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터진 협업, 다시 꺼내든다…패션업계 ‘검증된 조합’ 재활용

유통·소비재 / 김은선 기자 / 2026-09-08 15:44:13
바버·폴스미스 세 번째 컬렉션…빈폴·헌터, 구호플러스·세인트제임스도 후속 협업
일회성 화제 넘어 계절별 상품으로 확장…브랜드 전통·대표 디자인 재해석
▲ 바버x폴스미스 콜라보 캠페인 [LF그룹]

패션업계에서 한 번 반응을 얻은 협업을 다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로 다른 브랜드를 처음 조합해 화제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이미 시장성을 확인한 파트너십을 후속 컬렉션으로 발전시키는 방식이다.

협업 자체가 하나의 장기 상품 전략으로 바뀌는 셈이다. 첫 번째 컬렉션으로 소비자 반응을 확인한 뒤 두 번째, 세 번째 협업에서는 의류부터 신발·액세서리까지 상품군을 넓히고 브랜드를 상징하는 디자인을 새롭게 변주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 헤리티지 브랜드 바버와 디자이너 브랜드 폴 스미스다.

LF가 국내에 수입·판매하는 바버는 7일 폴 스미스와 세 번째 협업 컬렉션을 출시했다. 두 브랜드가 처음 손을 잡은 지난해 10월 이후 약 1년 만에 협업이 세 차례로 확대됐다.

첫 협업에서는 영국 시골 축제를 소재로 삼았다. 바버의 왁스 재킷과 컨트리 스타일에 폴 스미스 특유의 색상과 유머를 결합하고 젖소 무늬, 패치워크 등을 활용한 23종의 상품을 내놨다.

두 번째 협업에서는 범위가 더 넓어졌다. 지난 2월 영국 해안 문화를 주제로 여성복을 새로 추가하고 아우터와 신발, 액세서리 등 상품을 46종까지 확대했다. 바버의 해양 헤리티지에 폴 스미스와 그의 아버지가 촬영한 해변 사진과 스트라이프·체크 패턴 등을 접목했다.

이번 세 번째 컬렉션의 소재는 스코틀랜드 전통 스포츠 축제인 ‘하이랜드 게임’이다. 젠더리스 상품 38종으로 구성했으며 바버의 클래식한 타탄 체크를 폴 스미스의 색상으로 다시 풀어냈다.

바버의 대표 상품인 뷰포트 재킷에는 윈도페인 체크 메리노 울과 딥 네이비 코듀로이를 적용했다. 트랜스포트 재킷 역시 차콜 멜란지 메리노 울로 변화를 줬다.

세 차례 협업을 거치면서 두 브랜드의 관계도 단순한 로고 결합에서 벗어나고 있다. 바버가 갖고 있는 영국 전통과 아카이브는 유지하되 폴 스미스의 색상과 패턴을 활용해 매 시즌 다른 이야기로 다시 만드는 방식이다.

이 같은 ‘후속 협업’은 다른 브랜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빈폴은 지난 5월 영국 웨더웨어 브랜드 헌터와 ‘애니웨더, 애니웨어’ 컬렉션을 선보였다. 두 브랜드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영국식 클래식 이미지를 바탕으로 바람막이와 레인부츠, 방수 가방 등을 구성했다.

구호플러스는 지난 8월 프랑스 캐주얼 브랜드 세인트제임스와 두 번째 협업을 진행했다.

지난해 첫 협업 당시 선보인 티셔츠가 완판되자 후속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세인트제임스의 대표 스트라이프 디자인을 바탕으로 색상을 바꾸고 레이어드 요소를 추가한 5개 상품을 선보였다.

에잇세컨즈도 같은 달 디자이너 브랜드 민주킴과 두 번째 컬렉션을 공개했다. 지난해 첫 협업에서 주요 상품이 완판된 이후 올해는 의류와 액세서리까지 상품 범위를 넓혔다. 민주킴을 상징하는 리본과 프릴, 꽃 자수 등을 에잇세컨즈의 일상복에 적용했다.

반복 협업의 장점은 비교적 분명하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첫 협업을 통해 소비자 반응과 판매 가능성을 이미 확인한 만큼 새로운 파트너를 찾는 것보다 시장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다.

소비자에게도 낯선 브랜드 조합을 다시 설명할 필요가 적다. 첫 협업으로 형성된 이미지를 활용하면서 계절과 소재, 상품군을 달리해 새로운 구매 수요를 끌어낼 수 있다.

특히 오래된 헤리티지 브랜드에는 젊은 소비자와 접점을 넓힐 수 있는 수단이 된다. 기존 대표 상품과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다른 브랜드의 색상이나 감성을 입혀 새로운 상품처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협업이 일회성 마케팅에서 브랜드 아카이브를 활용하는 상품 전략으로 이동하면서 앞으로는 ‘누구와 처음 손잡느냐’보다 ‘성공한 조합을 얼마나 오래 발전시키느냐’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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