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2028 엔비디아 자율주행 먼저…2029 자체 AI 승부

산업 / 임종호 기자 / 2026-09-15 10:36:27
2028년 엔비디아 L2+·L2++ 양산…2029년 하반기 Atria AI 투입
자체 시스템 당초 2027년 말보다 약 2년 늦어져
글로벌 700만대 판매 기반 데이터 확보…외신도 ‘속도와 기술자립’ 주목
▲ 아이오닉5 기반 자율주행 테스터카.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그룹이 자체 자율주행 시스템 ‘Atria AI(아트리아 AI)’ 양산을 2029년 하반기로 늦추는 대신 2028년 엔비디아와 공동 개발한 시스템을 먼저 투입한다. 당장의 기술 격차는 외부 협업으로 줄이고 양산차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다시 자체 AI에 학습시키는 전략이다. 자율주행 경쟁에서 속도와 기술 내재화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15일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로드맵을 종합하면 엔비디아 솔루션 기반 레벨 2+ 차량을 2028년 상반기, 레벨 2++ 차량을 같은 해 하반기 양산할 계획이다. 이후 현대차·기아 AVP본부와 포티투닷이 공동 개발하는 E2E(엔드투엔드·인지부터 판단과 주행까지 하나의 AI 모델로 처리하는 방식) 기반 Atria AI 레벨 2++를 2029년 하반기 양산차에 적용한다.

여기에는 일정 후퇴가 있다. 로이터는 현대차그룹의 자체 운전자보조 시스템이 당초 2027년 말 출시 예정이었지만 2029년 하반기로 약 2년 늦어졌다고 보도했다. 테슬라와 중국 업체들이 고도화된 운전자보조 기술을 빠르게 내놓는 상황에서 자체 기술의 양산이 늦어지면서 “당분간 엔비디아 의존도가 높아졌다(leaves Hyundai more reliant on Nvidia)”는 분석도 나왔다.

현대차그룹의 판단은 다르다. 박민우 현대차·기아 AVP본부장 사장은 자체 레벨 2++를 더 빨리 내놓을 수도 있었지만 장기적인 기술 목표에 내부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일정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와의 협업도 “기술을 전적으로 맡기는 구조가 아니라 공동 설계하는 방식(not about leaving our destiny entirely in their hands)”.이라고 강조했다.

핵심은 2028년 양산차가 2029년 자체 AI를 위한 데이터 공급원이 된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 DRIVE Hyperion 10을 중심으로 현대차·기아·포티투닷·모셔널의 센서 체계를 단계적으로 표준화한다. 여기서 확보한 주행 데이터를 Atria AI 학습과 검증에 다시 활용할 계획이다.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WardsAuto도 이 부분에 주목했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차량 데이터를 활용해 레벨 2+ 기술을 고도화하는 구조를 소개하면서 “전 세계 수백만 대 차량에서 확보한 데이터(Data collected from millions of vehicles globally)”가 자율주행 개발을 가속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봤다.

현대차와 기아는 세계 190여개 국가와 지역에서 연간 700만대 이상을 판매한다. 다만 이 숫자가 곧바로 700만대의 자율주행 데이터 차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재 주행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수집하는 차량은 40여대다. 센서 표준화와 데이터 수집체계가 실제 양산차로 얼마나 빠르게 확대되느냐가 데이터 경쟁력을 좌우한다.

해외 자동차 전문매체 InsideEVs는 자체 시스템의 2029년 투입을 두고 지연 자체보다 완성도를 선택한 전략에 주목했다. 제목부터 “기다릴 가치가 있을 수 있다(It may be worth the wait)”고 평가하며 현대차가 완성도가 낮은 레벨 2++를 서둘러 시장에 내놓기보다 개발 시간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데이터를 처리할 인프라도 같은 시기에 들어온다. 현대차는 2029년부터 100MW 규모 새만금 AI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계획이다. 5만개 이상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수용하는 시설로, Atria AI 양산 일정과 대규모 연산 인프라 구축 시기가 맞물린다.

실도로 검증은 앞서 진행된다. 현대차그룹은 연말 국토교통부와 광주에서 Atria AI를 탑재한 차량을 활용한 레벨 4 자율주행 실증을 추진한다. 여기서 확보한 돌발상황과 복잡한 도로 데이터를 다시 AI 학습에 투입한다. 이는 레벨 4 양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상용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한 실증 단계다.

현대차그룹의 자체 자율주행 일정은 2년 늦어졌지만 2028년 엔비디아 기술로 공백을 메우고, 여기서 쌓은 데이터를 2029년 Atria AI에 연결한다. 관건은 이 1년 동안 외부 기술을 자체 경쟁력으로 얼마나 빠르게 전환하느냐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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