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건설, 낮은 부채보다 무거운 이봉관 리스크

부동산·건설 / 위아람 기자 / 2026-06-29 13:34:26
총수 1심 집행유예·임원 횡령·공정위 조사·영업익 급감…지주택 강자의 신뢰가 시험대
▲서희건설 사옥[연합뉴스]

서희건설의 불안은 재무제표가 아니라 신뢰 문제다.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이 김건희 씨에게 청탁과 함께 고가 귀금속을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서다.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상장 건설사 회장이 청탁성 금품 제공 사건의 당사자로 법정에 섰다는 사실만으로도 회사에는 무거운 평판 리스크다.

서희건설은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이 사업은 단순 도급공사와 다르다. 조합원 모집, 토지 확보, 인허가, 금융 조달, 추가 분담금 협의가 긴 시간 맞물린다. 시공사의 신뢰가 사업의 속도와 비용을 좌우한다.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개인 문제로만 끝나기 어려운 이유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6일 김건희 씨 알선수재 등 사건 1심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이 제공한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그라프 귀걸이 등 고가 귀금속과 청탁 사이의 대가성을 인정했다. 이 회장 측이 항소할 수 있고 최종 판단은 남아 있다. 그러나 시장의 평가는 판결 확정 전에도 움직인다. 건설사는 신용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신뢰로 현장을 움직인다.

내부통제 문제도 이미 드러났다. 서희건설은 지난해 현직 임원의 횡령·배임 혐의 발생을 공시했다. 금액은 13억7500만원 규모였다. 회사는 해당 금액이 회수됐고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사건은 주식 매매거래 정지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로 이어졌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4월 상장유지를 결정하면서 거래는 재개됐지만, 거래 재개가 내부통제 문제의 해소를 뜻하지는 않는다.

실적도 흔들렸다. 한국신용평가 자료에 따르면 서희건설의 2026년 1분기 연결 매출은 1917억원으로 전년 동기 2870억원보다 33.2% 줄었다. 영업이익은 509억원에서 105억원으로 급감했다. 영업이익률도 17.7%에서 5.5%로 내려앉았다. 주요 지역주택조합 현장 준공, 신규 착공 지연, 고정비 부담, 대손상각비 등이 영향을 줬다. 한때 고수익을 떠받친 지주택 중심 구조가 이제는 성장 둔화의 원인으로 바뀌고 있다.

다만 재무 안전판은 있다. 2026년 3월 말 기준 서희건설의 연결 부채비율은 51.4%로 낮은 편이다. 순차입금도 마이너스 구조다. 수주잔고와 사업약정 현장도 남아 있다. 당장 유동성 위기에 몰린 회사로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부채가 아니라 신뢰다. 낮은 부채비율이 오너 리스크와 내부통제 의문까지 덮어주지는 못한다.

후속으로 따져볼 지점은 지주택 사업이다. 지주택은 조합원 신뢰와 금융기관 판단에 민감하다. 총수의 1심 유죄 판단과 임원 횡령 이력이 조합원 모집, 금융 조달, 신규 착공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별도 검증이 필요하다. 서희건설의 사업 구조상 평판 리스크가 실제 사업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애플이엔씨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회장 장녀가 최대주주로 알려진 애플이엔씨에 대한 서희건설의 부당지원 의혹을 조사해왔다. 애플이엔씨는 서희건설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로, 승계와 내부거래 논란의 중심에 있다. 위법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오너 일가 회사와 상장사 사이의 거래 구조는 지배구조 신뢰를 가늠할 핵심 쟁점이다.

결국 서희건설은 숫자보다 신뢰의 시험대에 섰다. 회장의 1심 집행유예, 임원 횡령에 따른 거래정지 이력, 본업 영업이익 급감, 애플이엔씨 부당지원 의혹까지 겹쳤다. 관련 논란이 진행 중인 만큼 시장의 의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 서희건설이 지금 답해야 할 것은 실적 방어가 아니다. 오너 리스크와 경영을 분리할 수 있는지, 내부통제와 지배구조를 다시 믿을 수 있는지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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