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호나이스, 새 주인보다 먼저 바꾼 '경영 방식'…전문경영 3인 체제 가동

유통·소비재 / 김지영 기자 / 2026-09-09 14:09:55
최진환 그룹 총괄·정창국 핵심 3사 대표·정세형 전략 담당
칼라일 인수 완료 직후 경영진 재편…지주사와 사업회사 역할 연결
▲ 청호그룹 지주사 크리스탈홀딩스코리아는 지난 1일 최진환 전 롯데렌탈 대표를 최고경영자 겸 청호그룹 총괄대표로 선임했다.

 

청호나이스가 칼라일 인수 이후 첫 경영체제를 확정했다. 핵심은 대표 한 명의 교체가 아니다. 그룹 총괄과 재무, 전략을 전문경영인에게 나눠 맡기고 핵심 사업회사 대표를 함께 재편했다. 청호그룹이 새 주인을 맞은 데 이어 실제 경영 방식도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청호그룹 지주사 크리스탈홀딩스코리아는 지난 1일 최진환 전 롯데렌탈 대표를 최고경영자 겸 청호그룹 총괄대표로 선임했다. 최 대표는 칼라일 아시아 선임고문도 맡았다. 그룹 전체 전략과 운영을 총괄하면서 계열사 경영진과 함께 기업가치 제고를 맡는다.

사업회사에는 정창국 전 ADT캡스·에코비트 최고재무책임자가 투입됐다. 정 대표는 청호나이스뿐 아니라 마이크로필터와 엠씨엠 대표도 함께 맡는다. 동시에 크리스탈홀딩스코리아 총괄 CFO를 겸한다. 정세형 전 ADT캡스·에코비트 최고전략책임자는 나이스엔지니어링 대표와 그룹 총괄 CSO를 맡았다. 지주사의 재무·전략 책임자가 주요 사업회사 경영도 동시에 담당하는 구조다.

이번 인사의 특징은 세 사람이 이미 함께 일해 본 경영진이라는 데 있다. 최진환·정창국·정세형 대표는 과거 칼라일 투자기업이던 ADT캡스에서 각각 경영과 재무, 전략을 담당했다. 칼라일이 청호그룹 인수를 끝내자 과거 투자기업에서 손발을 맞춘 경영진을 다시 배치한 셈이다.

청호나이스 입장에서는 경영진 교체 시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연결 매출은 5102억7800만원으로 전년보다 6.7% 늘었다. 6년 연속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448억5100만원으로 31.0% 줄었다. 영업이익률도 2024년 약 13.6%에서 지난해 8.8%로 낮아졌다. 외형 성장과 수익성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

세부 비용을 보면 새 경영진이 어디를 들여다볼지도 가늠할 수 있다. 지난해 보증수리비는 약 185억원으로 전년 약 10억원에서 크게 증가했고 용역수수료도 1199억원에서 1292억원으로 늘었다. 다만 감사보고서만으로 보증수리비 증가가 특정 제품의 품질 문제인지, 비용 추정 방식 변화 때문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새 경영진의 과제는 단순한 비용 삭감보다는 비용 증가 원인을 가려내고 반복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다.

특히 정창국 대표가 청호나이스와 마이크로필터, 엠씨엠을 동시에 맡고 지주사 CFO까지 겸한다는 점은 눈여겨볼 부분이다. 완제품을 판매·렌탈하는 청호나이스와 필터·부품 관련 계열사의 경영을 한 사람이 함께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원가와 계열사 거래, 투자와 자금 배분을 그룹 단위에서 판단하기 쉬운 구조가 만들어졌다.

최진환 총괄대표의 역할은 조금 다르다. 그는 ADT캡스와 SK브로드밴드, 롯데렌탈 대표를 거치며 보안·통신·렌탈 등 고객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사업을 경험했다. 청호나이스 역시 제품 판매와 함께 렌탈계정과 방문관리망이 중요한 사업이다. 최 대표의 경험을 청호나이스의 고객 기반 사업에 어떻게 접목하느냐가 새 체제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제품 쪽에서는 이미 성장 재료가 있다. 얼음정수기를 비롯한 주력 제품 판매가 늘고 있고 매트리스와 홈케어 등으로 사업 영역도 넓어졌다. 다만 이 부분은 이제 청호나이스에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새 경영진이 받아든 숙제는 늘어난 사업을 다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다.

칼라일 인수 이후 청호나이스에서 가장 먼저 나타난 변화는 결국 사람보다 구조다. 그룹 총괄과 재무, 전략을 각각 맡은 전문경영진이 사업회사 경영까지 연결해 맡기 시작했다. 지난해 이미 5000억원을 넘어선 외형을 다시 키우는 것보다 낮아진 수익성을 회복하면서 성장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새 체제의 첫 성적표가 될 전망이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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