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헌기자의 브랜드열전-⑧] ‘빈폴 vs 폴로’

산업 / 김세헌 / 2013-12-09 10:07:16
스타일을 살려주는 트래디셔널 패션 맞수 경쟁

[토요경제=김세헌기자] “캠퍼스룩을 떠올리면 빈폴의 자전거 마크가 바로 떠오른다”, “폴로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중장년들이 선호하는 브랜드 이미지가 강해 더 고급스러운 느낌이 든다”.


트래디셔널 캐주얼 브랜드의 맞수인 폴로와 빈폴. 두 브랜드 모두 단정하고 깔끔한 고품격 콘셉트를 내세워 다양한 연령층의 소비자를 끌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두 브랜드의 콘셉트와 달리 소비자들의 평가는 연령에 따라 갈리고 있다. 20대에서 30대 초반의 소비자들은 빈폴을 선호하는데 반해 30대 중반부터 40대 후반의 소비자들은 폴로를 선호하고 있는 모습이다.


◇ 프리미엄 패션 코드로 성공 콘셉트 돋보이는 ‘폴로’


폴로는 해외에서 명품 브랜드로 대접받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폴로의 피케셔츠, 면바지 등이 유명해지면서 캐주얼 브랜드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점차 미국 부유층의 캐주얼 웨어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면서 디자이너 랄프 로렌의 이미지를 담고 있는 브랜드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폴로가 브랜드 운영 측면에서 빈폴에 앞선다고 입을 모은다. 폴로의 경우 브랜드 확장으로 ‘Polo, Ralph, Black label, Purple label, Collection, Polo Sport, Lauren, Polo Jeans’ 등의 브랜드가 잘 구성돼 있다는 평가다. 또 폴로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넘어 철저한 브랜드 관리가 강점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진다.


폴로는 지난 2011년부터 캐주얼의 대명사란 이미지를 벗고 아르마니, 도나카란, 폴스미스 등과 같은 명품 브랜드로 변화하기 위해 이미지 쇄신에 나서고 있다.


특히 폴로 브랜드의 구심점인 디자이너 랄프 로렌이 만드는 ‘랄프로렌’ 컬렉션은 해외에서 명품 의류로 통하는 만큼 국내에서도 명품의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부 부정적인 견해도 상존하고 있다. 명품의 경우 최고가 라인이 자리 잡고 난 후 캐주얼 등 볼륨 브랜드가 확산돼야 하는데 폴로는 그 반대의 경우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폴로는 국내에서 캐주얼 이미지가 워낙 강해 준명품 브랜드 정도면 모르겠으나 명품 브랜드로 도약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빈폴은 폴로의 아류?


상당수의 소비자들은 빈폴에 대해 ‘폴로의 아류’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빈폴이 고급스러운 느낌보다 저가 느낌을 주고 있다는 소비자의 의견이 많다. 소비자 일각에서는 “빈폴은 깔끔하고 세련된 이미지이나 폴로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며 “오리지널 느낌이 강한 폴로가 더 고급스럽게 느껴진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빈폴은 1989년 폴로를 모방해 만든 브랜드로 폴로가 독주하던 트래디셔널 캐주얼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나섰다. 빈폴은 한동안 ‘폴로의 아류’, ‘빈티나는 폴로’라는 악평을 받기도 했으나 이에 굴하지 않고 디자인 경영을 펼친 결과, 2000년대 들어서 폴로, 라코스테 등 경쟁 브랜드를 제치고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지난 2010년 빈폴은 5000억원대의 매출을 냈다. 국내 의류 단일 브랜드 중에서 5000억원을 넘긴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후 빈폴은 국내 시장에서 폴로의 2배에 가까운 매출 실적을 내고 있으며, 이를 두고 업계는 ‘국내 최고의 브랜드’라는 명성을 지키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편 제일모직 이서현 부사장은 최근 빈폴의 브랜드와 디자인 경영에 집중해왔다. 이를 통해 브랜드 가치 상승을 견인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한때 빈폴을 엠포리오 아르마니, D&G, 마크 바이 마크제이콥스 등 명품의 세컨드 라인과 나란히 할 수 있는 준명품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드러낸바 있다.


