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8000 시대의 역설…ELD 가입자들 “증시 올라서 오히려 속 탄다”

경제·금융 / 김연수 기자 / 2026-05-27 18:30:29
은행권, 머니무브 막으려 ELD 경쟁 재점화
지수 급등에 ‘낙아웃’ 발동 땐 기본 금리만 지급

[토요경제 = 김연수 기자] 코스피 지수가 8000선을 넘나드는 역대급 불장이 이어지면서 주요 시중은행들이 ELD(지수연동예금) 카드를 다시 꺼내 들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 속에 증권사와 주식시장으로 빠져나가는 자금을 붙잡기 위한 방어 전략이다.

하지만 정작 기존 가입자들 사이에서는 지수가 지나치게 급등할 경우 오히려 수익률이 제한되는 ‘Knock-out(낙아웃)’ 구조 때문에 복잡한 반응도 나타나고 있다.

 

▲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생성한 AI 이미지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26일 ‘KB Star 지수연동예금 26-4호’를 출시했다. 코스피20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1년 만기 상품으로 상승추구형(최저이율보장형), 상승낙아웃형(고수익추구형), 범위수익추구형 등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고수익추구형은 최저 연 2.00%부터 최고 연 10.75%의 만기 이율을 제공한다. 다만 관찰기간 중 코스피200 지수가 기준지수 대비 25%를 초과 상승하면 낙아웃 조건이 발동되면서 최저 수준 금리로 수익률이 확정된다.

IBK기업은행도 같은 날 코스피20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IBK지수연동예금 26-1차’를 출시했다. 안정상승낙아웃형 6개월·1년 구조로 구성됐으며, 지수가 일정 구간 이상 상승할 경우 연 0.5~6.3%, 연 1.5~6.0% 수준의 수익률을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NH농협은행 역시 이날 ‘지수연동예금 26-3호’를 출시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수익Ⅰ형과 수익Ⅱ형 모두 낙아웃 구조가 적용돼 코스피200 지수가 각각 30%, 45%를 초과 상승하면 최저금리로 만기 수익률이 확정된다.

신한은행도 올해 들어 최고 연 10%대 수익률을 내세운 ELD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시장 공략에 나선 상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연간 ELD 판매액이 9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 ‘풍요 속 빈곤’ 된 ELD…“지수 너무 올라도 이자 깎여”

은행권에서 한동안 주춤했던 ELD 판매 경쟁이 다시 불붙는 배경에는 증시 활황과 머니무브 흐름이 맞물려 있다. 직접 주식 투자에는 부담을 느끼지만, 일반 정기예금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는 ‘중위험·중수익’ 수요층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에 따른 고객 투자 수요 다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상품을 출시했다”며 “현재 연 3% 이내인 정기예금 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면서도 투자 손실 우려 때문에 주식시장에 직접 뛰어들지 못하는 고객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고금리 예금 상품을 대체하기보다는 만기 시 원금 보전을 기반으로 증시 상승 기대감을 흡수하는 대안 상품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장 일선에서는 최근 코스피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가팔라지면서 기존 상품의 누적 수익률 구조를 확인하려는 문의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증시 호황기에도 ELD가 주식 투자의 대체재로 자리 잡지 못하는 이유는 상품 구조 자체의 한계 때문이다.

