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언론재단, 불법 횡행해도 실태 파악조차 못해…제도 개선 시급
신문사와 정부 및 공공기관들이 건당 수백~수천만원의 돈을 주고받으며 신문 지면에 게재하는 정부광고를 기사로 위장해 독자를 속이는 일이 횡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정부광고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은 ‘기사형 정부광고’에 대해 아무런 관리를 하지 않고 있고 따라서 그 실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김의겸 의원은 “특히 명백한 불법 광고임이 드러나도 판단을 회피하거나 아무런 대응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기사와 광고를 확실하게 분리하고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은 기사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일”이라며 “특히 정부광고에 있어서는 정부정책의 왜곡을 막고, 공공기관들이 국민이 아닌 언론에만 잘 보이려하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법제도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4일 김의겸 의원실에 따르면 의원실이 언론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신문 지면을 확인한 결과 대다수 중앙일간지는 물론 경제신문과 지역신문 등을 가리지 않고 ‘기사형 정부광고’가 관행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하지만 언론재단은 ‘기사형 정부광고’를 따로 관리하지 않아, 전체 정부광고 중에 ‘기사형 정부광고’가 얼마나 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김 의원 측은 지적했다.
언론재단은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으로부터 정부광고를 의뢰받을 때 기사형 광고인지, 아니면 일반적인 광고 형태인지 확인하지 않고, 정부광고가 제대로 게재됐는지 ‘검수’하는 과정에서야 해당 광고가 기사형 광고임을 인식하는 정도라는 것이다. 검수 과정에서도 따로 광고 형태에 따른 분류나 통계 작업은 전혀 하지 않았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기사형 정부광고’의 보편적인 형태는 돈을 준 기관의 이름과 함께 ‘공동기획’이라는 4글자를 넣는 식으로 이뤄진다. 인터뷰 기사든, 기고든, 스트레이트 기사든 상관없다. ‘공동기획’ 4글자를 제목에 넣든 앞부분에 넣든 맨 뒤에 넣든지도 전혀 상관없다.
이에 대해 김 의원 측은 “독자의 눈에는 해당 언론사와 기자가 이름을 걸고 취재해서 쓴 명백한 기사로 보이지만, 실상은 돈을 받고 쓴 광고”라며, “심지어 돈을 받고도 아무런 표시를 하지 않은 광고도 적지 않다. 명백한 불법이다”라고 강조했다.
현행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신문법’) 제6조 제3항에서는 “신문·인터넷신문의 편집인 및 인터넷뉴스서비스의 기사배열책임자는 독자가 기사와 광고를 혼동하지 아니하도록 명확하게 구분하여 편집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시행에 관한 법률」(이하 ‘정부광고법’) 제9조에서는 “정부기관등은 정부광고 형태 이외에 홍보매체나 방송시간을 실질적으로 구매하는 어떤 홍보형태도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또한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에서는 ‘정당한 권원’에 의해 제공되는 것이 아닌 금품의 수수를 금지하고 있는데, 국민권익위원회는 ‘기사형 광고’에 대해 돈을 받고 작성된 기사임을 밝히지 않는 경우 이를 위반한 것으로 유권 해석내린 바 있다.
한편 김의겸 의원 측은 “현재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는 ‘기사형 정부광고’의 경우 이 모든 법들을 위반했거나 위반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의원실이 확인한 대표적인 ‘기사형 정부광고’ 사례를 공개했다.
다음은 김의겸 의원실이 공개한 사례 전문.
조선일보에 1000만원 주고 본인 인터뷰 실은 국립암센터 원장
2021년 6월 22일 조선일보는 1개 면을 통째로 털어 <“술도 발암물질… 아무리 소량이라도 무조건 해롭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제목 아래에는 ‘국립암센터 개원 20주년, 서홍관 원장 인터뷰’라는 문구와 함께 지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서홍관 원장의 사진이 실렸다.
왼쪽 하단 박스에 인터뷰 기사가 실렸고, 기사 하단 한 구석에 ‘공동기획: 조선일보·국립암센터’라는 문구를 넣었다. 명백한 인터뷰 기사이지만 실상은 조선일보가 국립암센터로부터 1000만원을 받고 게재한 광고다.
