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사천 시작으로 울산·제주·근거리 국제선까지 단계적 확장
“지역 항공은 공공 인프라…제도적 지원과 운영 기준 개선 필요”
[토요경제 = 전인환 기자] 최용덕 섬에어 대표가 ‘지역 항공 모빌리티(RAM)’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내세우고, 도시와 섬의 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지역 항공망 구축 청사진을 제시했다.
최 대표는 지난 13일 서울 마곡 섬에어 본사에서 열린 그룹 인터뷰에서 노선 확대와 항공기 운영, 지역 항공망 구축 방향 등 향후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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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에어, 13일 서울 마곡 본사에서 열린 최용덕 대표 그룹 인터뷰/사진=전인환 |
최 대표의 첫 경력은 항공업이 아닌 금융권이었다. 고려대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한 뒤 ING은행 서울지점에서 금융권 경력을 시작했으며, 이후 ABN암로, 메릴린치, 바클레이즈 등 글로벌 금융사에서 채권자본시장(DCM) 업무를 맡았다.
이후 미국에서 자가용 비행기를 접한 것을 계기로 2009년 자가용조종사(PPL) 면허를 취득했고, 2015년에는 사업용 조종사(CPL) 면허와 A320 한정 자격까지 갖췄다. 2017년에는 에어로케이에 조종사로 합격하며 항공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 섬에어의 정체성과 사업 구상 배경
최 대표는 에어로케이에 재직하던 2017년 하반기부터 섬에어 창업을 구상했다. 당시 추진되던 흑산도 공항은 활주로가 약 1200m 규모로 계획돼 기존 보잉 737급 항공기의 취항이 어려운 구조였다.
최 대표는 이런 제약이 오히려 새로운 지역 항공 시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우리나라 항공산업과 공항 운영 체계가 대형 항공사와 제트기 중심으로 짜여 있는 만큼, 짧은 활주로와 지방·도서 노선에 특화된 항공사의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판단했다.
이후 코로나19로 운항 업무가 사실상 중단된 시기에는 막연했던 사업 구상을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키기 위해 1년간 엑셀로 수요와 운임, 탑승률, 비용 구조를 설계하며 사업성을 수치로 검증했다.
이를 바탕으로 프랑스·이탈리아 합작 항공기 제작사 ATR과 접촉해 기재 도입과 사업 구조를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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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사의 항공기 ATR 72-600 모형을 통해 해당 기체의 장점을 설명 중인 최 대표/사진=전인환 |
◆ ATR 72-600으로 지방·도서 잇는다
섬에어가 표방하는 지역 항공 모빌리티(RAM)는 기존 LCC와는 결이 다른 사업 모델이다. 최 대표는 주력 기종인 ATR 72-600을 예로 들며, 짧은 활주로와 지방·도서 노선에 특화된 지역 항공망 구축 구상을 설명했다.
ATR 72-600과 같은 72석급 터보프롭 항공기는 2시간 이내 단거리 노선과 짧은 활주로 공항에 적합한 기종이다. 제주처럼 대량 수송 수요가 집중된 일부 노선을 제외하면 지방 단거리 노선에서는 중형 터보프롭 항공기가 수익성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고 보고, 섬에어의 주력 기종으로 ATR 72-600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국내 항공시장에서 보편적으로 운용되는 보잉 737급 기종은 3~4시간 이상 중·장거리 구간에서 효율이 높아 지방 단거리 노선과는 경제성이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최 대표는 소형 항공기에 대한 안전 우려와 관련해서는 ‘인식의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해외에서 알려진 일부 소형기 사고의 경우 섬에어가 도입한 ATR 72-600이 아니라 이미 단종된 이전 세대의 노후 기체에서 발생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섬에어가 도입한 ATR 72-600은 현재 대형 항공사들이 운용하는 제트 여객기와 비교해도 안전성 면에서 부족함이 없는 기종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기체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만큼 난기류 상황에서 흔들림이 더 크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이는 승차감의 차이일 뿐 안전성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 ▲ 김포공항에 도착한 섬에어 1호기 앞에서 섬에어 전직원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섬에어 |
◆ 김포-사천 운항을 시작으로 지역 항공망 구축 본격화
섬에어는 지난달 30일 김포-사천 노선 정기편 운항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상업 운항에 나섰다. 최 대표는 사천공항이 지역 항공 수요에 비해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첫 취항지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사천은 항공우주 산업체가 집적된 지역인 데다 남해안 관광의 관문 역할도 하고 있다. 최 대표는 사천 노선의 주요 이용객으로 KAI와 KEMS 임직원을 언급하며, 관광 수요뿐 아니라 지역 항공산업 종사자들의 안정적인 기업 수요도 첫 취항지 선정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취항을 계기로 섬에어는 사천공항 이용객 회복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시·군 단체 관광객 유치 인센티브 지원과 주요 관광지 연계 혜택을 강화하는 등 사천공항 활성화에 힘을 보탤 방침이다.
