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회장 인선, 이재근 남고 이환주 빠져…숏리스트가 던진 신호

경제·금융 / 임종호 기자 / 2026-08-28 22:48:38
국민은행 상반기 순익 2조2254억에도 현직 행장 탈락
전임 행장 이재근, 은행장 3년 뒤 지주 글로벌·WM·SME 총괄
세무조사 영향 단정 어려워…회추위 세부 평가 결과는 비공개
이환주 탈락 뒤 양종희가 기준점…이재근은 내부 대안·권광석은 외부 변수

▲ KB금융 전경[KB금융지주]

 

KB금융그룹 차기 회장 후보가 3명으로 압축되면서 최종 후보에 오른 사람만큼 탈락한 내부 후보가 주목받고 있다. 현직 KB국민은행장인 이환주는 빠지고 전임 국민은행장인 이재근 KB금융 글로벌·자산관리(WM)·중소기업금융(SME)부문장이 살아남았다. 최근 국민은행 실적만 놓고 보면 설명하기 어려운 결과다. 이번 숏리스트는 은행 한 곳의 현재 실적보다 금융지주 전체를 경영할 준비가 얼마나 돼 있는지를 회추위가 별도로 판단했을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27일 6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1차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뒤 양종희 현 KB금융 회장, 이재근 부문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등 3명을 최종 숏리스트로 선정했다. 이환주 국민은행장과 이창권 KB금융 미래전략부문장, 비공개 외부 후보 1명은 탈락했다. 다음 달 11일 2차 심층 인터뷰를 거쳐 최종 후보 1명을 결정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환주 행장의 탈락을 실적 부진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 2조225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1.7% 늘었다. 다만 위험가중자산 대비 수익성을 보여주는 RoRWA는 0.89%로 전년 동기보다 0.04%포인트 낮아져 4대 은행 중 3위에 머물렀다. 절대 이익은 견조했지만 자본효율성에서는 개선 여지가 남았다는 의미다.

이환주 행장의 경력도 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부족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는 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부행장을 거쳐 2021년 KB금융 재무총괄 부사장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다. 이후 KB생명과 KB라이프생명 대표를 지냈고 2025년 국민은행장에 올랐다. 은행과 지주, 보험사를 모두 거쳤다. KB금융이 그를 국민은행장 후보로 추천할 당시에도 ‘지주·은행·비은행 등 KB금융 전 분야를 두루 거친 경영진’이라는 점을 선임 배경으로 제시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최종 후보에 남은 내부 경쟁자는 이재근 부문장이다. 이 부문장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국민은행을 이끌었다. 국민은행 순이익은 취임 첫해인 2022년 2조9960억원에서 2023년 3조2615억원으로 증가했다. 2024년에는 홍콩 H지수 ELS 관련 고객보상 부담에도 3조2518억원을 기록했다. 은행 CEO로서 한 차례의 좋은 실적이 아니라 금리 상승기와 ELS 사태까지 서로 다른 경영환경을 거쳤다는 점이 이력상 차이다.

더 주목할 부분은 은행장 이후의 이동이다. 이재근 부문장은 2025년 국민은행장에서 물러난 뒤 지주로 옮겨 글로벌사업을 맡았고 올해는 WM·SME까지 담당 영역이 확대됐다. 현재 은행뿐 아니라 증권·자산운용 등 계열사에 걸친 WM 사업과 중소기업금융을 지주 차원에서 조율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민은행 WM 수수료이익은 전년 동기 2560억원에서 4460억원으로 약 74% 늘었다. 증시 호황과 머니무브 영향이 큰 만큼 이를 이 부문장 개인의 성과로 돌릴 수는 없지만, 회장 후보 검증기간에 KB금융이 향후 성장축으로 정한 사업을 직접 담당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같은 인사 구조는 KB금융의 기존 후계자 육성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KB금융은 과거 부회장 체제를 통해 후보들에게 여러 사업부문을 맡기고 그룹 전체를 보는 능력을 검증해왔다. 양종희 회장 역시 회장 취임 전 글로벌·보험, 디지털·IT, 개인고객·WM·연금·SME 등 여러 부문을 순차적으로 담당했다. 현재의 부문장 체제도 회장 보좌뿐 아니라 주요 경영진의 그룹 단위 경영능력을 검증하는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렇다고 이환주 행장 탈락을 특정 요인과 곧바로 연결하는 것은 무리다. 일부에서는 최근 국민은행 특별세무조사를 변수로 거론한다. 그러나 회추위는 후보별 평가점수나 탈락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다. 더구나 조사와 관련해 시장에서 거론되는 글로벌 사업을 현재 담당하는 이재근 부문장은 최종 후보에 남았다. 세무조사가 이환주 행장의 탈락을 결정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는다.

이번 결과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현직 국민은행장이 곧 가장 강한 내부 회장 후보’라는 단순한 공식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환주 행장은 지주·보험·은행을 모두 경험했고 현재 국민은행 실적도 견조하다. 그럼에도 회추위는 이재근 부문장을 마지막 내부 경쟁자로 남겼다. 은행장을 마친 뒤 지주에서 글로벌·WM·SME를 다시 맡으며 그룹 단위 경영을 검증받아온 경력이 최종 인터뷰에서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조화준 회추위원장은 후보 압축 직후 “이번 경영승계 절차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모든 이해관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가 차기 회장으로 선임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종 판단의 근거는 다음 달 11일 2차 심층 인터뷰 이후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압축 결과는 남은 3명의 경쟁구도도 보다 선명하게 만들었다. 양종희 회장은 현직 프리미엄에 더해 사상 최대 수준의 그룹 실적과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라는 경영 성과를 갖고 있다. 특별한 경영 실패나 급격한 전략 전환 필요성이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연속성을 선택할 경우 가장 자연스러운 후보로 볼 수 있다.

반대로 회추위가 변화에 무게를 둔다면 내부에서는 이재근 부문장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남았다. 현직 국민은행장인 이환주 행장과 이창권 미래전략부문장이 탈락하면서 내부 후보가 양 회장과 이 부문장으로 사실상 압축됐기 때문이다. 이번 숏리스트가 단순한 은행 실적보다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경험을 중요하게 평가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은 외부 변화의 카드다. KB금융이 외부 후보에게 내부 경영정보를 제공하는 등 실질적인 경쟁 여건을 마련한 만큼 최종 후보에 오른 의미를 낮춰볼 수는 없다. 다만 현직 회장의 연속성과 내부 승계라는 선택지가 모두 존재하는 상황에서 외부 인사가 최종 선택을 받으려면 KB금융에 경영 변화가 필요한 이유를 심층면접에서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하는 구조다.

회추위가 후보별 평가점수나 탈락 사유를 공개하지 않은 만큼 현재 단계에서 순위를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지금까지 드러난 인선 구조만 놓고 보면 양종희 회장이 연속성의 기준점에 서 있고, 이재근 부문장이 내부 세대교체의 대안, 권광석 전 행장이 외부 변화의 선택지로 배치됐다고 볼 수 있다. 다음 달 11일 2차 심층인터뷰에서는 KB금융이 ‘안정적인 연속성’과 ‘새로운 변화’ 가운데 어느 쪽에 무게를 둘지가 최종 승계구도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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