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보험·재건축 등 부동산 편입 시 제약
유류분 판례 영향…상속 분쟁 가능성 여전해
[토요경제 = 김연수 기자] 금융기관이 생전의 재산 관리부터 사후의 상속 집행까지 대신해주는 ‘유언대용신탁’이 주목받고 있다. 다만 실제 활용 과정에서는 제도적·실무적 한계가 여전히 지적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유언대용신탁 이용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노년층을 중심으로 생전 자산 관리와 사후 분배를 동시에 설계하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상담과 계약도 함께 늘어나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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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령화로 ‘유언대용신탁’ 수요가 늘고 있지만 부동산·법적 제약 등 한계도 지적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 상속 설계 수단으로 부상한 ‘유언대용신탁’
유언대용신탁은 고객이 생전에 금융회사에 자산을 맡기고 사망 이후 미리 지정한 수익자에게 자산을 이전하는 구조다. 공증 등 복잡한 절차 없이 자산 승계를 설계할 수 있어 상속 분쟁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약 3조7000억원 수준으로, 2020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도 관련 상품을 확대하며 시장 대응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KB 위대한유산신탁’을 통해 간편한 상속 설계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신한 SOL메이트 유언대용신탁’을 중심으로 자산 범위와 설계 유연성을 확대했다. 하나은행은 ‘하나 리빙트러스트’를 통해 맞춤형 자산 승계를 지원하고 있으며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도 각각 관련 상품군을 운영하며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령화와 함께 자산 이전 및 상속 설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언대용신탁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유언대용신탁이 다양한 자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사전 설계를 통해 상속 과정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전 검토와 맞춤형 설계를 통해 상당 부분 리스크 대응이 가능한 구조”라며 “전문가 협업을 통한 컨설팅으로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전세·재건축·유류분…현장서 드러난 ‘제약’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제도적·실무적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일부 사례에서는 부동산을 신탁에 편입할 경우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제한되면서 임차인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과정에서 신탁 부동산의 조합원 지위 인정 여부가 불확실해지는 등 예상치 못한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편입 시 전세보증보험 제한이나 재건축 과정에서의 권리 문제 등 실무상 제약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유류분과의 관계에서도 분쟁 가능성이 있어 활용에 신중한 분위기”라고 밝혔다.
실제 법적 쟁점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판례에서는 유언대용신탁 재산이 유류분 반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오면서 해당 신탁을 활용하더라도 상속 분쟁 가능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됐다.
대법원도 수탁자를 단독 수익자로 지정한 구조에 대해 무효로 판단한 바 있어 신탁 설계에 따른 법적 리스크도 여전히 존재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유사 제도가 자리 잡은 상태다. 미국의 ‘Revocable Living Trust(리빙트러스트)’나 일본의 유언대용신탁 등은 상속 절차 간소화와 자산 보호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관련 시장 확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신탁재산은 수탁자의 고유재산과 분리돼 관리되는 만큼 자산 보호 측면에서는 일정 수준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유언대용신탁이 시니어 자산 관리 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앞서 익명을 요구했던 금융 관계자는 “부동산 신탁 관련 규제 정비와 신탁재산의 법적 지위 명확화가 필요하다”며 “제도 정비가 이뤄져야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토요경제 / 김연수 기자 ky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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