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CEO 보수체계 손본다더니...논의조차 ‘흐지부지’

산업1 / 문혜원 / 2021-12-03 06:00:08
금융당국 “수장 바뀌고 현안 과제 산적해 뒤로 밀려” 변명
졸속행정에 “보험산업 미래 위해서도 개선돼야” 지적 나와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금융당국이 지난 7월 “보험업계 경영진의 성과·보수체계를 손보겠다”고 약속했지만 넉 달이 지나도록 논의는 ‘시늉’으로만 그쳐, 개선방침 움직임도 흐지부지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6월 30일 ‘보험사 단기 실적주의 개선 TF’ 첫 회의를 개최했다.


당시 당국은 보험산업의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 제고와 소비자 보호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으로 단기실적 위주였던 보험사 CEO 경영문화를 개편하겠다고 나선 바 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보험사 CEO 보수체계가 합리적으로 바뀐다는 부분에 대해 많은 관심을 불러 모았다. 기본급 비중을 줄이고 성과급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면서 향후 보험사 경영진의 연봉이 크게 조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내 보험사의 경영진 보상체계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최고경영자 등 보험회사 경영진의 성과보수체계가 중장기 수익성과 리스크의 특성을 보다 잘 반영하도록 개편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보험사 CEO 보수체계 개편 논의가 시작된 배경에는 그간 보험사CEO들의 연봉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이 보험업계 연봉 1위에 올랐다. 현대해상 최대주주이자 오너경영인인 정 회장은 지난해 22억7500만원을 수령했다.


연봉 수령액을 세부적으로 보면 급여 8억1300만원, 상여금 14억2500만원, 기타근로소득 3700만원으로 구성된다.


전문경영인 중에서는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이 20억7000만원으로 가장 많은 연봉을 수령했다. 기본급 7억5400만원, 성과급 12억4900만원 등이다.


다음으로는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이 19억6400만원을 수령해 3위에 올랐다. 급여 7억1880만원, 성과급 12억2100만원, 기타근로소득 2400만원이다.


오너 2세인 원종규 코리안리 사장은 급여 16억3950만원, 상여 2억4325만원, 기타소득 1766만원 등으로 총 19억41만원을 수령했다.


이밖에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11억5000만원) △조용일 현대해상 대표(8억1100만원)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8억원) △김정남 DB손보 대표(7억9700만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6억5000만원) 순으로 이어졌다.


보험사 CEO들의 고액 연봉에 대해 당국은 보험사의 단기실적주의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상품개발, 보험모집시 불완전판매, 단기·고위험 추구 자산운용 등 보험산업의 여러 부분에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논의를 해보자고 말이 나온지 넉 달이 지나도록 '보험사 단기 실적주의 개선 TF' 구성회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 8월 금융당국 수장이 교체되면서 내부적으로 TF 팀원들까지 함께 인사 이동 등 교체이슈에 휩쓸리면서 해당 안건도 아예 뒤로 밀려 지지부진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련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토요경제>는 금융위원회 관계자와 통화를 시도했다.


이에 해당팀 관계자는 처음에는 “이전 담당자가 바뀌어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른다”면서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만 말했다.


이후 재차 확인을 위해 여러 번 통화를 시도한 끝에 다시 담당자는 “금융 현안이 워낙 산적해 있어 다소 뒤로 밀려있는 상태다”라고 실토하면서 “현재 재검토 중에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손·생명보험협회에서도 지난 7월 이후 TF 구성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이후 관련 보험사CEO보수체계 개편방안에 대한 소식은 들은 바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와 관련해, 보험사들은 성과체계 개편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보험사CEO성과체계 보수개편’을 하겠다고 했다가 감감무소식 같은 행태를 두고 금융당국의 졸속행정이 기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즉, 국내 보험사뿐만 아니라 금융사들 전반 조직체계가 보수적이고, 정부가 정하는 오너 임명체재가 문제라는 것이다.


김대환 동아대학교 보험경영학 교수는 “오랫동안 굳혀져 온 관치금융주의 문화가 금융산업 전반 장기적인 전략을 펼치지 못한 까닭이 깔려져 있다”고 분석했다.


김대환 교수는 “특히 보험산업은 먼 미래를 보고 성과를 판단해야 하는데 CEO들이 당장 이익에만 혈안이 돼 단기실적주의를 고수해 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금융당국도 말 뿐인 졸속행정식의 개편안만 내놓지 말고 정권이 바뀌든 수장이 바뀌든 이전 정책이행 유지에 관심을 가지고 미리 계획을 짤 필요가 있다”면서 “보험사 CEO들도 미래투자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경영문화를 창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험연구원에서는 지난 7월 보험사 경영진 보상이 장기적 관점에서 이뤄지도록 성과 보수 비중의 확대를 제안한 바 있다. 추가로 현금 이외의 주식기반 보상의 비중도 늘여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현행 ‘40% 이상’ 이연지급되는 보수의 비중과 ‘3년’의 이연기간도 늘릴 필요가 있고 장기 기업가치 훼손에 책임이 있는 경우 성과보수 환수도 검토할 것으로 제안했다.


또한 성과평가 시 고객만족도, 불건전영업 적발건수 등 비재무적 지표의 활용을 늘리고 평가결과나 기준도 투명하게 공시할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보험사 임원 성과평가방식 및 보수체계가 연차보고서 등에서 상세히 공시되지 않은 것도 개선사항으로 지적했다.


현재 보험사들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는 임원의 보수 총액을 사업보고서에 공시하고 있으나 구체적 산출방식과 기준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경영체질 개선 등의 비계량적 지표를 성과평가에 고려하고 있다고 공시할 뿐 구체적인 기준과 반영비율은 미공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토요경제 / 문혜원 기자 maya4yo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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