국립암센터 서홍관 원장은 1000만원의 기관 예산을 들여 인터뷰를 하고 자신의 사진을 큼지막하게 신문 지상에 실었다. 조선일보와 국립암센터가 1000만원 주고받으며 독자를 농락한 것이다.
1000만원 받고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기고문 실은 중앙일보...광고표시 없는 불법광고
2021년 2월 4일 중앙일보는 경제 섹션 내지 하단 귀퉁이에 조율래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이 기고한 칼럼 <과학기술 강국 넘어 과학문화 강국>을 게재했다.
조 이사장은 칼럼에서 “우주 개발, 심해저 탐사, 입자가속기 건설 등 거대 과학과 기초 과학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게 되면, 왜 이런 분야에 투자하는지, 어떤 효용이 있는지에 대한 물음은 당연히 따라올 수밖에 없다”며 “정치권은 물론 일반 국민도 과학기술에 대한 기본적지식과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부 전문가의 신문사에 기고한 전형적인 칼럼이다. 하지만 이 기고문은 ‘정부광고’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이 기고문을 싣기 위해 중앙일보에 1000만원의 광고비를 집행했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이 칼럼 어디에도 ‘돈 받고 실은 글’이라는 표시를 하지 않았다. 명백한 불법이다. 검수과정에서 정부광고로 집계했던 언론재단도 뒤늦게 문제를 인정했다.
2회차 묶어 4500만원짜리 산자부 광고받은 매경, 1회차는 불법광고 실어
2020년 12월 2일 매일경제는 <“부산 엑스포는 국가 역량 세계에 뽐낼 기회”>와 <2023년 부산 현장 실사… 169개국 투표로 최종 결정> 2건의 기사를 실었다.
“2030년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올림픽·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메가 이벤트 중 하나인 ‘2030 부산 월드엑스포’ 유치가 본격화하고 있다” 등의 내용이 담겼는데, 2건 기사 어디에도 ‘공동기획’ 등의 문구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 기사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돈을 낸 정부광고였다.
김의겸 의원실이 확인한 결과 산자부는 이 기사와 12월 21일자에 실릴 기사를 합쳐 2회 분량의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홍보(협찬 기획기사)’에 4500만원의 광고비를 매경에 냈다. 언론재단은 2회 모두를 ‘정부광고’로 분류해 검수했지만, 적어도 12월 2일자 기사는 명백한 불법광고다.
100건 이상 기사화된 정부 보도자료, 한국일보는 왜 910만원 받고 정부광고로 실었나
2019년 11월 20일 한국일보는 <쌀 관세화 협의 5년 만에 종결… 관세율 513% 지켰다>는 제목의 5단 크기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는 “농림축산식품부는 2015년부터 미국 등 5개국과 진행해 온 세계무역기구 쌀 관세화 검증 협의 결과, 관세율 513%가 확정됐다고 19일 밝혔다”고 썼는데, 그 내용의 출처는 농식품부가
19일과 20일 이틀 동안 농식품부의 보도자료는 수십개의 언론에서 약 100건 가량의 기사로 쏟아졌는데, 한국일보의 기사는 유독 ‘공동기획: 농림축산식품부’라는 문구를 달고 910만원 돈을 받은 ‘기사형 광고’였고 광고주는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었다.
농식품부는 언론이 당연히 기사로 쓸 내용을 왜 돈을 주고 실었는지, 한국일보는 왜 이 기사를 광고로 실었는지, 둘 사이에 또 다른 어떤 거래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전면기사 하단 끄트머리에 ‘공동기획’ 넣으면 2730만원짜리 차명정부광고?
2020년 12월 17일 동아일보는 1개면에 <“식품산업 전문 인력 양성”… 푸드테크-미래식품 계약학과 신설>이라는 제목으로 “차세대 유망 산업으로 손꼽히는 식품 산업의 선도 인재 양성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오른쪽 지면 하단 끄트머리에 ‘공동기획: 농림축산식품부’라는 문구가 들어간 이 기사는 독자가 인식하든 못하든 무려 2730만원짜리 광고다.
특히 김의겸 의원실이 언론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이 광고의 광고주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아닌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다. 한마디로 ‘차명 정부광고’인 셈이다.
토요경제 / 김경탁 기자 kkt@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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