ELD는 모집 자금의 대부분(약 95%)을 정기예금 등에 편입해 만기 시 원금을 보전하고, 나머지 소액 자금을 파생상품 등에 운용해 추가 수익을 추구하는 구조다. 대개 일주일에서 열흘 안팎의 짧은 모집 기간이 지나면 구조를 조금씩 바꾼 상품이 반복 출시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문제는 최근처럼 코스피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이 같은 구조가 오히려 독이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시중에 판매되는 상당수 상승낙아웃형 상품은 투자 기간 중 코스피200 지수가 기준지수 대비 20~25% 이상 상승할 경우 낙아웃 조건이 발동돼 추가 수익 대신 연 2%대 기본 금리만 지급하도록 설계돼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일부 상품은 코스피가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추가 수익 없이 기본 이율만 받게 되는 구조여서 무조건 증시 상승이 유리한 상품은 아니다”라며 “지수가 설계된 구간 안에서 움직여야 기대 수익률을 맞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처럼 증시가 급등하는 구간에서는 기존 가입자 입장에서 직접 주식 투자 수익률과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 원금 하단 지키는 ‘보장강화형’ 대안…예금금리 3%대 공방도 예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권 일각에서는 코스피200과 연계하면서도 수익률 하단을 지켜주는 구조로 상품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신한은행의 경우 최근 코스피200 지수와 연계하되 최소 연 2.75% 수준의 금리를 기본으로 보장하는 ‘보장 강화형’ 구조 상품의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다. 지수 흐름에 따라 연 2.75%에서 최대 3.13% 수준의 추가 금리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다만 안전성을 높여 하단을 단단히 지킨 대신 최고 금리 달성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 직접 투자 수준의 파격적인 고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향후 증시 변동성과 머니무브 흐름에 따라 은행들이 공격적으로 새로운 ELD 구조를 확대하기보다는 시장 금리 흐름에 맞춰 기본 금리를 조정하는 수준에서 방어전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올해 기준금리 흐름과 증권사로의 자금 이탈 영향을 고려하면 정기예금 금리도 연 3% 안팎 수준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며 “은행들도 증시 흐름과 시장 변동성을 지켜보면서 향후 상품 출시 전략을 신중하게 조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요경제 / 김연수 기자 kys@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한화투자증권, RWA 담보 활용으로 사업 확대…체인링크와 가치검증 체계 구축

    한화투자증권, RWA 담보 활용으로 사업 확대…체인링크와 가치검증 체계 구축

    한화투자증권이 실물연계자산(RWA)의 토큰화 사업을 글로벌 유통과 담보 활용으로 확대한다. 단순히 자산을 디지털 증권으로 발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치 검증과 블록체인 간 연결을 통해 금융상품의 활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30일 한화투자증권(대표 장병호)에 따르면 회사는 블록체인 데이터 인프라 기업 체인링크(Chainlink)와 글로벌 디지털자산 플랫

    2
    네이버, 엔비디아 10억달러 투자 납입일 확정…AI 팩토리 자금조달 본궤도

    네이버, 엔비디아 10억달러 투자 납입일 확정…AI 팩토리 자금조달 본궤도

    네이버가 엔비디아의 전략적 투자 일정과 절차를 확정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보라는 선결 조건을 충족하면서 대규모 AI 팩토리 사업에 필요한 자본 조달이 구체화됐다.네이버(대표 최수연)는 30일 엔비디아를 대상으로 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의 납입일을 기존 10월 30일에서 11월 6일로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신주 상장 예정일도 11월 20일에서 27일로

    3
    금융위, 부실 금융사 정리 150일→3~4일 단축 추진…보험사도 적용

    금융위, 부실 금융사 정리 150일→3~4일 단축 추진…보험사도 적용

    금융위원회가 금융시장 전반으로 부실이 확산할 우려가 있는 금융회사를 신속하게 정리하는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보험사도 적용 대상에 포함되며, 긴급 상황에서는 주주총회와 입찰 등 기존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한다.금융위원회는 29일 '금융회사 신속정리제도 도입방안'을 발표하고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과 예금자보호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

    4
    GC녹십자, 헌터증후군 치료제 국내 허가…혈액제제 사업에 1700억 대출 승인

    GC녹십자, 헌터증후군 치료제 국내 허가…혈액제제 사업에 1700억 대출 승인

    GC녹십자가 중추신경계 증상을 동반한 헌터증후군 치료제의 국내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이와 별도로 추진하는 차세대 혈액제제 개발·생산 사업에는 국민성장펀드를 통한 1700억원의 대출 지원이 승인됐다.30일 GC녹십자(대표 허은철)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뇌실투여형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아이씨브이주(Hunterase ICV)'의 국내 품

    5
    현대백화점그룹, 2027년 정기 임원 인사 전략은…장호진·박홍진 부회장 승진

    현대백화점그룹, 2027년 정기 임원 인사 전략은…장호진·박홍진 부회장 승진

    현대백화점그룹이 정기 임원 인사에서 사업별로 서로 다른 전략을 선택했다. 지주사와 식품사업은 기존 경영진의 위상을 높였지만 패션사업은 대표를 교체했다. 백화점에는 신규 출점을 담당할 인력을 재배치했다. 경영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사업별 성장 과제에 맞춰 책임자를 배치한 전략적 인사로 풀이된다.현대백화점그룹(회장 정지선)은 29일 승진 27명, 전보 23명 등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