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셀프 페인트서 AI 조색까지…도료 '소비자 접점' 넓힌다

산업 / 황세림 기자 / 2026-08-31 10:56:08
상반기 도료 매출 1조1572억…연결 매출 34% 차지
건설경기 둔화·원재료 부담에 도료 수익성 압박
유튜브로 셀프 시공 수요 공략…대리점에는 AI 조색 시스템
▲ KCC 공식 유튜브 채널 [KCC]

 

KCC가 셀프 페인팅 콘텐츠와 인공지능(AI) 조색 시스템을 동시에 확대하며 도료사업의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있다. 건설경기 부진과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도료 수익성이 압박받는 상황에서 완성차·조선·건설 등 기존 기업간거래(B2B) 수요뿐 아니라 직접 제품을 선택하고 사용하는 소비자까지 접점을 넓히는 움직임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KCC(대표이사 정재훈)는 공식 유튜브 채널 'KCC TV'를 통해 벽과 방문, 가구 등을 직접 칠하는 셀프 페인팅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다. 수성페인트 '숲으로 올인원'을 활용해 소재별 작업 방법과 실제 시공 과정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배경에는 전체 공간을 뜯어고치기보다 필요한 부분만 직접 바꾸는 부분 인테리어 수요가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만 19~59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 홈인테리어 니즈 및 홈퍼니싱 트렌드 관련 인식 조사'를 보면 최근 1년 이내 인테리어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39.9%였다. 이들 가운데 66.1%가 셀프 인테리어를 경험했다.

특히 20·30대에서는 집을 개인 취향을 표현하는 공간으로 보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했다. 대규모 공사를 맡기기보다 가구 배치나 페인팅, 소품 교체 등 비용과 공사 범위를 줄인 이른바 '마이크로 리모델링'이 도료업체의 새로운 소비자 접점이 될 수 있는 배경이다.

도료업계도 대응하고 있다. 노루페인트는 건조한 페인트를 필름처럼 벗겨낼 수 있는 DIY 제품을 내놓는 등 전·월세 거주자와 셀프 인테리어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산업용·건축용 도료가 중심이었던 시장에서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는 소포장·다용도 제품의 중요성이 커지는 흐름이다.

KCC는 소비자 콘텐츠 확대와 함께 대리점의 조색 기술도 손보고 있다.

지난 27일 공개한 'KCC Smart 3.0'은 수성·유성·특수도료처럼 성분과 제품군이 달라도 최종 시공 색상의 차이를 줄이는 AI 기반 조색 시스템이다. 같은 색상 번호를 사용해도 원료와 광택, 도료 특성에 따라 실제 색이 다르게 나타나는 문제를 빅데이터와 배합 알고리즘으로 보정하는 방식이다.

KCC는 수만 건의 도료 조합과 발색 데이터를 축적해 제품별 특성에 맞는 배합 비율을 산출하도록 했다. 기존 'Smart 1.0'이 컬러북에 있는 색상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Smart 2.0'이 실제 물체의 색을 측색해 구현하는 단계였다면 3.0은 서로 다른 종류의 도료까지 색상 편차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조색 정확도는 소비자용 도료에서도 중요하다. 벽과 방문, 가구 등 여러 소재를 같은 계열의 색으로 칠할 경우 사용하는 페인트 종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색을 고르면 판매점에서 제품과 용도에 맞춰 바로 조색하는 구조에서는 색상 재현성이 제품 선택뿐 아니라 대리점 서비스 경쟁력에도 영향을 준다.

KCC가 도료사업에서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시점도 주목된다.

KCC의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3조415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225억원으로 13.8% 감소했다. 이 가운데 도료 부문 매출은 1조1572억원으로 연결 매출의 약 33.9%를 차지했다.

2분기만 보면 매출은 1조806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289억원으로 13.1% 감소했다. KCC는 건설경기 침체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따른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도료 부문의 수익성이 저하됐다고 설명했다.

도료사업 전체를 셀프 페인트가 좌우하는 구조는 아니다. KCC 도료사업은 자동차용과 선박용, 산업용 도료 비중이 크고 DIY 제품은 일부 소비자 시장에 해당한다. 셀프 인테리어 확대가 단기간에 실적을 크게 바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의미는 판매 채널 변화에 있다. 기존에는 도료 제조사가 제품을 생산하고 대리점과 시공업체가 최종 소비자를 만나는 구조였다면 온라인 콘텐츠는 제조사가 직접 제품 사용법과 색상 정보를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게 한다. 여기에 AI 조색 시스템을 대리점에 연결하면 제품 선택부터 색상 구현까지 제조사가 관리하는 범위가 넓어진다.

KCC가 유튜브 콘텐츠와 AI 조색 기술을 동시에 강화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셀프 인테리어 시장을 단순한 제품 판매처로 보기보다 소비자가 색상을 선택하고 구매한 뒤 직접 시공하는 전 과정에서 접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건설경기 회복을 기다리는 것과 별개로 기존 도료사업의 판매 방식을 세분화하는 전략인 셈이다. 향후 관건은 셀프·소비자용 도료 판매가 실제로 얼마나 늘어나는지, AI 조색 시스템이 대리점의 재조색과 색상 오차를 얼마나 줄이는지다. 이 두 지표가 확인돼야 콘텐츠와 기술 투자가 도료사업의 새로운 판매 기반으로 이어졌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토요경제 / 황세림 기자 hsr@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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