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 그것은 '의료대재앙'

산업 / 전성운 / 2012-11-02 16:36:30
시행령 뜯어고친 복지부…MB시대 '화룡정점'

마지막까지 일 열심히 하겠다는 그분의 다짐을 확인하듯, 또 하나의 폭풍이 왔다. 바로 ‘영리병원’이다. 정부는 영리병원을 위한 법령 작업을 마무리하고 설립 허가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사회각계각층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시민단체와 의료보건단체들은 일제히 반대성명과 기자회견을 갖고 이를 비판하며 규탄하기 위해 강력투쟁에 나설것을 결의했다.


소위 ‘영리병원’으로 불리는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병원 설립을 위한 법령 작업이 마무리됐다. 지난달 29일 보건복지부는 보건복지부령인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의 개설허가절차 등에 관한 규칙'을 공포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병원 설립에 필요한 법 정비가 일단락 됐다”며 “오늘부터 설립 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행규칙 공포는 지난 9월 21일 경제자유구역 제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공포된 지 약 한달만으로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설립의 근거는 지식경제부 소관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지만 허가권자는 보건복지부장관이다. 복지부장관은 이날 공포된 절차에 따라 허가를 내주게 된다.


공포된 시행규칙에 따르면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병원에는 외국인 의사·치과의사 면허 소지자가 10%만 있으면 된다. 또 경제자유구역 외국병원은 외국법에 따라 설립·운영되는 다른 병원과 협력체계를 갖춰야 한다.


◇ “재벌의 돈벌이 위한 특혜”
정부의, MB의 이번 조치 강행에 대해 거의 대부분의 시민사회단체와 의료보건계에서는 일제히 규탄 성명을 내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를 결성한 이들 단체들은 지난달 30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경제자유구역 국내영리병원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영리병원 도입은 재벌들에게 돈벌이의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들 단체들은 개정안 백지화를 위한 적극적인 투쟁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프레시안>에 기고한 ‘MB, 퇴임 4개월 남겨두고 기어이 일 냈다’ 제하의 칼럼을 통해 “임기 끝까지 일하겠다는 대통령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는 “국내기업이 50% 지분 투자가 가능하다”며 “말로는 외국의료기관이지만 사실상 국내영리병원”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당장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영리병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투자자는 바로 삼성증권·삼성물산·KT&G이고, 이들 국내기업이 50%를 투자한 사실상 삼성 소유다. 직접 운영도 가능하다.


외국인 진료를 위한 것이라지만 전체 의료진의 10%만 외국면허를 가진 의사를 두면 되고 내국인 진료도 100% 가능하다. 외국병원 이름을 빌려오지만 사실상 국내기업이 운영하고 한국인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진료를 하는 ‘국내영리병원’이다.


그는 더 큰 문제로 ‘경제자유구역’을 지적했다. 경제자유구역은 이미 6곳으로 전국에 분포되어 있다. 인천송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구, 부산 등 광역자치시만 3곳이고 강원도를 제외한 전국에 있다.


병원협회는 “해외자본에게만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며, 한국에 전면적인 영리병원의 허용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 실장은 “결국 이번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 허용은 한국의 병원자본과 재벌들이 애타게 기다려온 영리병원 전면허용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MB, 유통기한 아직 남았다
그렇다. 또 삼성이다. 도무지 거론되지 않는 곳이 없으니 이쯤 되면 삼성공화국 맞지 싶다. 우석균 실장은 “영리병원 허용정책도 삼성이 낸 정책”이라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가 삼성경제연구소에 단독으로 용역을 주고 지난 2009년에 발간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필요성 연구> 보고서가 그것이다.


이후 국회에서 법개정을 통해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 영리병원 설립을 하려고 여러차례 시도를 했다. 작년 3월 인천송도의 영리병원 우선협상대상자로 삼성이 선정되자 18대 국회 막판까지 법개정이 집요하게 시도되었다.


그러나 당시 한나라당이 압도적 다수를 점했던 18대 국회였음에도 워낙 반대여론이 커서 법 개정은 실패했다. 물론 ‘누가’ 시도했는지 굳이 거론할 필요는 없다. 국회 통과에 난항을 겪자 <중앙일보>가 두 발 벗고 나서서 “법개정이 안되면 시행령을 바꾸어서라도 영리병원을 허용해야 한다”고 1주일에 걸쳐 1면부터 사설까지 지면을 꽉꽉 채워가며 주장했다.


<중앙일보>의 도배 이후 MB의 특별지시 하에 올 4월 지식경제부가 시행령을 바꾸었다. 당시 지경부는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이 우선협상대상자(삼성)를 다시 선정한 상황에서 하위법령 개정을 추진한 것”이라고 간증을 했다. 그리고 국민건강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가 ‘화룡정점’을 찍었다. 권력의 유통기한이 남아있는 이때 처리하겠다는 공산이다.


◇ 영리병원, 소수의 이익
영리병원의 문제는 이제껏 숱하게 거론됐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의료비 상승이고, 둘째는 공공성 하락이며, 셋째는 양극화 심화다. 물론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긍정적인 면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면은 어디까지나, ‘영리 병원을 소유한 극히 일부의 사람(혹은 기업)들’에게만 적용된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전국의 지방병원 100개가 문을 닫아야 한다. 우 실장은 “지금도 52개 지자체는 응급의료기관이 없고 48개 지자체는 분만실이 없다”며 “여기서 또 100개의 지방병원이 문을 닫게 된다는 것은 지방에서는 살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영리 병원이 있는 다른 나라들은 공립병원이 90%가 넘는 나라들이다. ‘의료지옥’이라는 미국조차 공립병원이 35%이고 OECD 평균은 75%다. 하지만 한국은 7%다. 우 실장은 “사립병원 대다수가 대도시에 모여 지극히 상업적 진료를 하고 있는데 여기에 영리병원까지 허용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에 따르면, 한국처럼 국가가 의료에 돈을 쓰지 않는 나라가 없다. 과거 박정희대통령 시절부터 외국의 차관을 들여와 개인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사립병원을 짓게 한 탓이다. 그래서 이제는 국·공립대학병원들을 강화하고 지역의 공공병원들을 짓고 국공립요양병원과 시설을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 되고 있다.


의료민영화를 반대하는 30여개의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무상의료운동본부 관계자는 “의료는 누구나 차별 없이 누려야 할 국민의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영리병원을 통해 돈을 벌겠다는 것은 중차대한 범죄행각”이라며 “이는 의료의 상업화를 가속화하고 건강보험체계를 붕괴시키는 등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의료대재앙”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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