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KD-101은 글로벌 독점권·ADC 기술은 글로벌 실시권
상반기 R&D 1135억…신약 수보다 ‘어디까지 직접 할지’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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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근당·키오라 라이선스 계약 [종근당] |
종근당(대표 김영주)이 신약마다 직접 부담할 개발비와 사업 위험의 범위를 다르게 가져가고 있다. CKD-510은 한국 권리를 남기고 해외를 넘겼고, KIO-301은 한국 권리만 들여왔다. 반면 CKD-101은 글로벌 독점권을 확보했다. 후보물질의 출처보다 ‘어느 시장까지 직접 개발할 것인가’를 기준으로 투자선을 긋는 방식이다.
19일 종근당과 관련 공시를 종합하면 이 같은 차이는 기술수출과 기술도입이라는 이분법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자체 개발한 HDAC6 저해제 CKD-510이 대표적이다. 종근당은 2023년 11월 노바티스에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연구·임상개발·상업화 권리를 이전했다. 총 계약 규모는 13억500만달러다. 계약금 8000만달러와 최대 12억2500만달러의 마일스톤으로 구성되고 순매출에 따른 경상기술료는 별도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시험계획 제출에 따라 500만달러의 개발 마일스톤도 받았다. 현재 노바티스가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종근당은 이 계약에서 한국을 제외하지 않았다. 글로벌 후기개발에 들어갈 자본과 위험은 노바티스로 넘기면서 국내 사업화 가능성은 남겨놓은 것이다. 다만 한국 개발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향후 파트너와 협의해 구체화할 예정이다.
지난달 들여온 KIO-301은 범위를 좁혔다.
미국 키오라 파마슈티컬스(Kiora Pharmaceuticals)의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계약은 8월 20일 발효됐다. 종근당은 KIO-301의 안과질환 분야에 대해 한국에서 개발·제조하고 허가를 신청해 상업화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를 확보했다. 선급금은 100만달러이며 향후 개발·허가·판매 단계의 마일스톤과 국내 순매출에 연동한 두 자릿수 로열티를 지급한다.
KIO-301은 이미 해외 권리가 나뉘어 있다. 테아오픈이노베이션(Théa Open Innovation)은 아시아 일부를 제외한 글로벌 권리를 갖고 있으며 센주제약(Senju Pharmaceutical)은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주요국의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종근당은 한국 시장을 맡는다.
그렇다고 외부 기술을 들여올 때 한국 권리만 확보하는 것은 아니다.
종근당은 2024년 큐리진과 유전자치료제 CKD-101(CA102)의 글로벌 독점 개발·상업화 계약을 체결했다. 대상은 표재성 방광암 치료제로 현재 비임상 단계다. 글로벌 시장의 개발 위험과 성공했을 때의 사업가치를 함께 가져가는 구조다.
네덜란드 시나픽스(Synaffix)에서 도입한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 역시 대상지역은 글로벌이다. 다만 CKD-101과 달리 독점권은 아니다. 종근당 자체 항체에 시나픽스의 ADC 플랫폼을 접목할 수 있는 비독점적 실시권이다. 총 계약규모는 1억3200만달러이며 이를 활용한 개발은 현재 임상 1·2a상 단계에 있다.
이를 놓고 보면 종근당의 기준은 ‘자체 개발이냐 외부 도입이냐’가 아니다.
CKD-510에서는 해외 후기개발 위험을 파트너에게 넘겼다. KIO-301은 한국으로 사업 범위를 제한했다. CKD-101은 외부 자산인데도 글로벌 개발권을 직접 가져왔다. ADC 기술 역시 세계 시장을 전제로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권리 범위가 개발 위험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계약마다 임상비 분담과 마일스톤, 로열티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어느 시장에서 종근당이 직접 개발과 상업화를 담당할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회사가 부담하려는 자본의 범위를 읽을 수 있는 지표다.
이 같은 선택은 R&D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중요해지고 있다.
종근당의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는 113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6.6% 증가했다. 매출 대비 비중은 12.26%다. 시흥 배곧 바이오복합연구단지에는 시설비 3925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앞서 확보한 토지 949억원을 포함하면 현재까지 계획된 투자 규모는 약 4874억원이다.
신약개발 산업에서도 라이선스 계약의 숫자 자체가 성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의약품 연구저널 드러그 디스커버리 투데이(Drug Discovery Today)가 지난해 주요 글로벌 제약사의 2012~2021년 R&D 성과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라이선스 계약 건수와 신약 승인 건수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상관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 외부 자산을 많이 들여오는 것보다 어떤 자산을 어떤 조건으로 확보해 개발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종근당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모든 신약의 세계 권리를 끝까지 보유하면 성공했을 때 가져가는 몫은 커지지만 임상 실패에 따른 비용도 회사가 부담한다. 반대로 너무 이른 단계에 권리를 넘기면 개발 위험은 줄어드는 대신 성공 이후 경제적 가치의 상당 부분을 파트너와 나눠야 한다.
결국 종근당 R&D에서 봐야 할 숫자는 파이프라인 개수만이 아니다. CKD-510에서는 넘긴 해외 권리가 마일스톤과 로열티로 얼마나 돌아오는지, KIO-301은 한국 시장에 투입한 자본을 제품매출로 회수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글로벌 권리를 확보한 CKD-101과 ADC 분야에서는 더 넓은 시장을 가져간 만큼 개발 성과가 뒤따라야 한다.
종근당이 후보물질마다 다르게 정하고 있는 것은 신약의 소유 여부보다 자본을 투입할 경계선이다. 실패 위험을 어디까지 직접 부담하고 성공했을 때 어느 시장의 가치를 가져갈 것인지가 앞으로 R&D 생산성을 가를 변수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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