사를 실시하는데 그룹 총수 일가를 대거 증인 신청해 놓고 있다. 증인 무분별·겹치기 채택이라는 국회의 고질병이 도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일부 총수는 많게는 4개 상임위의 증언석에 설 처지에 놓였다.
초미의 관심사는 신동빈 롯데 회장. 여야 가릴 것 없이 산업통상자원위원회와 정무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모두 증인 신청을 해 놓았다. 특히 산자위에서는 최근의 그룹 경영권 분쟁 등을 이유로 여야가 모두 신 회장과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국감에 신씨 형제를 불러 순환출자 문제 등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논란을 비롯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당시 문제가 된 삼성서울병원과 관련해 정무위와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의원들로부터 증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기재위에서는 면세점 독과점 논란과 관련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황용득 한화갤러리아 대표,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까지 증인 출석을 요청한 상태다. 환노위에서는 이마트 불법파견 논란으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환노위는 또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놓고 노사갈등이 악화돼 최근 전면 파업에 나선 금호타이어 사태와 관련해 김창규 금호타이어 사장과 여러 차례 노조 탄압으로 논란이 된 이주연 피죤 회장도 국감장에 세울 계획이다. 이 회장은 직원 대기발령 조치, 노조 탄압, 근로자 불법감시 등 각종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증인으로 부르려다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에 막판에 제외했다.
이외 국회 환노위는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과 김흥제 HMC투자증권 대표에 대해 국정감사 증인 채택 여부를 오는 3일까지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일반 증인에 대한 여야의 협상이 마무리 되지는 않았지만 업계는 이들 사장의 증인 채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도 두 사장에 대한 증인 요청이 있었지만 여당의 반대로 최종 증인 채택이 이뤄지지 못했었다.
기업 총수 외에도 야당에서는 김학동 포스코 포항제철소장, 이희명 포스코엠텍 대표,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을 소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국토위와 교문위에서 ‘땅콩회항 사건’과 ‘학교 앞 호텔 설립 허용’ 이슈와 관련해 출석 대기 중이다. 정의선 회장은 농림해양수산식품위에서 출석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중앙대에 각종 특혜를 주는 대신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게 각종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도 증인 대상에 오르고 있다.
조 단위 부실 논란을 겪고 있는 조선 빅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CEO들도 사상 최초로 국회 국정감사 증인석에 나란히 서게 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들은 조선 빅 CEO들의 국감 출석건에 대해 내달 1일 여야협의를 거쳐 9월 10일 열리는 산업위 국감에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및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증인으로 출석시킬 계획이다.
이번 국감에는 3년 연속 수입차 관계자들이 증인 혹은 참고인으로 설지에 대해서도 주목된다. 작년 국감에서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과 조규상 다임러트럭코리아대표(당시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 부사장),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코리아 사장은 국감에 출석했다. 김 사장은 2013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국감장 증인석에 서게 됐으며, 지난 2012년 말 아우디코리아 사장으로 취임한 요하네스 타머 사장은 처음으로 국정감사장에 서게 됐다.
당시 국감에서는 수입차 업체의 과도한 부품 및 수리비 청구 등 수입차와 관련한 문제들이 도마에 올랐다. 의원들은 특히 수입차업체들의 할부금융 서비스를 지적하며 빚내서 고가 수입차를 산 뒤 나중에 이를 갚지 못하는 ‘카푸어’를 양산한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기업총수 등을 국감에 부르는 것에 대해 꺼려했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며 “현재 분위기라면 올해 국감의 피감기관 수가 지난해 672곳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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