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단기빚 장기로 바꿨다…재무안정성 확보 속도

산업 / 김지영 기자 / 2026-09-16 09:50:53
케미칼 3개월 CP를 3년채로 전환
건설 ABS 6000억…PF 우발채무 7276억 감소
신종자본증권 9200억으로 자본 완충력 보강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경. [연합뉴스]

 

롯데그룹이 ‘빚 줄이기’보다 ‘만기 연장’에 방점을 찍고 재무 안정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단기성 부채를 장기 자금으로 바꾸고 미래 현금 유입을 앞당겨 계열사별 상환 부담과 유동성 위험을 낮추는 전략이다.

16일 금융시장과 각사 공시를 종합하면 이 같은 움직임은 회사채 시장 전체 흐름과 대비된다. 일반기업 공모 회사채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9개월 연속 순상환됐고 올해 1∼8월 순상환 규모는 17조2000억원에 달했다. 롯데는 이 기간 기존 부채의 만기를 늘리는 차환을 이어갔다.

롯데케미칼이 대표적이다. 지난 7월30일 은행 지급보증을 붙인 3년 만기 회사채 2000억원을 발행했다. 금리는 연 4.497%다. 조달 자금은 5월과 6월 발행한 3개월 만기 기업어음(CP) 상환에 사용했다. 3개월짜리 단기 조달을 3년짜리 장기 자금으로 바꾼 것이다.

롯데지주도 이달 1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해 CP 1000억원과 기존 회사채 500억원을 상환한다. 2년물 950억원과 3년물 550억원으로 구성해 만기를 분산했다.

롯데쇼핑은 6월 회사채 2600억원을 발행해 CP와 만기도래 채권을 갚았다. 당초 2000억원 모집에 1조850억원의 주문이 들어오면서 발행 규모를 확대했다. 금리는 2년물 4.505%, 3년물 4.632%다. 높은 금리 환경에서도 자본시장 접근성을 유지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롯데건설은 현금이 들어오는 시점을 앞당겼다. 5월과 7월 공사대금채권을 기초로 각각 3000억원씩 총 6000억원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했다. 앞으로 받을 공사비를 미리 현금화하는 구조다. 회사는 이를 통해 내년 1분기까지 약 7700억원의 공사비를 조기에 회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무지표도 일부 개선됐다. 롯데건설의 PF 우발채무는 지난해 말 3조1538억원에서 상반기 말 2조4262억원으로 7276억원 감소했다. 부채비율도 186.7%에서 162.8%로 낮아졌고 현금성자산은 6369억원에서 8209억원으로 늘었다.

자본 완충력도 보강했다. 롯데 계열사가 상반기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9200억원으로 대기업 계열 전체 발행액의 약 39%를 차지했다.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자금을 활용해 부채비율을 관리하고 조달원을 넓힌 것이다.

다만 이를 본격적인 디레버리징으로 보기는 이르다. 회사채를 차환하면 만기는 길어지지만 금리 수준에 따라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신종자본증권 역시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될 뿐 이자비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롯데가 올해 집중하는 작업은 부채의 절대 규모를 단기간에 줄이는 것보다 상환 시점을 분산해 재무 변동성을 낮추는 데 가깝다. CP는 장기채로 전환하고 건설 현장의 미래 채권은 현금화했으며 자본성 조달도 확대했다.

관건은 이렇게 확보한 시간이 실질적인 재무개선으로 이어지느냐다. 주요 계열사의 영업현금흐름이 회복되고 단기차입 비중과 금융비용까지 낮아진다면 롯데의 조달구조 재편은 재무 안정성을 넘어 실질적인 부채 축소 단계로 이어질 수 있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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