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美 ESS 9GWh 수주…EV 공장 전환 성과

산업 / 최은별 기자 / 2026-08-31 10:25:44
네오볼타 파워에 2027년부터 5년간 LFP 셀 공급
계약금액 업계 추산 1.5조…추가 9GWh 협력도 추진
조지아 EV라인 ESS 전환…지난해 확정 수주보다 9배 확대
▲ SK온 테네시 공장 전경 [SK온]

 

SK온이 미국에서 9GWh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장기 공급계약을 따냈다.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해 미국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전환하는 전략이 대형 장기 수주로 이어졌다. 전기차용 하이니켈 배터리에 집중했던 사업구조를 ESS용 LFP 배터리로 넓히면서 미국 공장 가동률을 높일 수 있는 물량도 확보했다.

SK온은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관훈캠퍼스에서 미국 ESS 업체 네오볼타 파워와 ESS용 배터리 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31일 밝혔다. 네오볼타 파워는 미국 에너지 기술기업 네오볼타의 자회사로 조지아주 팬더그래스에 ESS 생산시설을 두고 있다.

계약에 따라 SK온은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9GWh 규모의 리튬인산철(LFP) 파우치형 배터리 셀을 공급한다. 배터리는 SK온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 생산한다. SK온은 계약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약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한다. 따라서 1조5000억원은 확정 공시금액이 아니라 추정치다.

이번 계약은 SK온의 미국 ESS 사업이 초기 수주 단계에서 장기 공급 체제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SK온은 지난해 9월 미국 플랫아이언 에너지 개발과 1GWh 규모의 ESS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추가로 확보한 6.2GWh는 확정 수주가 아니라 플랫아이언이 추진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우선협상권이었다. 이번 네오볼타 계약은 확정 물량 9GWh로, 지난해 첫 계약의 확정 물량과 비교하면 9배다.

생산전략도 바뀌고 있다. SK온은 플랫아이언 계약 당시 조지아 SK배터리아메리카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ESS용 LFP 배터리 라인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한 상황에서 기존 생산시설을 활용해 빠르게 커지는 북미 ESS 수요를 흡수하려는 전략이다. 새 공장을 짓기보다 이미 확보한 미국 생산능력의 용도를 넓히는 방식이다.

이번 네오볼타 물량 역시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전기차용으로 구축한 생산거점이 ESS 수주 기반으로 활용되는 셈이다. 다만 이번 계약만으로 SK온의 미국 전기차 생산능력 전체가 ESS로 전환됐다고 볼 수는 없다. 회사가 추진하는 것은 조지아 공장 일부 라인의 전환이다.

추가 협력 가능성도 있다. SK온은 연내 네오볼타 파워와 별도의 9GWh 규모 계약을 추진할 계획이다. SK온이 LFP 셀을 공급하면 네오볼타 파워가 이를 배터리 팩으로 조립하고, SK온이 완성된 팩을 다시 구매하는 방식이다. 이 계약까지 성사되면 양사가 협력하는 물량은 총 18GWh로 늘어난다. 현재 확정된 공급계약은 9GWh이며 나머지 9GWh는 추진 단계다.

SK온만의 움직임도 아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테네시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ESS용 LFP 생산으로 전환했고, 올해 말까지 북미 ESS 생산능력을 50GWh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SDI도 미국 인디애나주 스타플러스에너지의 전기차 생산라인 일부를 ESS 생산으로 전환해 NCA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으며 올해 4분기 LFP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국내 배터리 3사가 동시에 ESS 쪽으로 생산능력을 옮기는 이유는 전기차와 ESS의 수요 방향이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캐즘으로 공장 가동률 부담이 커진 반면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투자가 늘면서 북미 ESS 시장은 새로운 배터리 수요처로 부상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상반기 ESS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4.6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SK온의 이번 9GWh 계약은 이런 사업 전환이 실제 장기 수주로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직 ESS가 전기차 수요 둔화를 모두 메울 수준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전기차용으로 지어놓은 미국 공장의 활용도를 높이고 하이니켈 중심 제품군을 LFP로 넓힌다는 점에서 SK온이 전기차 캐즘에 대응할 두 번째 수익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은 한 단계 진전됐다.

 

토요경제 / 최은별 기자 ceb@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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