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KB금융 검사, 회장 인사 개입 우려일까

경제·금융 / 임종호 기자 / 2026-08-30 20:00:25
KB금융 사전검사와 양종희·이재근·권광석 3파전 겹쳐
CEO 승계 절차는 감독 대상…후보 평가까지 개입하면 경영 자율성 침해 논란
대통령 ‘이너서클’ 지적 후 지배구조 검사 강화…금감원도 지켜야 할 선 있어
▲ 금감원 표지석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 정기검사를 앞두고 사전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시점은 민감하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양종희 회장과 이재근 KB금융 부문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가운데 다음달 11일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 다만 이번 검사를 양 회장 연임을 겨냥한 표적검사라고 볼 근거는 없다. 쟁점은 검사 자체가 아니라 진행 중인 회장 선임 절차를 금감원이 어디까지 들여다볼 수 있느냐다.

이번 검사는 갑자기 잡힌 일정이 아니다. 금감원은 지난 1월 KB·신한·하나·우리·NH·BNK·iM·JB 등 8대 은행지주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특별점검에 나서면서 CEO 선임·경영승계 절차와 이사회 독립성, 위원회 운영 실태를 중점적으로 보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3월 18일 발표한 올해 검사업무 운영계획에도 은행의 CEO 승계와 사외이사 선임, 성과보수 체계를 점검 대상으로 명시했다. 현재 KB금융 검사는 이런 정책 흐름 속에서 예정된 정기검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그럼에도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있다. 사전검사에서 자료를 수집하는 기간과 KB금융의 최종 회장 후보 결정 과정이 겹쳤기 때문이다. KB금융은 이미 지난 6월 회장 선임 절차를 시작했고 지난 27일 후보를 세 명으로 좁혔다. 다음달 11일 두 번째 심층면접을 거쳐 최종 후보를 정한다. 금감원 본검사는 다음달 중순께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자료를 들여다보는 사전검사는 그보다 먼저 진행되고 있다.

금감원이 CEO 승계 절차를 검사하는 것 자체에는 제도적 근거가 있다. 금융사지배구조법은 최고경영자의 경영승계를 포함한 지배구조 정책을 이사회의 심의·의결 사항으로 규정한다. 대표이사 후보 역시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하고 회사는 그 추천을 받은 사람 가운데 선임해야 한다. CEO 승계가 단순한 기업 내부 인사가 아니라 금융법상 규율되는 지배구조 영역이라는 의미다.

금감원의 검사권도 존재한다. 금융위원회 설치법은 금융감독원에 검사 대상 금융기관의 업무와 재산상황을 검사하는 업무를 부여하고 있고 은행법도 은행이 감독·검사를 위해 금감원장이 요구하는 자료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가 법과 내부규범에 맞게 운영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감독당국의 역할에서 벗어난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검사권에는 범위가 있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은 상시감시 업무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자료를 요구하도록 하고, 검사 사전준비 자료 역시 중복을 피하면서 최소한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감독 목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회추위 내부자료를 제한 없이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이 지점에서 ‘절차 감독’과 ‘인사 개입’의 경계가 갈린다.

금감원이 회장 후보군을 만들기 직전에 내부규정을 특정인에게 유리하게 변경했는지, 외부 후보에게 충분한 검증기간과 정보를 제공했는지, 회추위 구성에 이해상충은 없는지, 사전에 정한 평가기준을 실제 적용했는지 확인하는 것은 감독 범위로 볼 수 있다. 금감원이 지난 1월 8대 은행지주 특별점검에서 실제 문제 사례로 든 것도 롱리스트 선정 직전 규정 변경, 형식적인 후보 접수기간, 자의적인 이사회 전문성 평가 등이었다.

반면 현재 경쟁 중인 양종희·이재근·권광석 후보 가운데 누가 더 적합한지 판단하거나, 회추위원별 후보 평가와 점수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고 그 판단을 변경하도록 압박한다면 성격이 달라진다. 법규와 절차를 검사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 금융회사 이사회의 인사 판단에 감독기관이 들어가는 문제가 된다.

회추위 회의록이나 평가자료도 같은 기준으로 봐야 한다. 규정 위반이나 이해상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을 사후적으로 검증하는 것과, 회장 선임이 끝나기 전에 후보별 평가 내용과 위원들의 판단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는 것은 같은 행위로 보기 어렵다. 특히 현재 금감원이 KB금융에 회추위 회의록이나 후보별 평가표를 실제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는 사실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지배구조를 검사한다’는 사실과 ‘후보 평가자료를 들여다본다’는 추정은 구분해야 한다.

이번 검사에 정치적 의미가 덧씌워지는 배경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금융당국 업무보고에서 금융지주를 둘러싼 ‘부패한 이너서클’을 거론하며 소수가 회장과 은행장 자리를 장기간 돌려 맡는 구조를 문제 삼았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이사회 독립성과 금융지주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했고 이후 금감원은 8대 은행지주 특별점검에 착수했다. 금융위도 지난 1월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키면서 이사회 독립성, CEO 선임의 공정성과 투명성, 성과보수 개선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 때문에 금감원이 지금 지배구조를 보지 않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미 올해 감독계획에 CEO 승계를 넣었고 모든 주요 은행지주를 대상으로 같은 문제를 점검해 왔다. KB금융만 회장 선임 기간이라는 이유로 지배구조 검사를 제외하면 오히려 다른 금융지주와의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대신 더 엄격하게 지켜야 할 것이 검사 범위다.

대통령 발언에서도 두 문제는 함께 등장했다. 이 대통령은 관치금융을 우려해 정부가 직접 관여하지 않았더니 이너서클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하면서도 법과 제도 개선과 함께 현재 가진 권한을 필요한 범위에서 행사해 비정상적인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로 주문했다. ‘방치해서도 안 되지만 직접 인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감독의 딜레마가 그대로 담겨 있다.

최근 국회의 움직임도 같은 경계를 보여준다. 정무위원회는 지난 26일 금융지주 회장 연임 관련 지배구조법 개정안들을 법안소위로 넘겼지만 금융지주 회장의 세 번째 임기를 법으로 원천 금지하는 방안에는 경영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임기를 직접 막기보다 주총 특별결의 등 절차적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부상했다. 입법부조차 민간 금융회사 CEO의 재임 여부를 국가가 직접 결정하는 문제에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감독기관의 검사도 같은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회추위가 법과 내부규범을 지켰는지, 외부 후보에게 공정한 기회를 줬는지,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작동했는지는 볼 수 있다. 하지만 양종희·이재근·권광석 가운데 누구를 차기 KB금융 회장으로 선택해야 하는지는 회추위와 이사회, 최종적으로 주주가 판단할 영역이다.

금감원이 KB금융을 검사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지배구조 역시 정당한 검사 대상이다. 그래서 이번 정기검사의 진짜 관전 포인트는 ‘금감원이 회추위를 검사하느냐’가 아니다. 무엇을 검사하느냐다.

절차를 검사하면 감독이다. 사람을 고르는 데 영향을 미치면 인사 개입이다. 금융지주 회장의 참호를 허물겠다는 지배구조 개혁이 감독당국의 관치금융으로 바뀌지 않으려면 금감원도 그 선을 지켜야 한다는 얘기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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