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人] 최태원의 13년 전 약속 '하이닉스 반드시 성공시키겠다’

토요경제人 / 양지욱 기자 / 2024-10-26 07:00:13
SK하이닉스 3Q 매출 17.5조원·영업익 7조원…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
최 회장의 AI리더십과 과감한 투자로 HBM 부문 삼전DS 따돌리고 세계 1위
국내외 , 4분기 이어 2025에도 SK하이닉스 실적 성장 독주 전망
▲ 올해 9월 27일 열린 한은-대한상공회의소 세미나에서 환영사하는 최태원 회장<사진=SK그룹>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SK그룹 회장으로서 하이닉스를 반드시 성공시켜 그룹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발전 시키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1년 12월 적자 투성이의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계약 후, 이천 하이닉스 본사를 처음 방문한 자리에서 한 말이다.


그로부터 13년 만에 SK하이닉스가 AI(인공지능) 메모리 반도체 HBM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디바이스솔루션(DS)을 누르고 세계 1위를 선점했다. 기존 래거시 D램에 주력했던 삼성전자가 HBM 시장의 수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SK하이닉스가 HBM에서는 글로벌 주도권을 잡았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고부가가치 제품인 AI와 직결된 HBM과 eSSD의 매출 비중이 DRAM과 NAND 부분에서 각각 30%, 60% 증가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SK하이닉스 3분기 영업이익은 7조300억원을 기록했다. 최대 실적이었던 2018년 3분기 6조4724억원을 상회하며 처음으로 7조원대로 올라섰다. 같은 기간 매출은 17조5731억원을 찍으며 기존 최고치였던 2분기 16조4233억원보다 1조원 넘게 증가했다.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 DS부문을 앞선 것은 양측 모두 흑자를 낸 분기 기준으로 올해 1분기(SK하이닉스 2조8860억원, 삼성전자 1조91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다. 

 

◆ HBM, 세계 최고가 되기까지… 최 회장의 글로벌 AI리더십과 과감한 투자


기존 D램보다 훨씬 높은 데이터 전송 속도를 제공하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분야 세계 최고가 되기까지 SK하이닉스의 차별화된 기술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글로벌 인공지능(AI) 리더십 속에 과감하고 지속적인 투자로 가능했다는 평가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반도체를 SK그룹의 미래라고 여기고, 당시 세계 3위 반도체 기업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를 인수했다.

앞서 SK그룹의 전신 ‘선경그룹’이 1978년부터 반도체 산업에 진출했지만 2차 오일쇼크로 반도체 꿈을 접어야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최 회장은 2010년 전문가를 초청해 반도체를 직접 공부하며 반도체 시장의 미래와 SK하이닉스 인수의 실익을 검토했다.


그때만 해도 하이닉스반도체는 채권단 관리를 받으며 연간 2000억원대의 적자를 내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최 회장은 반도체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고 주변의 반대 목소리에도 3조4267억원을 들여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했다.

 

하이닉스 인수 후 첫 주재한 하이닉스 경영협의회에서  “SK그룹 회장으로서 하이닉스를 반드시 성공시켜 SK그룹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말 속에서도 최 회장의 반도체로 승부 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난다.

 

최 회장은 인수 직후부터 HBM(고대역폭메모리)를 포함한 전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매년 조 단위의 연구 개발비를 투입했고 2015년 M14를 비롯해 신규 공장도 잇따라 세웠다.


그 결과 2013년 HBM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SK하이닉스는 최근 AI 시장 확대로 급부상한 HBM 시장에서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며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등 SK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월 HBM 5세대인 HBM3E 8단을 업계 최초로 납품한 데 이어 최근 HBM3E 12단 36GB 제품도 양산을 시작해 공급을 앞두고 있다.

 

◆ 향후 5년간 반도체 분야에 총 103조원 투자… 하이닉스에 82조원

SK그룹은 2026년까지 80조원의 투자 재원을 확보해 AI와 반도체 등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2028년까지 향후 5년간 HBM 등 AI 관련 사업 분야에 82조원을 투자하는 등 총 103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최 회장은 AI 반도체를 직접 챙기는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첫 현장 경영으로 1월 SK하이닉스 본사인 이천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현안을 직접 챙긴 데 이어 이후로도 수시·정기적으로 AI 반도체 사업 현안을 점검하고 미래 사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아울러 글로벌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연쇄 회동 등을 통해 AI 반도체 리더십 강화와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직접 뛰고 있다.


최 회장은 올해 4월 미국 엔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만나 글로벌 AI 동맹 구축 방안을 논의했으며 6월에는 대만을 찾아 웨이저자 TSMC 회장과 양사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또 6월 말부터 2주간 미국에 머물며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인텔 등 미국 주요 빅테크 CEO와 연쇄 회동하며 SK와 AI 및 반도체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 지난 1월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방문한 최대원 회장<사진=SK그룹>▲ 올해 9월 27일 열린 한은-대한상공회의소 세미나에서 환영사하는 최태원 회장<사진=SK그룹>

최 회장은 오는 31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SK CEO 세미나에 참석해 AI와 반도체, 에너지 설루션 등 미래 성장동력과 관련해 각 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미 그룹 차원에서 ▲ HBM을 필두로 한 AI 반도체 ▲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AI 데이터센터 ▲ 개인형 AI 비서(PAA)를 포함한 AI 서비스 등 AI 가치사슬(밸류체인)을 정교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운다는 방침을 세운 만큼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공유할 전망이다.
 

곽노정 사장은 간담회에서 “AI 반도체 경쟁력은 한순간에 확보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최태원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킹이 각 고객사, 협력사와 긴밀하게 구축돼 있는 것 또한 AI 반도체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 국내외, 4분기 이어 내년에도 SK하이닉스의 성장 독주 전망

 

지난달 30일 발표한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5년 HBM 수요 80%는 HBM3E가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중에서 절반 이상이 HBM3E 12단 제품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SK하이닉스의 성장 독주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NH투자증권 류영호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시장 불황에도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을 3분기 실적을 통해 증명했다”며 “4분기 영업이익은 8.3조원을 기록하며 다시 한번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KB증권은 SK하이닉스 4분기 영업이익을 7조9000악원으로 추정했다. 

 

4분기 DRAM 영업이익은 6.9조원으로 전망되고 NAND 영업이익은 1조원으로 예상하면서 SK하이닉스가 4분기에도 전 분기보다 13%, 2023년 4분기보다 22%가량 증가해 최대 실적을 또 경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KB증권 김동원 애널리스트는 2025년 매출액을 올해 대비 30% 증가한 86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48% 늘어난 34조4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HBM시장의 HBM3E출하 비중이 올해 46%에서 2025년 85%까지 확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SK하이닉스가 HBM3E 8단 대비 ASP가 두 자릿수 높은 HBM3E 12단에서도 시장 점유율 1위가 유력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D램 내 HBM 매출비중은 40%를 웃돌고, 2025년 D램 평균 가격은 범용 D램 가격 하락을 상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는 최근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의 HBM 주문은 2026∼2027년까지 예약돼 있으며, 올해 16조∼2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설비투자도 HBM 시장 점유율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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