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회복에 상품수지 흑자규모 확대...6연속 흑자 기조
누적 흑자 165억달러 돌파...한은 예상치 무난히 넘어설듯
| ▲9월 경상수지가 다섯달 연속 흑자를 냈다. 수출이 회복된 덕분이다. 사진은 수출컨테이너로 가득찬 부산항. <사진=연합뉴스제공> |
경상수지의 흑자 폭이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올해 최대인 58억달러의 흑자를 냈다가 7월에 35억달러로 급감한 후 8, 9월 연속 흑자규모가 늘었다.
흑자의 구조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수출 부진 속에 수입이 상대적으로 더 많아 줄어든데서 비롯된 소위 '불황형 흑자' 기조에서 벗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의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회복되며 상품수지, 나아가 경상수지 흑자 구조의 건전성을 높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
아직 누적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기대에 못미친다. 3분기 현재 누적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지난해 같은기간의 65%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난 10월 수출이 긴 침체의 늪을 벗어나 플러스로 전환, 올해 목표(270억 달러) 달성은 물론 300억달러까지 돌파할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까지 나온다.
◇ 반도체 회복에 상품수지 74억2천만달러 흑자 달성
그간 경상수지 적자의 '원흉'이었던 반도체의 회복으로 수출이 살아나고, 국제유가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낮아진 덕에 수입이 큰 폭으로 줄면서 경상수지가 다섯 달 연속 흑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올해 9월 경상수지는 54억2천만달러(약 7조1천100억원) 흑자를 달성했다. 지난 8월에 비해 6억달러 가량 증가했다.
| ▲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9월 국제수지(잠정)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박성곤 한국은행 국제수지팀 차장, 신승철 경제통계국장, 문혜정 국제수지팀장. <사진=한국은행제공> |
지난 5월 19억달러의 흑자를 낸 이후 계속돼온 경상수지 연속 흑자행진이 5개월째 이어진 것이다. 5연속 경상흑자 달성은 지난해 3∼7월 이후 14개월 만이다.
특히 하반기들어 경상수지 흑자폭이 커지고 있는 점이 눈에띈다. 경상수지는 7월(35억달러) 이후 8월 48억달러, 9월 54억달러로 매월 흑자폭이 늘어나는 추세다.
덕분에 3분기까지 경상수지 누적 흑자규모도 165억8천만달러로 불어났다. 1분기 최악의 부진 탓에 작년 같은 기간(257억5천만달러)에 비해선 여전히 35% 가량 부족하지만, 최근의 수출회복 분위기를 감안하면 4분기에 작년수준을 넘어설 수 있을 전망이다.
9월 경상수지를 항목별로 보면 상품수지가 4월 이후 6개월 연속 흑자기조를 이어가며 74억2천만달러의 흑자를 냈다. 전년동기 대비 수출 감소폭이 2.4%까지 좁힌데다, 수입(482억3천만달러)은 14.3%로 급감한 덕분이다.
특히 수입은 에너지 가격 하락 영향으로 작년 9월 대비 20.9% 감소했다. 가스, 석탄, 원유 등 3대에너지원는 수입감소율이 각각 63.1%, 37.0%, 16.2%에 달하며 상품수지 흑자를 늘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 10월 수출플러스로 4분기 경상수지도 호조 기대
서비스수지는 31.9억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경상수지 흑자폭을 더 늘리는데 발목을 잡았다. 상품수지 흑자가 날로 늘어나고 있는 것과 달리 서비스수지는 8월(-15억7천만달러)과 작년 9월(-9억8천만달러)보다 적자가 크게 늘었다.
세부적으로 지적재산권수지가 8월(4천만달러) 흑자에서 한 달 사이 적자(-6억7천만달러)로 돌아섰다. 작년 9월(-4억5천만달러)과 비교해도 적자 폭이 커졌다. 여행수지(-9억7천만달러)는 8월(-11억4천만달러)보다 적자폭이 줄어들었다.
| ▲수출회복으로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연간 300억달러 돌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부산항에 수출용 컨테이너 들이 빼곡하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이제 관심은 10월 이후 4분기 경상수지의 흐름에 모아진다. 전망은 긍정쪽에 더 가까워 보인다. 상품수지의 결과를 좌우하는 수출이 지난 10월에 마침낸 플러스로 전환한 것이 핵심 근거다.
자동차, 선박, 석유제품 등이 선전한 가운데, 반도체가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부가, 고성능 메모리 특수와 범용 메모리의 평균판매가(ASP) 상승으로 D램이 긴 적자의 늪에서 탈출, 한껏 기대를 갖게 한다.
4분기들어 국제유가의 반등으로 수입감소폭이 크게 줄어든 것이 상품수지 흑자폭을 늘리는데 최대 변수이지만, 반도체 수출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우리나라 수출 1위국인 중국수출이 9월(-17.6%)까지 두 자릿수의 감소폭을 보이다가 10월들어 눈에띄게 회복되고 있다. 게다가 북미, 유럽, 일본 등 주요국 수출이 크게 호조를 보이고며 상품수지 흑자 확대 가능성이 더 커졌다.
서비스 수지가 당분간 플러스로 전환하거나 적자폭을 획기적으로 줄일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서비스수지가 전체 경상수지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에서 큰 변수는 아니다.
오히려 변수라면 중동 전쟁의 발발로 인한 국제유가의 반등으로 인해 10월 이후 수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더욱이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와 러시아가 감산과 유통감축을 연말까지 계속한다고 밝혀 국제유가가 4분기 내내 고공행진을 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 한은 "4분기 전망 밝아 270억달러 목표달성 무난"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10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9월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며 "수입증가로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지만, 여행수지 적자 축소로 서비스 수지 적자 규모 역시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이 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3년 9월 국제수지(잠정)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제공> |
4분기 경상수지 전망도 밝은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한은의 목표치인 270억달러 달성은 무난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은의 목표치 달성에 필요한 흑자규모는 약 105억달러다. 4분기 3개월간 월 평균 35억달러만 넘겨도 목표치를 넘는다. 지난 2분기에 월 평균 경상수지 흑자가 45.7억달러에 달했다는 점에서 큰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10월 부터 수출 회복 속도가 더욱 빨라져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3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신 국장은 이와관련, "반도체 경기는 저점을 통과해 완전히 회복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반도체 경기, 수출이 얼마나 빨리 회복될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품목, 수요 등 불확실한 부분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9월 본원소득수지 흑자규모(15억7천만달러)는 전월(14억6천만달러)과 비슷했다. 이 중 배당소득 수지의 경우 한 달 사이 흑자액이 5억6천만달러에서 11억1천만달러로 늘었다.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9월 중 45억2천만달러 불었다.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20억달러,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3억5천만달러 각각 늘었다. 증권투자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채권을 중심으로 65억7천만달러 불었고, 국내기업의 해외채권 발행이 늘면서 외국인의 국내 투자도 13억7천만달러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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