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프리카 노선 6개 선사·2개 루프로 확대…실제 화물 확보가 수익성 좌우
29조원 전체보다 선대 확대 부문은 ‘몇 척’보다 ‘얼마나 채우느냐’가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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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MM 컨테이너선 [HMM] |
HMM의 29조원 중장기 전략에서 벌크와 컨테이너의 선대 확대 방식이 갈리고 있다. 벌크는 2030년부터 투입할 신조선 8척에 발레와 25년 장기운송계약을 붙였다. 반면 컨테이너는 인도와 동아프리카를 잇는 신규 항로를 확대했지만 실제 확보 물량과 적재율은 운항 이후 확인해야 한다. 같은 선대 확대라도 수익의 가시성에는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22일 HMM과 공시자료를 종합하면 HMM은 지난 8일 브라질 광산기업 발레 인터내셔널과 4조6972억원 규모의 장기화물운송계약을 공시했다. 계약금액은 지난해 연결 매출의 43.13%에 해당한다. 계약기간은 공시상 2030년 4월1일부터 2056년 10월31일까지이며 개별 선박은 각각 25년간 계약에 투입된다. 선박 인도 일정 등에 따라 계약기간이 달라질 수 있고 발레의 선택에 따라 최대 5년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4조6972억원을 1년치 매출과 단순 비교해 외형 확대 효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여러 선박의 투입 시점이 다르고 계약기간도 장기간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주목할 부분은 신조선 인도까지 약 4년을 남겨둔 시점에 장기 운송계약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HMM은 지난 6월 발주한 21만t급 뉴캐슬막스 벌크선 8척을 2030년부터 순차적으로 투입한다. 선박에는 메탄올·에탄올·중유를 사용할 수 있는 3중 연료 추진엔진이 탑재된다. LNG와 암모니아 추진선으로 개조할 수 있는 설계와 풍력보조추진장치도 적용될 예정이다.
발레와의 장기 거래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HMM은 지난해 5월 6360억원, 9월 4300억원 규모의 10년 장기운송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합계 약 1조665억원이다. 지난해 계약에 이번 계약을 더하면서 발레가 HMM 벌크사업에서 장기간 물량을 제공하는 주요 화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이는 HMM이 지난 7월 발표한 2026년 중장기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HMM은 2030년까지 약 29조원을 투자해 컨테이너선대를 166척·147만TEU, 벌크선대를 110척·1352만DWT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회사가 공시한 전략에도 벌크사업의 핵심 방향으로 ‘장기계약 기반의 안정적 성장과 수익성 확대’가 명시돼 있다.
다만 29조원 전체를 선박 투자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 여기에는 선대 확대뿐 아니라 해외 터미널 확보와 친환경·디지털 전환 투자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적재율은 29조원 전략 전체가 아니라 선대 확대 부문의 투자효율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컨테이너에서는 다른 숙제가 남는다.
HMM은 인도와 동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신규 서비스를 9월부터 본격화하고 있다. 처음에는 나바셰바와 문드라에서 다르에스살람과 몸바사를 잇는 단일 GIA 노선을 HMM·COSCO·PIL·인터아시아라인 등 4개사가 공동 운항할 예정이었다. HMM이 8월 발표한 최초 계획은 2800TEU급 선박 5척을 투입하는 구조였다.
이후 운항 구조가 바뀌었다. ONE과 OOCL이 추가로 참여하면서 공동운항 선사는 6개사로 늘었고, 몸바사와 다르에스살람을 각각 연결하는 두 개 루프로 분리됐다. OOCL은 몸바사 노선을 22일, 다르에스살람 노선을 23일부터 시작한다고 공지했고 ONE도 두 노선의 운항 계획을 공개했다. 동아프리카 항만 혼잡에 대응해 정시성과 운항 효율을 높이기 위한 재편이다.
벌크와 컨테이너의 차이는 여기서 나타난다.
발레 계약은 특정 대형 화주와 장기간 운송 관계를 맺어 신조선의 기본적인 가동 기반을 확보했다. 반면 정기 컨테이너선은 여러 화주의 화물을 지속적으로 모아 선복을 채워야 한다. 항로를 만들었다고 수익이 확정되는 구조가 아니다.
신규 동아프리카 서비스에서도 HMM의 실제 화물 확보량과 선복 이용률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공동운항 확대는 항로 안정성과 영업망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사업성을 판단하려면 운항 이후 적재율과 운임, 비용을 확인해야 한다.
HMM의 상반기 실적도 선복 확대와 수익성이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상반기 연결 매출은 6조1210억원, 영업이익은 6230억원이었다. 평균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957로 전년 동기 1701보다 15% 높았지만 중동 분쟁에 따른 운항 차질과 연료비 부담 등이 수익성을 압박했다. HMM도 시장 변동성 속에서 연료비 절감과 선대 운용 효율을 수익성의 주요 변수로 꼽았다.
HMM은 최근 15개월 동안 약 10조원의 투자를 집행했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2030년까지 선박과 터미널, 친환경 설비 등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한다.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중요한 것은 자산을 얼마나 많이 확보했느냐보다 확보한 자산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돈을 버느냐다.
발레 계약은 그 해답의 한쪽을 보여준다. 신조선이 바다에 나오기 수년 전에 25년 장기계약을 확보했다.
컨테이너에서는 이제부터 답을 내야 한다. 인도·동아프리카 네트워크를 넓힌 다음 단계는 실제 화물을 확보해 선복을 채우는 일이다.
HMM의 선대 확대 경쟁력은 결국 배의 숫자가 아니라 배에 실리는 화물에서 판가름 난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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