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기준환율 한 달 만에 또 인하…국산품 달러값 오른다

유통·소비재 / 김은선 기자 / 2026-09-10 10:50:03
4사 1400원→1350원…최근 1년 새 다섯 번째 조정
환율 급락에 수입 명품 원화 부담은 줄어
국산품 달러가격 상승…외국인 수요·마진은 변수
▲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서 여행객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면세점 4사가 국산품 가격 산정에 쓰는 기준환율을 한 달 만에 달러당 1400원에서 1350원으로 다시 조정한다. 외국인 관광객은 환율 조정만큼 상품을 비싸게 사는 셈이여서 향후 면세점 수익성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신라·신세계·현대면세점은 기준환율을 달러당 1400원에서 1350원으로 50원 내린다. 롯데와 현대는 이날부터, 신라와 신세계는 11일부터 적용한다.

지난달 초 1500원에서 1400원으로 낮춘 데 이은 추가 조정이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 6월 초 1560원대에서 이날 1330원대까지 떨어지자 실제 환율과 기준환율의 격차를 다시 줄이는 것이다.

조정 속도도 빨라졌다.

면세점들은 지난해 6월 기준환율을 1400원에서 1350원으로 내린 뒤 같은 해 11월과 올해 3월·7월 각각 50원씩 올렸다. 이후 지난달과 이달 연달아 낮췄다. 최근 1년간 다섯 차례 바뀐 셈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통상 3~4년에 한 번 조정할 정도로 변동이 크지 않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기준환율은 면세점이 원화로 매입한 국내 브랜드 제품의 달러 판매가격을 정할 때 사용한다. 환율을 낮추면 같은 원화 가격의 상품이라도 달러 표시가격은 올라간다.

15만원짜리 국산 화장품을 기준환율 1500원으로 계산하면 100달러지만 1350원을 적용하면 약 111달러가 된다. 이번 조정이 외국인 고객에게는 가격 인상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이유다.

면세업계는 이를 고환율기에 낮아졌던 국산품의 달러 가격을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원화 가치가 떨어졌을 때는 외국인 고객이 백화점이나 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 등 시내 유통채널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기준환율을 높였다. 달러 표시가격을 낮출 수 있었지만 면세점이 떠안는 마진 부담은 커졌다.

환율 하락은 수입 명품을 구입하는 내국인에게는 반대 효과를 낸다. 달러 판매가격이 같다면 실제 카드 결제 때 부담하는 원화 금액이 줄어든다.

판매가 5500달러인 디올 레이디백 미니를 예로 들면 3개월 전 환율 1524.5원을 적용할 경우 약 838만원으로 백화점 정가 750만원보다 88만원 비쌌다. 이날 환율 1336.1원으로 계산하면 약 735만원으로 낮아져 백화점보다 15만원 저렴해진다.

면세점 입장에서는 환율 급변 자체가 부담이다. 고환율기에 매입한 재고를 원화 강세 국면에서 판매할 경우 상품별 매입·판매 시점에 따라 환율 손익이 달라질 수 있다. 국산품은 기준환율을 낮춰 달러 판매가격을 높일 수 있지만 외국인 고객의 가격 경쟁력은 떨어진다.

상품기획자(MD)의 재고 운영도 복잡해졌다. 몇 달 뒤 환율을 예상해 매입 규모와 시점을 정해야 하는데 기준환율 조정 주기가 짧아지면서 가격과 재고 전략을 동시에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환율 하락의 효과는 고객과 상품에 따라 엇갈린다. 내국인은 달러로 가격이 정해진 수입 명품의 원화 구매 부담이 낮아질 수 있다. 반면 국산품은 기준환율 인하로 달러 표시가격이 올라 외국인에게 불리해진다.

면세점 4사가 불과 한 달 만에 기준환율을 다시 손본 것도 이 같은 환율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환율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면세점의 경쟁 기준도 단순한 할인율에서 가격 조정 속도와 재고 관리 능력으로 넓어지고 있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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