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식 체제 반년, SK에코플랜트 ‘AI 인프라 기업’ 전환 본궤도

산업 / 양지욱 / 2026-07-12 21:54:21
반도체 35년 현장 전문가 전면에…팹·데이터센터·소재 밸류체인 결집
FI 지분 1조원대 정리해 IPO 시간표 재설계…1분기 영업익 9314억원
▲ 김영식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겸 사장는 지난해 10월 말 사장으로 내정된 뒤 12월 22일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됐다. [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가 김영식 대표이사 사장 취임 이후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인프라 중심의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에 추진해 온 포트폴리오 재편에 반도체 현장의 실행력을 더하고, 데이터센터 전담 조직과 전문인력을 확충했다. 재무적투자자(FI) 지분도 정리해 기업공개(IPO) 시한에 쫓기기보다 수익성과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 말 사장으로 내정된 뒤 12월 22일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됐다. 현재 장동현 대표이사 부회장과 각자대표 체제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장 부회장이 사업 포트폴리오와 자본시장 대응을 총괄한다면 김 대표는 반도체와 AI 인프라 사업의 실행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대표는 1990년 하이닉스에 입사해 이천 팹(Fab·반도체 생산시설) 담당과 제조·기술담당 등을 거쳤다. SK하이닉스 양산총괄을 맡아 고대역폭메모리(HBM) 대량 양산체계 구축에도 참여했다. SK에코플랜트가 전통 건설회사에서 반도체 인프라와 소재·가스 사업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전환하는 시점에 35년 경력의 현장 전문가를 최고경영자로 배치한 것이다.

반도체·AI 중심의 사업 재편은 김 대표 취임 전부터 시작됐지만, 취임 이후 경영 방향과 실행 조직은 한층 선명해졌다. 장 부회장과 김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SK에코플랜트를 ‘AI 인프라 솔루션 공급자’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 건설에 그치지 않고 핵심 소재와 산업용 가스 공급, 반도체 모듈 제조·유통, 사용 후 자원 관리까지 하나의 사업망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조직도 바꿨다. SK에코플랜트는 데이터센터의 설계·조달·시공(EPC) 기능을 통합한 ‘AI DC사업단’을 신설했다. 울산 AI 데이터센터와 부평 데이터센터 등 대형 사업을 수행하면서 반도체 팹에서 축적한 정밀 시공과 전력·냉각 설비 구축 경험을 데이터센터에 적용하고 있다. 울산 사업에는 설계와 시공 주체가 초기부터 함께 작업하는 ‘빅룸’ 체계와 모듈화 공법도 도입했다.

전문인력 확보에도 나섰다. 지난 5월 설계와 시공, 사업관리 등 반도체 사업 전 분야의 경력직 채용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반도체 플랜트 설계·시공 분야의 신입·경력 인력을 모집했다.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를 일회성 공사 수주가 아닌 장기 핵심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인적 기반을 넓히는 작업이다.

김 대표 영입 당시 주요 과제 중 하나는 IPO였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상장 전 투자유치 과정에서 FI에 2026년 7월까지 상장을 추진하기로 약정했다. 회사도 김 대표 내정 당시 반도체 사업의 성과 창출과 성공적인 IPO 추진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장 환경은 달라졌다. 금융당국은 지난 3월 모회사 일반주주의 권익을 침해하는 중복상장을 ‘원칙금지·예외허용’ 기조로 심사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상장사인 SK㈜가 지배하는 SK에코플랜트가 별도로 상장하려면 상장의 불가피성과 모회사 주주 보호 방안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커진 것이다.

SK㈜와 SK에코플랜트는 상장 시한을 강행하는 대신 FI 지분을 정리하는 방안을 택했다. SK㈜는 약 4000억원을 투입해 FI가 보유한 보통주와 전환우선주 일부를 인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SK㈜의 SK에코플랜트 지분율은 66.7%에서 71.2%로 높아졌다. SK에코플랜트도 잔여 전환우선주를 자체 자금으로 되사들이는 절차를 진행했으며 지난달 6509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을 공시했다. 전체 정리 규모는 약 1조500억원이다.

이는 당초 IPO 일정이 사실상 미뤄졌다는 의미다. 반면 외부 투자자가 정한 상장 시한과 향후 배당 부담을 해소해 시장 상황에 따라 상장 시기를 다시 선택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도 있다. 단기 상장을 위한 외형 확대보다 반도체·AI 사업의 이익을 안정시키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쪽으로 우선순위를 바꾼 셈이다.

취임 후 첫 분기 실적은 사업 재편의 방향성을 보여줬다. SK에코플랜트의 올해 1분기 연결 매출은 4조899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9.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9314억원으로 1261.7%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519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2.8%에서 19%로 상승했다.

반도체 모듈 제조·유통과 재활용을 담당하는 자산 생애주기 사업 매출은 2조3555억원으로 323% 증가했다. 반도체 생산시설과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담당하는 하이테크 사업 매출도 1조4746억원으로 74.7% 늘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형 프로젝트의 공정 진척과 메모리 업황 개선, 반도체 소재·가스 계열사 편입 효과가 동시에 반영됐다.

다만 1분기 실적에는 지난해 12월 편입된 SK트리켐과 SK레조낙 등 반도체 소재 계열사의 실적이 포함돼 있다. 김 대표 취임 이전부터 추진된 사업 재편과 대형 프로젝트의 성과를 모두 개인의 경영 성과로 돌리는 것은 무리다.

그럼에도 취임 후 첫 반년 동안 반도체 중심의 경영 방향을 조직과 인사, 자본정책으로 구체화하고 기존 사업 재편을 실제 이익으로 연결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SK에코플랜트의 성장 전략이 ‘IPO를 위한 외형 확대’에서 ‘수익성으로 기업가치를 입증하는 성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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