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봉환 토요경제신문 발행인 겸 대표이사 |
이 사건은 단순한 체력단련 사고가 아니다. 피해 병사는 간부의 강압적인 팔굽혀펴기 지시를 받은 뒤 근육이 손상되는 ‘횡문근융해증’ 진단을 받았다. 고통을 호소했지만 멈춰지지 않았다는 게 가족 측 주장이다. 병사가 고통을 호소했는데도 지시가 이어졌다면 그것은 훈련이 아니다. 지휘도 아니다. 권한을 가진 사람이 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을 누른 일이다.
최근 포천 예비군 훈련장에서도 20대 예비군이 야간 정찰훈련 중 쓰러져 숨졌다. 정확한 사망 원인과 사고 경위는 조사 중이다. 그러나 국민이 묻는 질문은 분명하다. 훈련 현장의 안전은 충분했나. 응급 대응은 제대로 준비돼 있었나. 국가가 부른 사람을 국가는 끝까지 지켰나.
군대에는 기강이 필요하다. 명령도 필요하다. 그러나 기강은 폭력이 아니다. 명령은 사람의 몸을 부수는 권한이 아니다. 병사의 고통을 참고 견디게 만드는 조직은 강한 조직이 아니다. 고통을 확인하고 멈출 줄 아는 조직이 강한 조직이다.
15사단 강제 팔굽혀펴기 사건과 포천 예비군 사망 사고는 서로 다른 사건이다. 그러나 두 사건이 던지는 질문은 같다. 군은 사람을 먼저 보고 있는가. 훈련 성과와 병영 질서를 앞세우느라 안전과 생명을 뒤로 미룬 것은 아닌가. 사고가 난 뒤에야 “조사하겠다”, “재발을 막겠다”고 말하는 방식으로는 달라질 수 없다.
강한 군대는 병사를 혹사시켜 만들어지지 않는다. 병사의 몸과 마음을 지킬 때 강해진다. 전투력은 공포에서 나오지 않는다. 신뢰에서 나온다. 병사가 지휘관을 믿지 못하고, 부모가 군을 믿지 못하고, 예비군이 훈련장을 불안해한다면 그 군대는 이미 약해진 것이다.
이번에 따져야 할 것은 개인 책임만이 아니다. 15사단 사건에서는 고통 호소가 왜 묵살됐는지, 주변 지휘 체계는 무엇을 했는지, 보고와 감독은 작동했는지 밝혀야 한다. 포천 예비군 사고에서는 훈련 강도, 현장 통제, 응급의료 지원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사고를 일으킨 사람만 처벌하고 끝내면 다음 사고를 막을 수 없다.
군의 폐쇄성도 바뀌어야 한다. 군 내부 사고는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기 쉽다. 피해자는 침묵을 강요받고, 가족은 외부에서 싸워야 한다. 이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같은 일은 반복된다. 수사는 공정해야 하고, 과정은 투명해야 한다. 피해자 보호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2차 피해를 막는 것도 국가의 책임이다.
군의 존재 이유는 국민을 지키는 데 있다. 그 국민에는 군복을 입은 병사도, 훈련장에 불려온 예비군도 포함된다. 국가는 그들을 불렀다. 불렀다면 지켜야 한다. 부모에게 “믿고 보내라”고 말하려면 먼저 군이 믿을 만해야 한다.
강한 군대는 병사를 망가뜨리지 않는다. 강한 지휘관은 부하를 겁주지 않는다. 진짜 기강은 책임에서 나온다. 병사를 소모품처럼 대하는 군대는 위기의 순간 충성을 요구할 자격이 없다. 군이 군복 입은 청년을 사람답게 대할 때, 그 청년들도 위난의 시간에 초개처럼 몸을 던져 조국을 지킬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책임이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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