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세계일등상품'을 더 늘려야하는 이유

기자수첩 / 조봉환 기자 / 2022-03-14 13:32:39

▲ 조봉환 토요경제신문 발행인

국가의 글로벌 경쟁력을 평가하는 지표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제품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는 국가경쟁력을 평가하는 매우 중요한 지표이다. 더구나 내수 보다는 수출에 더 의존하는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세계 일등제품을 늘려나가는 일은 국가적인 어젠다로 한시라도 소홀히 해선 안된다. 한국전쟁 여파로 인해 세계 최빈국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이제는 경제대국 반열에 진입중인 대한민국의 성공신화도 세계를 석권한 많은 세계일등제품 덕분임을 부인키 어렵다.

 

메모리 반도체를 비롯한 몇몇 제품은 2위국과의 격차가 매우 큰 압도적 수출 1위다,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다. 80년대 군사정권시절 '일본을 이기자'는 극일(克日)이 국가적 목표였는데, 이젠 대부분의 IT분야에서 일본을 넘어 세계 1위를 질주하는 아이템이 많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가 세계 수출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한 상품은 총 77개다. 2019년에 비해 6개가 늘어났다. 품목 수 기준으로 2년 연속 세계 10위다.
 

대단한 성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경쟁국과 비교하면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1위 중국은 무려 1798개 품목이 세계 일등이고, 독일(668개), 미국(479개), 이탈리아(201개) 등이 200개 넘는 세계일등삼품을 보유국이다. 주목할만한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딱 두배가 많은 154개의 일등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30년'이란 비아냥 섞인 소리를 들으며 장기침체 국면을 지속하고 있다. 허나 내수가 강하다는 일본은 여전히 150개가 넘는 수출 세계1위 제품을 보유한 경제대국임을 데이터로 증명된 것이다.
 

우리가 극일에 성공하며 일본경제를 추월했다고 호들갑 떨고 있지만, 아직은 일부 분야에 국한된 얘기다. 내실면에서 보완할 점이 많다. 게다가 경쟁국의 추격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절대로 안주할 상황이 아니라는 뜻이다. 2020년 우리나라의 세계일등제품에 새로 진입한 제품이 17개지만, 반대로 2위 이하로 밀려진 제품도 11개나 된다. 1위를 내준 11개 품목 중 3개는 중국에게 빼앗겼다. 일본과의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한국이 1위, 일본은 2위인 16개 품목 중 점유율 격차가 5% 포인트 미만의 초박빙 상태인 품목도 7개나 된다. 2019년엔 4개였는데 3개가 추가된 것이다. 그만큼 일본의 추격이 더 거세졌다는 방증이다. 우리나라는 수출시장에서 중국과 일본의 샌드위치마크에 놓여있는 제품이 유달리 많다. 우리나라가 일본을, 중국이 우리나라를 벤처마킹하며 경제를 발전시킨 탓이다. 우리나라 수출 1위 품목이 다수 포진한 화학제품과 철강·비철금속 품목군에서 중국과 일본은 2위군을 차지하며 추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배터리, 조선, 철강 등 일부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일등상품을 더 늘려야 진정한 경제대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선진국진입의 지표로 쓰이는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는 수출 확대 없이는 요원하다. 수출규모를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늘리는 지름길은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더 많이 늘리는 길 뿐이다.
 

방법은 끊임없는 연구개발(R&D) 역량 강화와 제품차별화를 통해 글로벌 품질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가격경쟁력으로 승부해선 방법이 없다.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저임금 국가를 상대로 가격경쟁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반도체 1위를 달성한 것도 결국은 생산수율 개선을 통한 품질경쟁력을 높이고, 과감한 R&D투자로 앞선 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정부도 전략을 잘 짜야한다. 현재 1위인 제품에 지원을 더 늘려 확고부동한 1위제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계1등 제품을 더 늘리기 위한 치밀한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차기 윤석열 정부의 산업정책의 큰 방향은 반도체와 같은 일등 제품에 지원을 더 집중해 초격차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우리경제의 근간인 산업을 튼실히 하겠다는 것인데, 일견 틀린 방향은 아니다. 그러나, 경제가, 산업이, 수출이 균형적으로 발전하려면 몇몇 제품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경제대국, 수출강국일 수록 세계시장 1위제품이 많다는 것을 간과해선 곤란하다. 1등제품이 많아 질수록 글로벌 경기 침체나 악재를 견뎌낼 근력이 커지게 마련이다. 차기정부가 세계1등제품을 한 개라도 더 늘리기 위한 정책적 배려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하는 이유다.

 

토요경제 / 조봉환 발행인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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