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AI가 만든 게임 홍수…넥슨 ‘NDC’가 찾은 다음 경쟁력

체크Focus / 황세림 기자 / 2026-06-16 15:18:43
코드·이미지 제작 빨라져 게임 공급 확대…이용자 시간 확보 경쟁 심화
기획·IP·라이브 운영 경험이 새 진입장벽…소규모 팀에는 기회와 부담 공존

“공급은 폭발하는데 이용자의 하루는 여전히 24시간입니다.”

16일 경기 성남시 판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 2026’ 기조강연장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좌석을 구하지 못한 참석자들은 행사장 뒤편에 서서 발표를 들었고, 객석 곳곳에서는 노트북과 수첩에 발표 내용을 옮겨 적는 모습이 이어졌다. 

 

▲ 16일 이정헌 넥슨 일본법인 대표가 ‘NDC 2026’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토요경제]


이날 현장에서 던져진 질문은 인공지능(AI)이 개발자를 대체할 것인지에 머물지 않았다. AI가 코딩과 이미지 제작, 데이터 분석, 시제품 구현의 속도를 끌어올린 이후 게임사는 무엇으로 이용자의 선택을 받을 것인지에 무게가 실렸다.

AI는 게임 제작의 진입장벽을 낮추지만 성공의 문까지 넓혀주지는 않는다. 비슷한 개발 도구를 누구나 활용할 수 있게 되면 더 많은 게임이 시장에 쏟아진다. 이용자가 게임에 쓸 수 있는 시간은 제한돼 있어 신작이 발견되고 선택받기는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다.

강대현 넥슨코리아 공동대표는 이날 ‘구현이 쉬워지는 시대, 우리는 무엇으로 경쟁하는가’를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서 2015년 약 2800개였던 스팀 출시 게임이 지난해 약 2만개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이용자 리뷰 1000개를 넘긴 게임은 608개로 약 3%에 그쳤다.

강 대표는 “시장은 커지는데 성공의 문은 좁아지고 있다”며 “AI가 코드를 더 빨리 짜고 이미지를 더 빨리 그려주지만 우리만 쉬워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쉬워진다”고 말했다.

구현 기술이 보편화될수록 경쟁의 무게는 무엇을 만들지 정하는 기획력과 지식재산권(IP), 라이브 서비스 운영 경험, 이용자 데이터를 해석하는 능력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기술을 보유했는지보다 어떤 이용자 경험을 설계하고, 서비스 과정에서 얻은 학습을 다음 콘텐츠에 어떻게 반영하느냐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이정헌 넥슨 대표도 환영사에서 AI를 인터넷혁명과 산업혁명에 비견되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으로 규정했다. AI가 콘텐츠 생성과 분석에 드는 한계비용을 0에 가깝게 낮추면서 경력자와 신입 모두에게 구현이 쉬워지는 도구가 주어졌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모두가 같은 도구를 손에 쥐게 된 시점에서 차이를 만드는 것은 결국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안목과 판단”이라며 “그 안목은 이용자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 강대현 넥슨코리아 공동대표가 ‘NDC 2026’ 기조강연에서 맥락자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토요경제]

강 대표는 개발자가 장기간 쌓은 장르 이해와 라이브 운영 경험, 이용자들이 만든 관계와 커뮤니티 문화, 개발사에 대한 신뢰를 ‘맥락 자본’이라고 표현했다. AI가 코드와 이미지를 만들어도 특정 게임에서 이용자들이 무엇에 애착을 느끼고 어떤 순간에 이탈하는지까지 자동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예컨대 특정 보스에게 이용자들이 반복해서 패배한다는 데이터만 보면 난도를 낮춰야 한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용자들이 공략을 공유하고 성공을 축하하는 문화가 형성됐다면 높은 난도 자체가 해당 게임의 재미일 수 있다. AI가 분석을 지원하더라도 게임의 성격과 이용자 반응을 읽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역할은 개발 조직에 남는다.

강 대표가 ‘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와 ‘Accumulated Intelligence(축적된 지능)’를 나눠 설명하는 동안 객석에서는 발표 내용을 빠르게 받아 적는 모습이 이어졌다. 구현 능력을 높이는 인공지능과 개발·운영 과정에서 축적한 판단력을 구분한 대목이었다.

올해 NDC에서도 AI는 별도 세션 분야로 다뤄진다. AI를 활용한 조직 생산성과 게임 개발 실무, 머신러닝·데이터 분석 사례 등이 행사 기간 공유된다. 기조강연에서 제기된 ‘구현 이후의 경쟁력’이라는 질문을 실제 개발 현장으로 확장하는 구성이다.
▲ ‘NDC 2026’을 찾은 참관객이 강대현 넥슨코리아 대표의사의 강연을 필기하고 있다. [토요경제]

현장을 찾은 참관객들은 AI가 개발자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보다 기술을 활용해 무엇을 만들고 어떻게 차별화할지를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올해 처음 NDC를 찾았다는 성균관대학교 영상학과 학생은 “AI 활용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기조연설을 듣고 나니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만들지에 대한 기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오늘 게임기획 세션과 인공지능 세션을 모두 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온 20대 게임 개발자 지망생도 “AI 때문에 개발자의 자리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있었는데 발표를 듣고 그 불안은 조금 줄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기술만 잘한다고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자본과 경험도 중요하다는 점에서 현실이 냉혹하게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반응은 AI가 개발 환경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게임을 장기적으로 운영하며 축적한 경험의 중요성도 함께 키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IP와 라이브 서비스 운영 경험, 그리고 이용자 데이터기반 노하우가 AI 시대에도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강 대표는 작은 팀에도 기회가 있다고 봤다. 소규모 조직은 의사결정이 빠르고 이용자와의 거리가 가까워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다음 콘텐츠에 더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축적한 자산의 크기보다 이용자 반응을 얼마나 빠르게 학습하고 다음 작품에 연결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AI는 대규모 인력이 없던 팀에도 시제품 제작과 콘텐츠 생산의 기회를 넓힐 수 있다. 기존 IP가 없는 신생 개발사라도 뚜렷한 취향과 빠른 실행력으로 이용자를 확보할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비슷한 수준의 게임이 쏟아지는 환경에서는 신선한 아이디어만으로 장기적인 선택을 받기 어렵다는 부담도 함께 커진다.

AI 시대의 게임 경쟁은 개발 속도만의 싸움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구현은 쉬워지지만 이용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그 과정에서 기획과 IP, 운영 경험, 이용자 해석 능력의 격차가 다시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진짜 싸움은 구현의 경쟁이 아니라 복리 구조 설계 경쟁”이라며 “AI는 출력물을 점점 더 잘 만들겠지만 약속만은 출력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NDC 2026은 오는 18일까지 AI와 게임 기획, 프로덕션·운영, 비주얼아트 등 9개 분야 51개 세션으로 진행된다.

 

토요경제 / 황세림 기자 hsr@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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