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신기술 60여종 중 10개 글로벌 수주품목 선정
상반기 글로벌 수주 7.4억달러…개발보다 외부 매출 전환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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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모비스 R&D 테크데이' 로보틱스 핵심부품존 [현대모비스] |
현대모비스(대표 이규석)의 SDV 경쟁은 기술을 얼마나 많이 개발하느냐보다 얼마나 빨리 현대차·기아 밖에서 돈을 버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폭스바겐(Volkswagen)은 중국 샤오펑(Xpeng)과 공동개발한 전자 아키텍처를 양산차로 확대했고, 샤오펑은 이를 다른 글로벌 완성차에도 팔겠다고 나섰다. 현대모비스도 그룹에서 축적한 개발·양산 경험을 비계열 수주로 전환하는 속도가 중요해졌다.
21일 해외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FAW-폭스바겐(FAW-Volkswagen)은 전날 중국에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D. AURA T6’를 출시했다.
중국 전기차 전문매체 씨엔이브이포스트(CnEVPost)는 전 모델에 폭스바겐과 샤오펑이 공동개발한 중국 전자 아키텍처(China Electronic Architecture·CEA)가 적용됐다고 전했다. CEA는 중앙컴퓨팅과 영역별 제어기를 결합하고 차량 전체 무선 업데이트를 지원한다. 상위 2개 모델에는 폭스바겐과 호라이즌로보틱스(Horizon Robotics)의 합작사 카리존(Carizon)이 개발한 운전자보조시스템도 탑재됐다.
핵심은 폭스바겐이 중국 기술을 한 차종에 시험하는 단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5월 출시한 ‘ID. UNYX 07’에도 CEA가 들어갔다. 중국 업체와 공동개발한 전자 아키텍처를 다른 브랜드와 합작사, 양산차로 넓히고 있다.
샤오펑의 다음 행보는 더 직접적이다.
로이터(Reuters)는 지난 17일 “샤오펑은 폭스바겐을 넘어 해외 완성차 업체에 기술을 제공할 계획이다(Xpeng plans to offer its technology to foreign automakers beyond Volkswagen)”라고 전했다. 전자·전기 아키텍처와 스마트콕핏, 튜링(Turing) AI 반도체,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소프트웨어 등이 판매 대상이다. 샤오펑은 이를 위한 별도 사업화 조직도 만들었다.
자동차를 팔던 회사가 자동차의 ‘두뇌’를 별도로 파는 시장에 들어간 것이다.
사업성도 일부 확인되고 있다. 샤오펑의 2분기 서비스·기타 매출은 전년보다 93.9% 증가했고 이 부문 매출총이익률은 75.1%였다. 다만 폭스바겐 대상 연구개발 서비스와 부품 판매 등이 함께 포함돼 있어 순수 SDV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수익성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 상황에서 지난 18일 막을 내린 현대모비스 ‘2026 R&D 테크데이’의 의미도 달라진다.
현대모비스는 전동화와 SDV,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신기술 60여종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10개를 ‘히어로(Hero) 제품’으로 선정해 글로벌 주요 수주품목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북미와 아시아 고객사도 초청했다. 기술전시의 목적부터 외부 수주에 맞춰져 있다는 의미다.
현대차증권은 이를 ‘C to NC’로 해석했다. 기존 자동차 부품 중심의 전통적(Conventional) 사업에서 SDV·로보틱스 등 비전통적(Non-Conventional) 영역으로 이동하는 동시에, 현대차·기아 중심의 캡티브 고객에서 비계열 글로벌 완성차로 고객 기반을 넓히는 전략이다.
삼성증권은 반대편을 짚었다. 현대모비스가 센서와 통신·전력반도체를 넘어 시스템온칩(SoC)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으며 현대차·기아의 SDV 전환이 진행될수록 현대모비스 전장시스템에 대한 그룹 의존도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두 전망은 모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같은 문제를 가리킨다.
현대모비스가 비계열 고객을 뚫으려면 현대차·기아 안에서 먼저 규모 있는 양산 경험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SDV 통합제어기나 반도체·센서 시스템은 기술 사양만으로 글로벌 완성차의 주문을 받기 어렵다. 실제 차량에서 안전성과 성능을 검증하고 대량생산 과정에서 원가와 품질, 공급 안정성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현대모비스에 이런 조건을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큰 첫 시장이다.
그러나 캡티브 물량이 장점이 되려면 한 가지 조건이 붙는다. 그룹 안에서 검증한 기술이 실제 비계열 매출로 넘어가야 한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현대차·기아를 제외한 글로벌 완성차에서 91억7000만달러를 수주했다. 당초 목표 74억5000만달러를 23% 웃돌았다. 올해는 핵심부품과 모듈을 합쳐 118억4000만달러를 목표로 잡았다.
올해 들어 속도는 주춤했다. 상반기 글로벌 고객사 대상 수주는 7억4000만달러에 그쳤다. 현대모비스는 고객사의 전략 변경에 따른 프로젝트 일정 조정과 전동화 시장 성장 둔화로 일부 수주가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회사는 연구개발에 9508억원을 투입했다.
여기에서 현대모비스 SDV 전략의 다음 질문이 나온다.
R&D 비용을 얼마나 쓰느냐보다 그 비용으로 개발한 기술을 몇 개의 완성차에 반복해서 팔 수 있느냐다.
한 고객을 위해 개발한 기술이 다른 고객에게 팔리지 않으면 개발비 회수는 해당 물량에 묶인다. 반대로 현대차·기아에서 양산한 SDV 기술을 북미·유럽 완성차에도 공급하면 같은 연구개발비를 더 많은 차량에서 회수할 수 있다. 비계열 확대는 매출처 다변화인 동시에 R&D 경제성의 문제다.
현대모비스도 이미 이런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회사는 실제 주행 데이터를 활용해 SDV 부품의 검증시간을 줄이는 체계를 구축했고, 글로벌 완성차가 SDV 핵심부품 채택 전 수만시간 규모의 데이터 기반 검증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 자체만큼 ‘검증된 양산기술’이 수주 경쟁력이라는 의미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경쟁자가 이미 한발 움직였다.
폭스바겐은 샤오펑에 지분을 투자하고 공동개발한 전자 아키텍처를 양산차에 적용하고 있다. 샤오펑은 그 경험을 기반으로 다른 완성차에 같은 기술을 판매하려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샤오펑이 기술적으로 현대모비스보다 앞섰다고 단정하는 것이 아니다. 외부 SDV 기술을 사고파는 시장이 실제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모비스에는 기회이면서 압박이다.
현대차·기아라는 대형 고객을 확보한 것은 SDV 기술의 대규모 검증과 양산 경험을 축적하는 데 강점이다. 그러나 기술이 그룹 안에서만 소비된다면 비계열 고객 확대라는 목표와는 거리가 남는다.
따라서 현대모비스의 다음 성적표는 R&D 테크데이에서 공개한 60여종의 기술이 아니다. 글로벌 수주품목으로 선정한 10개 가운데 몇 개가 실제 현대차그룹 밖 수주 장부에 올라가는지가 중요하다.
폭스바겐은 중국 업체와 공동개발한 자동차 두뇌를 이미 양산차에 확대 적용하고 있고 샤오펑은 이를 새로운 수익사업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도 이제 ‘기술을 갖고 있느냐’보다 ‘밖에 얼마나 빨리 파느냐’로 평가받을 시점에 들어섰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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