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8.15 광복절맞아 12일 발표한 취임 첫 특별사면의 핵심 대상은 재계 수장들이었다. 이번 특사의 기본 취지를 '민생과 경제회복'이라 규정한 데서 알 수 있듯,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필두로 주요 재계 총수들이 대거 사면대상에 포함된 것은 예상했던 바다. 다만 일부 여야 정치인도 사면대상에 들어갈 것이란 세간의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즉각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낸 것도 당연한 일이다. 민주당 측은 "국민통합의 기회를 저버리고 재벌 총수에 맞춰진 특혜일 뿐"이라고 이번 특사를 강하게 꼬집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통합을 위해서 사면할 때 정치인을 포함하는 게 관례”라며 유독 정치인만 제외한 것에 대한 유감을 표했다. 친문 진영의 핵심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정치인이 제외된 것에 대해 아쉬움의 표현이다.
사면은 헌법상 대통령이 가진 막강한 고유 권한 중의 하나다. 비판은 할 수 있되, 법적으로 이의를 달 수도 없다. 대개 국민 정서는 경제인이든 정치인이든 사면이란 특혜를 주는 것을 절대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사면임에도 예상외로 규모를 최소화했다. 경제위기 극복을 겨냥, 재벌총수들을 대거 포함한 것 외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게 없다.
그 과정이야 어찌 됐든 윤 대통령은 정치인을 배제하고, 경제인만 사면함으로써 경제위기 극복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던지는 효과를 내는 데는 성공했다. 거대 야당과 꼬인 실타래를 풀 절호의 기회는 뒤로하고, 복합 경제위기 돌파를 위한 재벌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모양새다.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거대 야당과의 협치 카드로 활용할 여야 정치인 사면 카드를 뒤로하고 경제인들에게만 특혜를 줬으니, 앞으로 그 이상의 역할로 경제위기 타파에 힘을 보태라는 무언의 압력을 넣은 셈이다. 특히 삼성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은 취임 이후 윤 대통령의 대기업 위주의 정책에 대해 '재벌 편애' '친삼성'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는 것을 감안하면 정치적 부담이다.
.이유야 어떻든 이젠 재계가 답할 차례다. 재벌총수들의 사면에 대한 부정여론을 잠재우는 일은 양적, 질적으로 사회적 책임의 강도를 높이는 것뿐이다. 그래야 재벌 특혜 성난 민심이 그나마 누그러질 수 있다. 사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반도체, 배터리 등 주력산업의 초격차화라는 다분히 대기업 편향적인 정책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에 대한 국민여론이 곱지 않다. 일부 재벌기업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지만, 대기업 위주의 정책이 과하다는 비판적 여론은 실재하고 현실도 그렇다.
이런 상황에 재벌총수들이 대거 8.15특사로 특혜까지 받았으니, 여론이 악화하는 것은 불가항력이다. 대통령 사면 뒤엔 늘 잡음이 따른다. 사면 대상자에 따라 호불호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경제적 영향력이 높은 기업 총수라도 마찬가지다.
결국 방법은 하나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사면 복권된 재벌총수들은 경영일선에 돌아가 고용을 늘리고,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직원의 복리후생도 강화해야 한다. 법적인 꼬리표는 띄더라도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선 민생안정과 경제위기 극복에 모든 힘을 보태야 한다. 그저 죄를 지어도 때가 되면 누릴 수 있는 특혜라고 착각해선 안 된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의 주역은 사실 국민이기 때문이다.
토요경제 / 이중배 산업에디터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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