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조원 상환 앞둔 DH, 캐시카우 ‘배민’ 향방 주목…매각 ‘설’에서 ‘전략’으로

유통·소비재 / 황세림 기자 / 2026-04-21 09:00:04
대규모 부채 대응 앞두고 포트폴리오 조정에 배민 매각 거론
국내 1위 플랫폼이자 현금 창출원 ‘배민’, 가치 실현 카드 부상

[토요경제 = 황세림 기자]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모기업 딜리버리히어로(이하 DH)가 대만 사업 매각을 시작으로 자산 재편에 나서며 배민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27년 9조원 규모의 상환을 앞둔 DH가 배민을 수익기반으로 유지할 지, 상환용 구조 조정 대상에 오를지 주목되는 흐름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DH는 지난달 23일 대만 푸드판다 사업을 그랩(Grab)에 약 6억달러(약 9000억원)에 매각하며 이를 전략적 재검토의 첫 단계라고 밝혔다.


사흘 뒤인 26일 확정 실적 발표에서는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성장 회복 지역으로 언급했다. 구독 서비스 강화와 상품군 확대 등이 효과를 냈다고 설명하며 올해도 아시아 핵심 시장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덧붙였다.


◆ 실적·현금 모두 쥔 배민…보유 가치와 매각 카드 사이
 

▲ 배달의민족

 

배민 매각설은 지난 2월 DH가 JP모건을 자산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불거졌다. 배민은 당시 사실무근이라고 대응한 바 있다.

 

다만 IB업계와 외신에서는 DH가 내년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약 63억달러(약 9조원) 규모 부채 상환 부담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배민 매각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현재 주가가 전환사채 발행 당시보다 낮아 주식 전환이 쉽지 않은 만큼 현금 확보 필요성이 커졌다는 해석이다.


DH 입장에서 배민은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자산이다. 국내 1위 플랫폼인데다가 여전히 실적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DH가 저평가 논란과 주주 압박 속에서 자산 재편에 들어간 상황에서는 이런 자산일수록 오히려 가치 실현을 위한 매각 카드로 거론될 여지도 있다.


실제로 우아한형제들은 2023년 약 4127억원을 배당으로 지급했고 2024년에는 약 5372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을 단행했다. 지난해에도 49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소각했다. 최근 3년간 DH 측으로 흘러간 자금 규모는 1조4000억원을 웃돈다.
 

우아한형제들 지분은 DH의 아시아 사업본부인 우아DH아시아가 99.98%, DH가 0.02%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DH가 우아한형제들 지분 전량을 소유하고 있다. 이 상태에서 자사주를 소각하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 DH 측 보유 주식의 상대적 가치가 더 높아지고 향후 배당 몫도 커질 수 있는 구조가 된다.

 

◆ ‘새 주인’에 따라 경쟁 구도 바뀐다

업계에서는 배민이 매각되더라도 시장 판도가 곧바로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배달플랫폼 관계자는 “매각이 현실화한들 그게 곧 시장 지배력 약화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렵다”며 “오히려 적극적인 투자 여력을 가진 인수자가 나설 경우 다른 사업자들에는 더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DH처럼 수익성 중심 운영이 이어질 경우 쿠팡이츠·요기요 등 후발 사업자 추격 여지는 남는다. 반면 새 주인이 점유율 방어를 위해 마케팅과 서비스 투자에 다시 속도를 낼 경우 경쟁 강도는 지금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당사자인 배민은 매각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배민 관계자는 “매각 이슈는 당사에서 확인이 어려운 사안이다”라며 “구독제와 커머스 등 국내 사업 운영 기조는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요경제 / 황세림 기자 hsr@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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