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1년 간격 동일 장소 ‘끼임 사망’… 판결은 ‘정반대’

체크Focus / 양지욱 기자 / 2025-12-08 09:44:56
이상균 대표까지 처벌된 2021년 사고… “시스템 전반 붕괴”
같은 장소, 동일 유형 2022년 사고는 팀장만 처벌… “현장 관리 공백”
“시스템 실패 vs 현장 과실”… 사법부가 가른 책임의 무게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불과 1년 간격으로 발생한 동일 유형의 ‘철판 끼임 사망사고’에 대해 법원이 정반대의 결론을 내리면서 산업재해 책임 판단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 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 <사진=HD현대중공업>

2021년 사고에서는 대표이사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되고 회사 법인과 현장 간부들까지 줄줄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반면 2022년 사고에서는 현장 팀장만 실형급 처벌을 받고, 본부장과 법인은 무죄, 대표이사는 벌금형에 그쳤다.


같은 장소, 같은 유형의 끼임 사고였지만 사법부는 2021년 사건을 ‘구조적 안전관리 실패’로 2022년 사건은 ‘현장 관리 공백’으로 판단하며 책임 구조를 완전히 다르게 본 셈이다. 

◆ 이상균 대표까지 처벌된 2021년 사고… “시스템 전반 붕괴”

첫 번째 사고는 2021년 2월5일 오전 9시1분경 울산조선소 조선해양사업부 대조립1공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41세였던 강모 씨는 선박 구조물을 받치는 받침대 위에서 철판 고정 작업을 하던 중, 약 2.3t 규모의 철판이 미끄러져 떨어지며 머리를 강타해 숨졌다.

검찰은 이 사고가 단순한 작업자 과실이 아닌 전사적 안전관리 체계의 실패라고 판단했다. 철판 고정 장치, 받침대 구조, 작업 동선 통제, 위험구역 관리, 사전 위험성 평가 등 핵심 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시 조선해양사업부 대표였던 이상균 각자대표(부회장)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1심과 2심은 모두 대표의 책임을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회사 법인에는 벌금 2000만원, 현장 관리 부장과 팀장에게는 각각 벌금 800만원, 팀원에게는 벌금 500만원이 내려졌다.
 

지난달 28일 대법원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죄 성립에 법리 오해가 없다”며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대표이사의 형사책임과 법인의 책임이 최종 확정된 것이다.

사법부는 당시 판결을 통해 “현장에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최고경영자의 안전 책임이 면제될 수 없다”, “구조적 안전관리 실패는 대표이사의 형사책임으로 직결된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했다. 

▲ 이상균 HD현대중공업 각자대표(부회장)

 

◆ 같은 장소, 동일 유형 2022년 사고는 팀장만 처벌… “현장 관리 공백”

그러나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2022년 1월24일 같은 울산조선소에서 또다시 철판 끼임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오후 5시15분께 2야드 가공소조립부에서 51세 오모 씨가 리모트 크레인으로 약 3t 무게의 철판을 이동하던 중 크레인 횡행 오작동으로 철판이 가슴을 덮치며 용접설비 사이에 끼여 사망했다.

검찰은 이 사건으로 회사 법인, 조선사업부 본부장 A씨, 팀장 B씨, 그리고 한영석 대표이사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울산지법 형사3단독의 판단은 2021년 사건과 완전히 달랐다. 지난 9월24일 재판부는 회사 법인과 본부장 A씨에게 무죄, 팀장 B씨에게만 금고 8개월, 집행유예 2년, 대표이사에게는 벌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고의 직접 원인을 “근로자가 크레인 주행 방향 앞쪽의 협소한 구역에서 철판을 조종한 점”으로 봤다. 사고 책임의 핵심을 현장 직접 관리 책임자인 팀장의 관리 소홀로 한정한 것이다.

본부장에 대해서는 “현장을 직접 지휘·감독해야 할 구체적 의무까지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회사 법인 역시 “작업지휘자 미배치가 형사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며 책임을 부정했다.

 

◆ “시스템 실패 vs 현장 과실”… 사법부가 가른 책임의 무게

두 사건은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2022년 1월27일) 이전에 발생해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됐다. 법 적용은 동일했지만, 사고를 바라본 법원의 시선이 판결을 갈랐다는 해석이 나온다.

2021년 사고는 철판 고정 구조, 작업 동선, 위험 통제, 관리 체계 등 ‘시스템 전체의 붕괴’로 규정되며 대표이사와 법인까지 책임이 확대됐다. 반면 2022년 사고는 작업자의 위치, 현장 관리자의 부재라는 ‘현장 관리 공백’으로 한정되면서 책임이 팀장 중심으로 축소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중처법 시행 이전 사건이라 경영책임자 처벌을 피할 수 있었던 측면이 있다”며 “아이러니하게도 중처법이 적용됐다면 구조적 책임 입증이 더 어려워 무죄가 나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산안법은 처벌 수위는 낮지만 적용 범위가 넓고, 중처법은 처벌 수위는 높지만 경영책임자 책임 입증 문턱이 훨씬 높다”며 “원청 책임 범위를 보다 명확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HD현대중공업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22년 4월 가스절단기 폭발 사고로 1명이 숨졌고, 2024년 2월에는 블록 작업 중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아르곤 가스 질식 사고로 또 한 명의 근로자가 숨졌다.

올해 들어서도 1월 트레일러 충돌 사고로 1명이 사망했고, 6월에는 골리앗 크레인 전기 화상 사고로 근로자 2명이 전신 3~2도 화상을 입고 6개월 이상의 치료 진단을 받았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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