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공식 오래전에 깨져
한목소리로 ‘선처’ 호소… ‘법대로’ 분위기 우세
[토요경제신문=정창규 기자] 긴 재판을 받아온 대기업 회장님들에 대한 선고 일정이 확정됐다.
박용성 두산그룹 전 회장의 선고기일은 오는 20일 오전 10시30분이고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선고공판은 다음달 15일 오후 1시에 열린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에 대한 심판은 내년 1월 9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법원이 대기업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던 공식은 이미 깨진지 오래지만 그렇다고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난 대기업 회장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재판부가 ‘법대로 한다’라는 분위기가 다소 우세하다.
법원의 심판을 앞둔 대기업 회장님들의 사정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권력형 비리’ 박용성 전 회장
박용성 전 회장의 혐의는 세간에서 ‘권력형 비리’로 분류된다.
박 전 회장은 중앙대 본·분교 및 적십자간호대학 통폐합과 단일교지 승인을 도와 준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게 1억여원 상당의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지난 5월에 불구속 기소됐다.
박 전 회장의 혐의는 선고를 앞둔 다른 대기업 회장들과 다르다.
청와대 고위 공무원과 교분을 나누면서 금품을 주고받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박 전 회장은 중앙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박 전 수석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청탁의 대가 명목으로 거액의 금품을 제공해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박 전 회장에 대해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법원이 그동안 권력형 비리에 대해 엄중하게 처벌해왔다.
실제로 법원은 박 전 수석을 구속했다.
또 그동안 각종 비리에 연루된 국회의원들도 줄줄이 구속했다.
이 점을 감안하면 박 전 회장이 실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뇌물을 받아 챙긴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법정 구속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박 전 회장은 최후진술을 통해 “저와 중앙대 간부들의 학교개혁 조치 중 실정법에 어긋나는 게 있다면 사전에 제대로 챙기지 못한 저희의 책임”이라고 반성했다.
이어 “개인의 금전적 이익을 위한 게 아니라 중앙대를 일류대학으로 만들겠다는 일념에서 벌어진 일이란 점을 참작해 선처해 달라”고 호소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뇌물죄는 신분범죄다”며 “통상적으로 법원은 뇌물을 건넨 피고인 보다는 청렴의 의무를 저버리고 뇌물을 받아 챙긴 공무원 신분의 피고인을 더 무겁게 처벌한다”고 말했다.
‘배임’ 털어낸 이재현 회장
이재현 회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대법원은 1600억원대 탈세·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된 이 회장에게 징역 3년에 벌금 252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배임 금액에 산정이 확실치 않아 법 적용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회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이를 반영하면 이 회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날 가능성이 크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앞서 김 회장은 당초 배임 금액이 1797억여원에 달했지만 대법원이 이를 다시 산정하라고 파기환송한 뒤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게다가 이 회장은 신장이식수술 후유증 등으로 수차례에 걸쳐 구속집행정지 허가를 받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검찰은 파기환송심에서 추가로 제촐할 증거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결정과 다른 의견을 내세우고 있다.
배임 금액은 10년이나 지난 현재의 사정이 아니라 당시 대출의 위험성을 가장 객관적으로 평가했던 금융기관의 판단에 따라 손해액과 이득액을 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동안 “이 회장의 개인적인 부동산 투기에 회사 법인은 담보를 제공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도 담보를 제공하고 보증 채무를 부담하는 손해를 지게 됐다”고 주장해왔다.
사실상 대법원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상고심이 치러지는 대법원의 심리가 ‘법률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이 회장은 파기 환송심 최후 진술에서 작고 떨리는 음성으로 선처를 호소했다.
그는 “모든 게 내가 부족한 탓이다”며 “건강을 잘 회복해 선대 회장의 유지인 사업보국과 CJ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울 기회를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조석래 회장, 법정 여정 670일
조석래 회장은 1심 재판기간만 670일이 걸렸다.
재판 준비절차에만 9개월이 걸렸고 정식재판도 33차례나 열렸다.
그의 혐의는 조세포탈·분식회계 등 8000억원 상당의 경영 비리다.
조 회장은 장남 조현준 사장과 함께 선고를 받는다.
조 회장은 지난 2003년부터 그룹 임직원들에게 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지시하고 이 과정에서 세금 1500억원을 탈세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또 회삿돈 700억원 상당을 빼돌리고 회사에 200억원 상당의 손실을 입힌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조 회장에 대해 “회삿돈을 개인적 용도로 유용하고 회사를 개인적인 소유물로 전락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징역 10년에 벌금 3000억원을 구형했다. 조 회장과 함께 기소한 장남 조현준 사장에 대해서는 징역 5년에 벌금 150억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조 회장 측은 이에 대해 “약 20년 전 고도 성장기에 종합상사 사업을 하면서 발생한 손실을 계열사 합병 과정에서 떨어내지 못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조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건강이 좋지 않아 긴 말씀은 드리지 못한다”며 “부디 너그러운 선고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법리를 따지기 전에 조 회장은 80세의 고령에다 건강이 좋지 않은 점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
하지만 검찰의 구형량이 큰 편이어서 재판부의 선처를 받을 수 있을지는 안갯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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