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청호나이스 다시 법정으로…렌탈가전 전쟁터 된 ‘디자인’

유통·소비재 / 황세림 기자 / 2026-06-17 17:14:18
노블 공기청정기·서밋타워 유사성 공방…성능·가격 넘어 외관 권리 경쟁 확산
▲ 코웨이 노블 공기청정기(왼쪽)와 청호나이스 서밋타워 공기청정기 [코웨이·청호나이스]

 

렌탈가전 업체들의 경쟁이 성능과 가격을 넘어 디자인권으로 번지고 있다. 코웨이가 청호나이스를 상대로 디자인권 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하면서 제품 외관과 권리 범위를 둘러싼 공방이 다시 법정으로 향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코웨이는 지난 2일 청호나이스의 ‘서밋타워 공기청정기’를 상대로 판매금지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코웨이는 해당 제품이 2021년 출시한 자사 ‘노블 공기청정기’의 디자인권을 침해하고,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에도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웨이가 문제 삼은 부분은 본체의 사각 형상과 비율, 상부 팝업부의 형상, 팝업부가 본체에서 상하로 움직이는 요소 등이다. 회사는 노블 공기청정기 출시 전인 2020년 12월 관련 디자인권을 출원했고, 2021년 4월 등록을 마쳤다고 밝혔다.

코웨이 관계자는 “두 제품의 심미적 요소가 비슷해 소비자가 혼동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며 “별도의 사전 협의나 경고 절차 없이 판매금지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말했다.

렌탈가전 디자인을 둘러싼 공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코웨이는 2024년 교원웰스의 ‘아이스원 얼음정수기’를 상대로 디자인권과 특허권 침해를 주장하며 판매금지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같은 해 쿠쿠홈시스와 청호나이스에도 얼음정수기 관련 경고장을 보냈다. 지난해에는 쿠쿠홈시스의 ‘제로 100 슬림 얼음정수기’를 상대로도 판매금지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분쟁이 반복되는 배경에는 제품 외관이 브랜드 경쟁력의 일부로 작용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정수기와 공기청정기는 렌탈 기간이 길고 가정 내 눈에 잘 띄는 곳에 설치되는 경우가 많다. 제품의 크기와 형태, 색상, 조작 방식이 소비자 선택에 영향을 주는 만큼 외관도 성능이나 기술과 별도로 관리해야 할 자산이 된 것이다.

코웨이가 올해 1월 디자인 모니터링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존에는 제품 출시 이후 개별 사안별로 경고나 소송에 나섰다면, 현재는 경쟁사 신제품과 시장 동향을 상시 확인하고 디자인권 침해 가능성을 검토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청호나이스를 상대로 한 이번 소송은 TF 출범 후 첫 공식 조치다.

코웨이 관계자는 “브랜드 경쟁력과 디자인 자산을 보호하는 목적과 시장 내 모방 디자인 확산을 막으려는 목적이 모두 있다”며 “유사한 제품이 반복적으로 출시되는 흐름에 대응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디자인권 침해 여부는 법원의 판단에 달렸다. 공기청정기는 내부 필터와 송풍구, 조작부 등을 제한된 공간 안에 배치해야 하는 제품이다. 본체와 상부 토출부 형태를 기능상 필요한 구조로 볼지, 특정 제품을 구분하는 고유한 외관으로 볼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청호나이스는 현재까지 소장을 송달받지 못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코웨이가 유사성을 주장한 상부 움직임은 공기 순환 성능을 높이기 위해 자체 개발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청호나이스는 서밋타워 출시 당시 상부 토출부가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바람의 방향을 바꾸는 ‘에어리듬 모션’을 핵심 기능으로 소개했다. 고정된 방향으로 바람을 보내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입체적인 기류를 형성해 공간을 고르게 정화하기 위한 구조라는 설명이다.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현재까지 소장을 송달받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상부 움직임과 관련된 기술은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됐고 관련 특허도 별도로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코웨이가 등록한 디자인의 보호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다. 제품 전체의 심미적 인상이 유사한지, 문제 된 부분이 기능상 불가피한 구조인지, 소비자 혼동 가능성이 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박건홍 파이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디자인권 침해 여부는 제품 전체를 관찰해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기능적인 요소나 이미 알려진 형상은 유사성 판단에서 비중을 낮게 보고 제품의 특징적인 부분에 더 큰 비중을 둔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다른 형태가 있는데도 특정 형태를 선택했다면 기능상 불가피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반드시 해당 형태를 사용해야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경우에는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렌탈가전 시장의 경쟁축은 제품 성능과 가격에서 브랜드 경험과 외관 차별화로 넓어지고 있다. 이번 소송은 단순한 두 회사의 분쟁을 넘어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시장에서 디자인권 보호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 가늠하는 사례가 될 전망이다.

 

토요경제 / 황세림 기자 hsr@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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