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원전해체 논의 본격화

산업1 / 박성우 / 2015-06-19 17:32:39
해체 핵심 ‘제염’ 기술 선진국 70% 수준

[토요경제=박성우 기자] 지난 12일 국가에너지위원회가 국내 첫 원전 고리 1호기의 영구정지를 결정했다. 이로써 고리 1호기는 오는 2017년 6월 정지될 예정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도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어 에너지위원회 의견을 수렴, 2차 수명연장을 신청하지 않기로 했다. 일부 이사들이 고리 1호기의 경제성이 충분하다고 언급했지만 월성 1호기처럼 심사기간 장기화로 운전기간이 단축되고 지역지원금이 늘어날 경우 경제성이 불투명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수원이 고리 1호기 수명연장을 신청하지 않게 되며 원전 해체에 대한 방법과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중간저장 시설이나 영구처분 시설 건설 등 폐쇄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수원은 영구정지와 해체 준비 등을 위한 사장 직속 태스크포스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석 한수원 사장은 원전 폐쇄에 대해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되었음에도 내린 영구정지 결정에 대해 안타깝지만 이제는 원전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도래한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 국내 첫 원전 고리 1호기의 영구정지로 인해 원전 해체가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다.

2045년까지 약 6000억 원 소모


고리 원전 1호기의 폐로에는 약 14년이 걸릴 예정이다. 2017년 6월 18일 영구 정지한 뒤 4년 간 핵연료 냉각, 원자로 오염 제거·해체 6년을 거쳐 2030년까지 폐로 절차를 마칠 예정이다. 원전 부지의 토양과 건물 표면 오염을 없애는 작업 기간인 15년을 합하면 실제 복원은 2045년 안팎이 돼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해체비용으로 6033억 원이 추산됐다.


정부는 내년부터 2019년까지 약 1400억 원을 투자, 센터를 설립하고 2022년까지 38개 주요 기술의 개발 및 검증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현재 부산·경북·전남 등 총 8개 지자체가 원전해체센터 유치에 뛰어들었다.


미래부 관계자는 “원전해체센터 사업의 예타 자문위원들이 ‘산업부와 한수원도 이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고 전했다.


원전해체 핵심은 ‘제염’ 기술


국내 첫 원전 폐쇄 절차를 밟게 되며 원전 해체 기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원전 해체 방식은 크게 3가지다. 원전의 가동 정지와 동시에 해체하는 ‘즉시 해체’, 방사성물질의 반감기를 고려해 30~60년 시설을 폐쇄한 뒤 해체하는 ‘지연 해체’, 원전시설에 콘크리트를 부어 사용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영구 밀봉’이다. 영구 밀봉은 구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 적용했던 것으로, 고리 1호기에 쓰일 가능성은 없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경제성뿐만 아니라 얼마나 안전하게 해체할 수 있느냐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각국의 추세를 감안할 때 고리 1호기의 해체는 즉시 해체와 지연 해체의 2가지 방식이 절충된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해체 기획을 시작으로 원전 특성 분석 및 운전 정지, 해체 설계, 제염, 절단 및 철거, 폐기물 처리, 부지 복원, 부지 규제 해제 순서로 진행된다. 운전 정지부터 해체 준비 과정에 5년, 제염·절단 및 철거·폐기물 처리에 10년, 환경 복원에 5년 등 통상 20년 정도가 소요된다.


원전 해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제염(除染) 과정이다. 제염은 김치를 담글 때 배추에 소금을 뿌려 숨을 죽여 부피를 줄이고 다루기 쉽게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다. 기계적·화학적·전기화학적·열적 방법으로 원전에 남아 있는 방사성물질을 제거하거나 최소화시켜 절단 및 철거 작업을 쉽게 만드는 기술이다.


미국과 일본, 독일 등 해체 기술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는 해체 준비 기술과 폐기물 처리 기술은 80% 가까이 확보돼 있지만, 핵심인 제염 기술은 70%, 절단 해체 기술은 60% 수준에 불과하다.


원전 해체 관련 인력도 프랑스 원자력청에는 1000명 이상 있지만, 우리나라는 원자력연구원의 19명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전 해체는 화학공학, 로봇공학, 환경공학, 토목,건축, 전자,기계공학 등 전 분야의 과학기술이 집약되는 종합 엔지니어링 기술”이라며 “우리나라는 해체 기술 확보뿐만 아니라 관련 인력 양성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원전 영구정지되어 해체됐거나 해체가 예정된 원전은 2013년 말 현재까지 19개국에 149기에 이른다. 이 가운데 해체가 완료된 원전은 19기(12.8%)에 불과하며 국가별로는 미국 15기, 독일 3기, 일본 1기다.


“한전기술, 원전 해체 중심될 것”


업계에 따르면 원전 해체 시장이 본격화되면 한국전력기술(이하 한전기술)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전기술과 한국전력KPS는 각각 원전 해체 과정에서 유관 사업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해체 기술이 아직 개발 중이어서 수주 규모를 예상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다만 “한전기술이 원전 가동 중단의 손익 영향이 제한적이고 건설 설계에 이어 해체 설계까지 수주가 연속성 있게 이어지면 중장기 이익의 가시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업종 내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노후원전과 전혀 상관 없다”


고리 1호기 폐쇄에 다른 노후 원전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정양호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노후원전과 관련해서도 논의가 있었다. 이번에는 고리 1호기에 한정된 것이다. 다른 원전은 고리1호와 관련이 없다는 결정이라는 점을 얘기했다. 그 부분은 해체산업 등과 결부됨으로써 추가적인 폐로결정과 관계 짓지 말자고 했다”고 정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오는 2023년부터 고리 2호기 수명 종료를 시작으로 2035년까지 총 12기의 원전이 수명이 종료된다. 고리 1호기 해체 선례로 인해 다른 노후 원전 폐쇄에 대한 찬반 입장이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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