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강조했던 ‘금융사 압박법’, 대선 앞두고 눈치 보기?

산업1 / 문혜원 / 2021-12-15 16:33:38
올해 금융회사지배구조법률 개정안 국회 법안 소위 안건서 ‘제외’
의례적인 ‘법안실적제출용’ 비판…“현 제도서 실용성 있게 살려야”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금융회사 제재를 위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구성시 외부기관의 참여를 강화 ·제도화하는 내용의 금융사 견제 관련 개정법안이 올해 국회의 본격적인 논의 테이블에 오르기로 했지만 어쩐 일인지 상임위 소회의 안건에서조차 빠져 있어 법안이 유명무실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 의원들이 민감한 사안은 지금 당장 처리하기 무리라는 판단 하에 ‘뒷전’으로 미룬 게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일각에선 의원들이 정부 정책성 입맛에 맞게 통상 관행처럼 굳혀온 ‘법안 발의 실적 쌓기’에 불과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15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제시해 '금융사 압박법'으로 불리우는 금융사들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금융회사 경영구조개선법(가칭, 이하 구조개선법)’의 재개정 및 ‘금융사CEO임원보수 견제법’ 등이 논의조차 흐지부지 된 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구조개선법 재개정안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 확대 및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독립성 강화, 금융회사 임직원 보수 공시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금융회사 대주주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임원의 권한을 견제하는 내용의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은 20대 국회에서 통과가 불발돼 21대 국회서 재추진하기로 했으나 여야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아직도 법안 소위에 묶여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5월 18일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이 때 개정안은 2017년 8월 출범한 금융행정혁신위원회에서 금융사 지배구조 운영 개선을 권고함에 따라 이듬해 9월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에 제출됐던 것과 동일하다.


개정안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요건에 현재 규정돼 있는 금융관련법령과 조세범처벌법, 공정거래법 위반은 물론이고 ‘특경가법 위반으로 금고형 이상을 받은 경우’까지 추가했다. 또 대주주가 금융위의 의결권 제한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주식 처분을 명령할 수 있는 근거 조항도 신설했다.


개정안은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의 이른바 ‘셀프 추천’을 막기 위해 본인을 임원 후보로 추천하는 안건이 올라간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결의에는 당사자가 참석할 수 없도록 했다.


법안에 따르면 CEO는 금융사 사외이사나 감사위원을 추천하는 임추위에 참석하는 것도 금지된다. 임추위의 사외이사 비중은 현행 ‘과반수 이상’에서 ‘3분의 2 이상’으로 늘어난다.


금융사 임원의 보수가 성과 대비 과도하게 높다는 비판에 따라 보수지급 내역에 대한 공시도 강화된다.


보수총액 5억원 이상인 등기임원이나 보수총액 상위 5인으로서 5억원 이상인 미등기임원, 성과보수 총액 2억원 이상인 임원의 개별 보수총액·성과보수총액·산정기준 등을 보수체계연차보고서를 통해 공시하도록 했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 대형 상장 금융회사의 임원에 대한 보수지급계획은 등기임원 선임시를 포함해 임기 중 1회 이상 주주총회에서 의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사외이사와 감사 및 감사위원에 대해서는 회사의 재무적 성과와 연동하지 않는 별도 보수체계를 마련토록 의무화해 보수독립성을 강화한다.


또 사외이사의 순차적 교체를 원칙으로 명시하고 사외이사 결격사유로 ‘금융사의 최대주주 또는 주요주주인 법인에서 최근 3년 이내에 상근 임직원 또는 비상임이사이었던 사람’을 추가했다.


금융사가 감사위원회의 직무 독립성을 보장토록 하는 규정을 신설했으며 감사위원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업무연관성이 큰 보수위원회나 임추위를 제외한 이사회 내 다른 이사회 업무의 겸직도 제한했다. 감사위원 임기는 최소 2년 이상으로 보장했다. 상근감사와 상임감사위원에 대해서는 같은 회사에서 6년 이상 재임하지 못하도록 했다.


임직원의 내부통제기준 및 위험관리기준 준수에 대해 CEO, 준법감시인 및 위험관리책임자 등 책임있는 임원들에게 관리의무를 부과했다.


여기서 ‘금융사CEO임원보수 견제법’의 경우 올해 21대 국회에서 재추진을 시도하려고 했으나 지난 12일 <토요경제>가 확인한 결과 국회 상임위 소회의 안건에서조차 빠져있었다. 법안이 안건에서 제외된 배경에 대해 소위 소속 의원들에게 문의했지만 모두가 “모른다”고만 답변했다.


정무위원회 소속 한 간부 의원실 관계자는 “원래는 이번 소회의 논의에 오르기로 한 걸로 알고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빠져 있는 상태”라며 “자세한 것은 금융위원회에 확인해 봐야 한다”고만 답변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 측에도 문의하기 위해 며칠을 두고 계속 연락을 시도해 봤지만 금융정책관련 담당팀원 모두가 전화를 받지 않아 자세한 내막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이를 두고 일부 금융권 전문가들은 대선을 앞둔 상태에서 민감한 사안이나 예민한 법률 건에 대해서는 해결이 어려워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보통 의원들이 법안을 제출할 때 현 정부의 정책취지에 맞게 부풀려서 법안을 발의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번 금융사 지배구조법률의 경우에는 금융사들의 반발과도 맞닿아 있어 전체적으로 현 제도와의 비례를 맞추기에는 현실적으로 까다로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쉽게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시민단체 및 정치권에서는 금융사들이 ESG경영에 하나같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ESG 핵심인 지배구조 개선 노력은 저조하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에 공공성 측면과 더불어 금융시스템 전반 개선을 위해서라도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법률안의 통과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는 라임·디스커버리 등 사모펀드 사태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는 하나은행·우리은행·IBK기업은행 등이 지배구조 부문에서 B등급을 받는 데 그친 것이 이런 지직의 타당성을 뒷받침한다.


앞서 법원이 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은행장 중징계를 둘러싼 재판에서 은행의 내부통제 문제를 질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다만, 새로 법을 만들어서 금융사 개혁을 하겠다는 접근방식은 기존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현행 제도가 있는데도 플러스 알파로 통제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잘못하다간 오히려 섣부른 면죄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영학 교수는 “새로운 법률 안에서 금융사 지배구조를 간섭 통제하려고 하기보다는 현 제도하에서 현행 법 취지를 준수할 기준을 마련하고 금융사 내부적으로 지배구조법 취지를 살려 기존 유해성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대형 순천대학교 경영학 교수도 “현재 일어나는 금융리스크가 현 제도하에서 왜 제대로 작동이 안됐는가를 따져봐야지 무조건 금융회사에 대해서 법률에 의해 강한 제재를 가한다는 것은 위험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조대형 교수는 “금융업무가 영역별로 저마다 이질적인 차이가 있고, 이것을 법률적인 잣대나 평가로 제재를 가한다면 금융회사의 다양한 효율성이나 제한을 두는 일이기 때문에 섣불리 만들어진 새 법은 부정적 효과만 낳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토요경제 / 문혜원 기자 maya4yo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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