[Brand Talk!]
폴로 만든 랄프 로렌은 가상의 인물?


폴로는 세일즈맨 출신의 디자이너 랄프 로렌이 이룩한 ‘패션의 왕국’으로 통한다. 폴로의 성공은 대중의 판타지를 절묘하게 이용한 그의 천재적인 마케팅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거대한 글로벌 패션왕국 폴로의 정체성을 이해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관문과 같다.


‘패션계의 신화’로 불리는 랄프 로렌은 상류사회 상징품을 대중화하는 데 성공한 인물로 유명하다. 나아가 럭셔리 판매를 증대하고, 브랜드 세계화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사실 ‘랄프 로렌’은 그 자신의 상상이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이다. 유대인 가문의 이름인 ‘리프시츠’ 대신 ‘로렌’이라는 이름으로 바꾼 것으로부터 그의 인생은 탈바꿈했다. 궁핍했던 어린 시절 백만장자를 꿈꿨던 소년은 옷을 입는 데 남다른 감각을 보였다. 특히 옷차림이 한 사람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신을 꾸미는 데 지출이 많았던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잡화점의 세일즈맨으로 일했고, 결국 대학을 중퇴했다. 대학에서 배우는 것보다 현장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탁월한 패션 감각을 지녔던 랄프 로렌은 오래 지나지 않아 의류 세일즈에서 성공을 거뒀고 자신만의 회사 ‘폴로’를 세운다. 그는 당시로서는 파격에 가까운 폭넓은 타이를 선보이고, 불가능에 가까웠던 주요 백화점에 입점함으로써 초창기 신화를 만들어냈다.


폴로는 초기 경영부실로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안정궤도에 올라서면서 라이선스와 아울렛을 통해 매스 마켓으로 진입했다. 의류뿐만 아니라 향수, 가방, 보석, 가구, 침구, 목욕용품, 앤티크, 액세서리, 카펫, 페인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품목을 취급하는 거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군림하게 됐다.


◇ 몽상가, 옷이 아닌 가치를 디자인하다


한 때 폴로의 제왕인 랄프 로렌이 ‘과연 디자이너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그는 한 번도 직접 디자인을 하거나 재단을 하거나 가위를 손에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


사실 랄프 로렌은 정식으로 디자인을 공부한 적이 없다. 그는 옷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소위 말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했을 뿐이다. 그는 무엇보다 잘 만들어진 옷이 어떤 것이고 사람들이 어떤 옷을 좋아하며, 어떻게 입어야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지에 대해 정통했다. 한 번도 직접 옷을 만들어본 적이 없었음에도 다수의 권위 있는 디자이너상을 수상한 그는 지금도 ‘아이러니’로 일컬어지곤 한다.


대중에게 있어 랄프 로렌은 기품 있는 신사로, 자신감 있고 목표지향적인 인물로 비춰진다. 하지만 폴로 안에서 만큼은 나르시시스트이자 불안감에 시달리는 몽상가, 혹은 광란의 독재자로 전해진다. 그의 화려한 성공담 이면에는 결코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과 ‘그늘’이 자리 잡고 있다.


랄프 로렌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고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가차 없이 이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절대적인 충성심을 요구하며 재능 있는 사람을 결코 그냥 내버려두는 법이 없었다.


랄프 로렌은 그토록 꿈꿨던 백만장자가 됐다. 하지만 혹자는, 그에게선 많이 가졌으나 언제나 공허함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만족할 줄 모르고, 늘 완벽을 추구하며 절대 타협하지 않았던 그였기에 폴로는 명실공히 글로벌 패션 브랜드라는 명성을 누리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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