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상생금융 2조 집행…이제 과제는 ‘이용률’이다

경제·금융 / 김연수 기자 / 2026-06-12 14:28:10
포용금융 확대 속 지원 규모는 커졌지만, 접근성·체감 성과 지표는 여전히 부족
▲ [연합뉴스]

 

은행권의 상생금융과 포용금융이 조 단위 지원 단계에 들어섰다.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이자 환급, 대환대출, 서민금융 공급이 확대되고 있고, 주요 금융지주들도 중장기 지원 계획을 내놓고 있다. 다만 이제 쟁점은 지원 금액이 아니다. 실제 필요한 사람이 얼마나 쉽게 이용했고, 생활 안정이나 재기 지원으로 이어졌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지난해까지 총 2조1000억원 규모의 민생금융 지원을 집행했다. 이 가운데 1조5000억원은 자영업자·소상공인 이자 환급 중심의 공통 프로그램에 사용됐다. 나머지 6308억원은 은행별 자율 프로그램에 투입됐다. 소상공인과 소기업, 청년, 금융취약계층 지원, 저금리 대환 등이 주요 내용이다.

정부도 포용금융 확대에 나서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포용적 금융 대전환’을 통해 2028년까지 새희망홀씨 공급 규모를 6조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새희망홀씨 공급액은 4조167억원으로 처음 연간 4조원을 넘어섰고, 올해 목표는 5조1000억원으로 상향됐다.

평가 방식도 바뀔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포용금융 종합평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서민금융과 소상공인 지원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그 결과를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5대 금융지주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농협금융은 향후 5년간 총 70조원 규모의 포용금융 계획을 발표했다. 지원 대상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그치지 않는다. 청년, 금융취약계층, 금융교육, 디지털 접근성 개선, 재기 지원까지 포함된다.

현장에서도 관련 조직과 프로그램은 늘고 있다. 한 시중은행은 올해 포용금융 추진 목표를 1조2100억원으로 잡고, 1분기 기준 4821억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목표 대비 이행률은 39.8%다. 새희망홀씨대출, 새희망홀씨 선순환 포용금융 프로그램, 상생 대환대출, 배달앱 연계 이차보전대출 등이 주요 사업이다.

취약차주 재기 지원도 병행되고 있다. 같은 은행은 서민·취약계층 재기 지원을 위해 2694억원 규모의 소멸시효 포기 특수채권 감면을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개인, 개인사업자, 보증인을 포함해 3395명이 대상이다.

다만 이 같은 수치는 대부분 공급자 관점의 성과다. 얼마를 공급했고, 목표 대비 얼마나 집행했는지는 확인된다. 그러나 신청자 중 실제 승인 비율이 얼마인지, 지원을 받은 차주가 얼마나 금리 부담을 줄였는지, 폐업 위기나 연체 위험에서 벗어난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는 충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은행 내부의 성과 관리도 강화되고 있다. 일부 은행은 포용금융 전담 부서를 두고 관련 과제와 실적을 관리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도 포용금융 분과를 통해 취약 차주와 소상공인 지원 현황을 점검하고, 관련 실적을 경영 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 관리가 곧 소비자 체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포용금융이 실질적인 제도로 자리 잡으려면 지원 실적뿐 아니라 이용 경로, 탈락 사유, 사후 효과까지 함께 관리돼야 한다. 특히 자영업자와 고령층, 저신용 차주는 제도를 알지 못하거나 신청 절차에서 막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은행권 공동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소상공인 800명을 대상으로 2100회의 일대일 컨설팅을 제공했다. 창업부터 경영, 폐업, 재기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참여자 만족도는 평균 94.3점으로 집계됐다.

이 역시 의미 있는 지표지만 한계는 있다. 만족도는 참여자의 반응을 보여줄 뿐이다. 컨설팅 이후 매출이 회복됐는지, 대출 연체가 줄었는지, 폐업을 막았는지 같은 후속 성과와 연결돼야 정책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

접근성 문제도 남아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은행 점포 수는 2020년 말 6427개에서 지난해 9월 말 5523개로 줄었다. 5년 사이 904개 점포가 사라진 셈이다. 은행 업무가 빠르게 디지털화되면서 대면 창구에 의존하는 고령층과 금융취약계층의 불편은 커질 수 있다.

고령층의 디지털 격차도 여전하다. 한국은행 조사에서 60대 이상의 모바일 금융 이용 경험 비율은 53.8%로 높아졌지만, 20~40대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 모바일 앱 설치, 본인 인증, 비대면 서류 제출 같은 절차는 취약계층에게 장벽이 될 수 있다.

은행권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은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 금융교육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기초연금 수급 고객을 대상으로 착오송금 회수 비용과 피싱·해킹 피해를 보장하는 금융안심 보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포용금융은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고객의 재기와 자립을 돕는 과정”이라며 “성과를 금액이나 지원 규모만으로 환산하기는 어렵고, 금융 접근성 개선과 경제활동 복귀, 생활 안정 등 고객에게 미치는 변화를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포용금융의 다음 과제는 숫자의 전환이다. 지금까지는 집행액과 공급액이 중심이었다. 앞으로는 이용률, 승인율, 재신청률, 금리 절감 효과, 연체 개선, 폐업 방지, 재기 성공률 같은 체감 지표가 필요하다.

은행권의 상생금융은 이미 규모 면에서는 상당한 단계에 들어섰다. 그러나 제도의 성패는 돈을 얼마나 풀었는지가 아니라 필요한 사람이 얼마나 쉽게 접근했고, 실제로 삶이 나아졌는지에 달려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포용금융 종합평가도 이 지점까지 들여다봐야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토요경제 / 김연수 기자 ky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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