향후 노선 확대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다음 취항 노선으로 김포-울산을 준비 중이며, 이후 사천·울산발 제주 노선과 대마도 등 근거리 국제선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구상을 밝혔다. 아울러 도서 지역 취항과 호남권 공항 연결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지역 노선이 공공성이 강한 만큼 기존 LCC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는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지방공항 노선에서 지역 항공사 중심의 역할 분담이 이뤄질 경우 일정 수준 이상의 탑승률을 확보해 큰 손실 없이 운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섬에어의 노선 전략은 계량적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최 대표는 톨게이트 간 차량 이동량 등 공개 교통 데이터를 활용해 지역 간 이동 수요를 분석했다. 그 결과 광주-부산, 군산-부산처럼 KTX 노선이 없거나 고속버스 운행이 부족한 동서 노선에서 유의미한 이동 수요를 확인했다.
또 KTX가 있더라도 서울-여수, 서울-진주처럼 이동 시간이 3시간 30분 이상 걸리는 구간과 울산, 군산처럼 철도역보다 공항 접근성이 더 나은 지역을 공략할 경우 항공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섬에어는 KTX 접근성이 낮거나 인천공항 연계 수요가 있는 지방 거점을 중심으로 지역 항공망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우리나라 항공시장이 인천공항 중심의 허브 앤드 스포크 구조로 운영되는 만큼, 섬에어의 지역 항공망 전략도 이 같은 체계에서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최 대표의 판단이다.
섬에어는 지방공항과 인천공항을 잇는 역할을 맡고, 대형 항공사는 국제선에 집중하는 분업 구조를 통해 지역 항공망 활성화와 연료 효율 개선, 탄소 배출 저감을 함께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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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에어, 13일 서울 마곡 본사에서 열린 최용덕 대표 그룹 인터뷰/사진=전인환 |
◆ 안전은 높이고 손실은 줄이고… 섬에어의 생존 전략
국내 항공시장에서 지역 항공 모델을 내세운 섬에어가 안전성과 수익성이라는 과제를 안고 시장 안착에 나섰다. 업계는 과거 하이에어의 실패 사례를 거론하면서 섬에어의 향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최 대표는 안전성과 신뢰 확보를 위해 섬에어가 신조기 도입과 정비·운항 인력 강화에 힘을 쏟았다고 설명했다.
ATR 72-600이 국내 첫 도입 기종인 만큼 안정성 확보를 위해 첫 항공기를 신조기로 들여왔다. 소형항공사가 첫 항공기로 신조기를 도입하는 것은 보기 드문 사례다. 다만 향후 경영상 중고기를 일부 도입할 가능성은 열어둔 상황이다.
정비 역량 확보를 위해서는 ATR 본사에서 파견된 30년 이상 경력의 정비 전문가가 1년간 상주하며 자사 정비 인력과 본사와의 기술 협업을 지원하고 있다. 작은 문제라도 즉시 자문하고 검증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조종 인력도 기종 특성에 맞는 경력직 위주로 꾸렸다. 최 대표는 초기 1·2분기 채용 단계에서 터보프롭 운항 경험자를 중심으로 조종사를 선발했다. 항공기·조종·정비 측면에서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마련해 신생 항공사에 대한 우려를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수익 구조는 아직 초기 단계다. 최 대표는 지방 노선이 공공성이 큰 만큼 수익성이 낮은 구조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탑승률이 약 80% 이상 확보되면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는 울릉공항 개항 전까지 일부 손실을 감수하는 ‘계획된 적자’ 구간에 있으며, 향후 대마도 등 근거리 국제선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수익성과 관련한 고유가 부담에 대해서도 최 대표는 과도하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고유가·고환율이 항공업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소형항공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충격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항공기 가격과 부품 조달이 달러 기반이라는 점은 동일하지만 자사 기재가 보잉 737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해 유지 비용 부담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또 유류할증료 체계상 유가 상승분이 일정 부분 항공권 가격에 반영되는 구조라는 점도 강조했다. 항공권 총액이 오를 경우 수요가 일부 위축될 가능성은 있지만 제도적으로 항공사가 유가 부담을 전적으로 떠안는 구조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최근 유가 상승으로 경쟁사가 사천 운항을 축소하면서 섬에어의 사천 노선 탑승률이 개선되는 효과도 있었다. 고유가 국면에서 수요가 완전히 사라지기보다는 공급이 줄어들며 재배분되는 측면도 있다는 게 최 대표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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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용덕 섬에어 대표의 사무실/사진=전인환 |
제도적 지원 필요성도 강조했다. 최 대표는 국내에는 지역 항공망을 뒷받침할 공익노선(PSO) 제도가 없고 정책금융 접근도 제한적이라며, 지역 항공을 공공 인프라로 인정하는 정책 신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국내 공항이 대형 항공기 중심으로 설계돼 소형 항공기 운항 시 버스 이동, 푸시백, 지상조업 등에서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공항 운영 기준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섬에어의 핵심 가치로 ‘정시성과 안전’을 꼽았다. 최 대표는 “운송 사업의 본질은 약속한 시간에 승객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울릉도·흑산도·백령도를 연결하는 지역 항공망을 구축해 지역과 지역, 사람과 사람을 잇는 항공사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토요경제 / 전인환 기자 jih@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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