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車부품 공급망 로봇으로 넓힌다…정부 2.3조 투자와 맞물려

산업 / 최은별 기자 / 2026-08-31 12:36:39
정부 2030년 휴머노이드 핵심부품 국산화율 45→80% 목표
아틀라스 액추에이터 공급 이어 모터·핸드·제어SW까지 개발 확대
협력사 AI·로봇 제조기술 공유·5000억 상생보증…양산 생태계 기반 확보
▲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

 

정부가 2030년까지 휴머노이드 생태계에 2조3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현대모비스(대표이사 이규석)가 자동차 부품에서 확보한 양산·협력사 기반을 로봇으로 확장하는 전략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에 액추에이터를 공급하기로 한 데 이어 로봇 모터와 핸드, 제어 소프트웨어까지 개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협력사의 AI·로봇 제조기술과 자금 지원도 강화했다. 개별 로봇부품 개발을 넘어 향후 대량생산을 뒷받침할 공급망을 준비하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

31일 정부와 현대모비스에 따르면 기획예산처는 지난 27일 휴머노이드 생태계 육성에 2027년 6000억원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총 2조3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현재 45% 수준인 휴머노이드 핵심부품 국산화율을 80%까지 높이고 10대 업종별 특화 휴머노이드 양산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정부가 2030년까지 국산 휴머노이드 1080대를 직접 구매해 초기 수요도 만들기로 했다.

정책의 핵심은 완성 로봇보다 부품 공급망에 있다. 국산화율을 35%포인트 끌어올리려면 모터와 액추에이터, 감속기, 제어기, 센서 등 핵심부품을 안정적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필요하다. 자동차산업에서 부품 설계부터 품질관리, 대량양산까지 경험한 현대모비스가 휴머노이드 정책과 맞닿는 지점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1월 보스턴다이나믹스와 협력해 차세대 아틀라스 양산 시점부터 액추에이터를 공급하기로 했다. 회사의 첫 로보틱스 고객이다. 액추에이터는 제어 신호를 실제 관절 움직임으로 바꾸는 핵심 구동장치다. 현대모비스는 회사 추산 기준 휴머노이드 재료비의 약 60%를 액추에이터가 차지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에서 축적한 설계와 신뢰성 평가, 글로벌 양산 경험을 로봇 부품에 적용한다는 전략이다.

사업 범위도 액추에이터에서 끝나지 않는다. 현대모비스는 핸드그리퍼와 센서, 제어기, 배터리팩 등으로 연구개발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실제 지난 25일부터 진행 중인 로보틱스사업실 경력채용에서도 모터설계와 전장기구설계, 로봇 핸드 소프트웨어 인력을 별도로 모집하고 있다. 로봇 핸드 부문은 초소형 액추에이터부터 모터·제어기·임베디드 소프트웨어까지 통합 개발하는 조직이다.

주목할 부분은 현대모비스가 로봇 부품 개발과 함께 기존 자동차 공급망의 제조역량도 AI·로봇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6~27일 협력사 관계자 등 1000여명이 참석한 'M-SPHERE 2026'에서 AI·로봇 기반 생산기술 40여종을 공개했다. 3D 비전 기반 운송로봇과 피지컬 AI 기반 로봇 티칭, 정밀 로봇 자동체결 등 실제 생산현장에 적용한 기술이다. 회사는 이 기술을 국내외 사업장뿐 아니라 협력사와 공유할 방침이다.

자동차 부품 공급망을 단순히 유지하는 게 아니라 협력사의 생산방식 자체를 AI·로봇 기반으로 바꾸려는 시도다. 휴머노이드가 본격 양산 단계에 들어가면 완성 로봇 회사 한 곳의 기술만으로 생산량을 늘리기 어렵다. 핵심부품과 소재·장비를 공급하는 협력사의 품질과 자동화 수준이 함께 올라와야 한다. 현대모비스가 자동차에서 구축한 제조 생태계를 로봇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유다.

자금 지원도 공급망 전략과 연결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8일 하나은행·기술보증기금과 5000억원 규모 상생보증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현대모비스와 하나은행이 300억원을 출연하고 기술보증기금이 이를 기반으로 5000억원의 보증한도를 조성한다. 재무상태보다 기술력과 사업성을 중심으로 심사해 담보력이 부족한 중소·중견 협력사의 연구개발과 생산설비 투자를 지원하는 구조다. 회사는 이 프로그램이 로보틱스와 반도체 등 미래 신사업 협력사 생태계 조성에도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력 측면에서도 공급망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5월 6개월 과정의 '모비우스 부트캠프' 1기에서 270여명의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인력을 배출해 협력사 취업을 연계했다. 향후 교육 범위를 AI와 로보틱스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현대모비스의 로봇 전략은 액추에이터 수주 한 건보다 넓다. 핵심부품을 직접 개발하고 자동차 생산에서 확보한 AI·로봇 제조기술을 협력사와 공유하면서 자금과 인력 지원체계까지 함께 구축하는 방향이다.

정부 정책과도 시점이 맞는다. 정부는 휴머노이드 산업에서 연구개발뿐 아니라 핵심부품 국산화와 대량생산 체계를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자동차산업에서 이미 대규모 협력사 관리와 글로벌 품질관리, 양산 경험을 확보했다. 새로운 로봇 공급망을 처음부터 구축해야 하는 기업과 비교해 활용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이 있다는 점은 강점이다.

아직 실적으로 확인해야 할 부분은 남아 있다. 아틀라스용 액추에이터는 양산 시점에 공급하는 구조여서 현재 현대모비스 실적에서 로보틱스가 차지하는 매출은 본격화되지 않았다. 5000억원 상생보증 역시 9월부터 운영되는 만큼 실제 로보틱스 협력사로 지원 범위가 얼마나 확대되는지도 지켜봐야 한다.

향후 판단 기준은 로봇 관련 매출과 고객 다변화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이후 외부 고객을 추가 확보하고 액추에이터에서 핸드·제어기·배터리 등으로 공급 품목을 넓힌다면 현대모비스의 사업구조도 자동차 부품사에서 로보틱스 핵심부품 공급사로 한 단계 확장된다.

정부가 2조3000억원을 투입해 휴머노이드 핵심부품 국산화율을 80%까지 높이겠다고 나선 시점에 현대모비스는 부품만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대량으로 만들 공급망까지 준비하고 있다. 정부의 로봇 산업정책이 실행 단계로 들어갈수록 자동차에서 축적한 양산 생태계가 현대모비스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토요경제 / 최은별 기자 ceb@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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