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한달만에 35배 뛴 'CP-CD 스프레드'...기업 자본경색 악화일로

체크Focus / 양지욱 기자 / 2022-11-10 12:24:04
은행정기예금에 자금 쏠리며 MMF·수시입출예금 급감, CP금리 5%대 진입 영향
금융당국, PF보증 확대와 정책금융의 ABCP매입 가세로 긴급 진화에 나서 주목
▲ CP금리가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까지 오르고, '스프레드'가 빠르게 확대되며 기업업들의 단기자금 조달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사진은 금융기관이 몰려있는 여의도 전경. <사진=토요경제>

 

자본시장의 대혼란과 심각한 '돈맥경화'를 촉발시킨 '레고랜드사태' 이후 건설사를 비롯, 기업들의 자본 조달에 초비상이 걸렸다. 자본경색이 위험 수위를 넘어서자 정부가 긴급 자금을 대거 풀며 적극적인 진화에 나섰다.


정부의 협조 요청에 1금융권은 긴급 지원사격에 나섰다. 은행들은 자칫 자본경색이 제2금융권의 위기로 사태가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기업어음(CP),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을 적극 매입키로 했다. 단기자본 시장의 경색을 풀어줄 '소방수'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셈이다.


문제는 커질대로 커진 자본 시장의 불안심리가 쉽사리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은행권이 협업을 통해 자본시장의 안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자본경색을 완전히 진정시키기엔 다소 버거워 보인다. 금융계에선 정부와 긴급자금투입과 은행권의 지원사격이 시장의 불안심리를 잠재우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본시장의 경색이 좀처럼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자, 기업과 은행의 신용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자연히 기업의 자금조달 여력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코로나19 대란' 후 최고치 찍은 '스프레드' 


무엇보다 기업과 은행의 자본조달을 위한 신용도를 나타내는 CP(기업어음)와 CD(양도성예금증서)의 금리격차, 즉 스프레드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스프레드는 커진다는 것은 기업들의 자본조달 위험수위가 올라간다는 것과 같다.


실제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일 기준 91일물 CP 금리가 5.02%인데, 91물 CD금리는 3.97%이다. 두 상품간의 금리격차가 1.05%, 즉 105bp(1bp=0.01%포인트)로 2020년 4월 9일(105bp) 이후 최대치다.


2020년 4월 당시는 코로나19사태가 본격화되면서 단기자금 시장 경색 우려가 극대화됐던 시기이다. CP-CD 스프레드는 올들어 10~20bp 수준에 머물다 9월말에 3bp로 연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었다.


그러다 지난달 레고랜드 사태로 신용경색 현상이 확산되면서 급격히 확대되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달 25일엔 52bp, 27일 61bp로 커졌다. 이달들어선 더욱 빠른 속도로 스프레드가 커지며 1일 70bp, 3일 87bp, 4일 91bp로 확대되다 결국 한 달여 만에 저점 대비 무려 35배 높은 105bp까지 껑충 뛴 것이다.


CP-CD간 스프레드는 특별한 상황 반전이 없다면 앞으로도 더 오를 개연성이 높다. 레고랜드사태에 이어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발표와 번복이 자금시장의 신뢰를 떨어트리는 악재로 작용, 금융불안이 계속되고 CP금리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단기자금 시장 경색을 풀기 위한 정부의 긴급 대책이 미진하다는 책임론까지 불거지는 등 상황이 별로 호전되지 않으면서 CP 금리는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정부와 금융권이 대책을 쏟아낸데도 불구, 9일 CP 금리가 전 거래일보다 4bp 오른 연 5.02%로 5%대를 뚫었다. 전날에 이어 또다시 연중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이는 또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 14일 5.17% 이후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CP의 젖줄 역할을 해온 MMF(Money Market Fund)) 설정액이 급감하고 있는 것도 CP 금리를 끌어올리며 스프레드를 확대하는데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CP의 젖줄' MMF에서 자본이탈한게 주요인?


지난 7일 기준 개인 MMF 설정액은 15조9885억원으로, 금투협이 집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최저치다. 언제든 환매가 가능, 대기성 자금으로 간주되는 MMF는 즉시 환금성을 높이기 위해 만기가 짧은 CP 등 단기물을 주로 담는다.


결국 돈맥경화 이슈가 불거지고 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높아지면서 MMF 자금이 은행에 흘러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MMF는 지난달 7일 기준 설정액(17조4천375억원)과 비교하면 한 달 사이에만 무려 1조4490억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MMF에서 이탈한 자본은 은행의 정기예금으로 급격히 쏠리고 있다. 실제 10월 은행권의 정기예금은 역대 최대폭인 56조2천억원 순증했다. 정기예금리가 5%를 넘어서자 시중 자본을 마치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있는 것이다.


개인과 기업이 자본이 저축성예금으로 빠르게 이동, 은행의 수시입출식예금 잔고가 크게 줄어든 것도 CP금리를 높이며 스프레드를 확대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수신 잔액은 2252조1천억원으로 9월말보다 6조8천억원 늘었다.


특히 정기예금이 56조2천억원이나 불어났는데, 2002년 1월 통계 작성 이래 월간 기준 역대 최대폭 증가세다. 반면 수시입출식예금은 44조원 이상 빠져나갔다. 은행 입장에서는 낮은 원가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핵심 예금’인 수시입출식예금이 급격히 쪼그라들어 결국 CP금리를 끌어올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국의 유동성 공급 대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이달중 기준금리 대폭 인상이 확실시되고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가 채권 시장을 짓누르며 기업들의 자본경색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 여건이 좋을 때는 기업 역시 실적이 성장하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인상되고 스프레드가 벌어져도 기업들이 높은 금리를 감당할 여력이 있지만, 지금은 경기위축까지 거론되는 만큼 기업들의 자금 조달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기준금리 상승기조 완화가 상황 반전의 변수


다만, 미국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는 등 선전한 것을 계기로 미국의 초긴축 기조가 다소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발 긴축 완화가 기준금리의 속도조절과 글로벌 금융시장의 진정에 호재로 작용,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란 뜻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자본시장 안정 대책이 시간이 흐를수록 효과를 발휘한다면, CP금리가 안정되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와관련, "얼마 전까지 CP발행이 전무한 수준이었지만, 이제 시장이 조금씩 풀리면서 CP금리가 재형성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CP 금리는 시세가 늦게 반영되는 후행성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 오름세가 이어지겠지만, 다음달경에는 하락 전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10일 부동산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정부 주도로 미분양 주택에 대한 5조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보증 상품을 신설하고 기존 PF 대출 보증을 10조원까지 확대키로해 건설업계의 자금경색이 다소 완화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금융당국도 11일 자금시장 점검회의를 통해 증권사들이 조성한 자체 기금과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 기관을 동원해 단기 자금 시장의 경색 요인이 되는 ABCP의 매입 확대를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ABCP란 자산유동화기업어음으로 은행권에 이어 정책금융까지 나서 ABCP 매입을 늘린다면 시장안정에 적지않이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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