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 과징금보다 무서운 집단 손해배상 기다린다

정치·사회 / 최은별 기자 / 2026-06-16 13:20:07
듀오 피해자 1072명·티빙 9만명 소송 참여…민감정보와 대규모 원고가 기업 리스크 키워
▲ 기사를 바탕으로 작성된 Ai이미지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후폭풍이 과징금 단계를 넘어 집단 손해배상 소송으로 확산되고 있다. 결혼정보업체 듀오는 유출 정보의 민감도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 티빙은 소송 참여자 규모가 핵심 리스크로 떠올랐다. 기업의 개인정보 관리 실패가 이제 행정처분을 넘어 민사배상 부담으로 번지는 흐름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전날 듀오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46명이 제기한 첫 집단손해배상 청구 사건을 조정에 회부했다. 조정은 본격 재판에 앞서 법원이 양측의 합의를 유도하는 절차다. 조정이 성립하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생기고, 불성립되면 사건은 다시 재판으로 돌아간다.

듀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는 이미 1000명을 넘어섰다. 1차 소송 46명에 이어 지난달 14일 455명, 전날 571명이 추가로 소송을 내면서 현재까지 원고는 1072명으로 늘었다. 피해자들은 1인당 1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청구액만 단순 계산으로 약 10억7200만원이다.

듀오 사건의 핵심은 정보의 민감도다. 유출 정보에는 이름, 생년월일, 주소, 휴대전화번호 같은 기본정보뿐 아니라 신장, 체중, 종교, 혼인경력, 직장명, 학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소송 자료에서는 부모 주소와 직장, 이혼 사유, 전 배우자 이름 등 사생활과 밀접한 정보도 거론된다. 결혼정보업체 특성상 유출된 정보가 개인의 평판과 사생활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회원정보 유출보다 파장이 크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4월 듀오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안전조치 의무를 소홀히 했다며 과징금 11억9700만원과 과태료 1320만원을 부과했다. 개보위가 밝힌 유출 피해자는 42만7464명이다. 현재 소송 참여자는 전체 피해자의 일부에 그치지만, 조정 결과가 나오면 후속 소송의 기준선이 될 수 있다.

티빙 사건은 규모가 다르다. 법무법인 지향은 16일 오전 기준 티빙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9만377명이 손해배상 소송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청구액은 원고 1인당 30만원이다. 단순 계산하면 현재 청구 규모는 약 271억원이다. 전날 5만명 수준이던 소송 참여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청구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티빙은 지난 3일 외부의 비인가 접근으로 회원 ID, 성명, 생년월일, 전화번호, 이메일 등 일부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구체적인 유출 경위와 피해 규모를 확인하고 있다. 티빙 측은 공격 IP 차단, 클라우드 접근 통제 변경, 데이터베이스 접속 모니터링 강화 등 후속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듀오와 티빙 사건은 성격이 다르다. 듀오는 결혼정보라는 서비스 특성 때문에 유출 정보의 민감도가 높다. 티빙은 정보 항목의 민감도보다 소송 참여자 규모가 크다. 듀오는 ‘질적 리스크’, 티빙은 ‘양적 리스크’가 기업 부담을 키우는 구조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비용 계산법도 바뀌고 있다. 과거 기업은 개보위 조사와 과징금, 과태료를 주요 부담으로 봤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직접 소송에 참여하면서 민사배상 비용이 별도 리스크로 커지고 있다. 특히 집단소송 참여 절차가 온라인으로 간소화되면서 피해자 모집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조정과 합의가 새로운 변수다. 듀오 첫 소송이 조정에 회부된 만큼 조정금액이 정해지면 나머지 피해자들의 배상 요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티빙 역시 참여자가 9만명을 넘어서면서 재판 전 합의 가능성과 배상 기준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이번 사건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개인정보 유출은 더 이상 일회성 보안 사고가 아니다. 유출 정보가 민감할수록, 피해자가 많이 모일수록 기업의 부담은 커진다. 행정제재를 넘긴 뒤에도 민사소송, 조정, 평판 훼손이 이어진다. 개인정보 관리 실패가 곧 재무 리스크가 되는 시대가 됐다

 

토요경제 / 최은별 기자 ceb@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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