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중국풍 시비도 루이비똥 해명도 창피하다

기자수첩 / 김경탁 / 2021-04-30 17:51:23

[토요경제=김경탁 기자] 50년 경력의 대배우 윤여정이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요 며칠 계속 마음을 들뜨게 하고 있다.


한국계라고는 하지만 “미국인들이 미국자본으로 만든 미국 영화이기 때문에 거기 참여한 한국인 윤여정 개인의 쾌거를 ‘한국영화계의 쾌거’라 말하는 건 맞지 않다”는 지적을 공감하면서 봤고 ‘국뽕은 촌스럽다’는 생각도 하지만 이번 수상 관련 소식은 보면 볼수록 기분이 좋아진다.


반면 그런 와중에 불쾌감을 지울 수 없는 장면도 일부 있었다.


영화의 주연을 맡았고, 시상식에 함께한 한국인 배우 한예리의 드레스를 놓고 ‘중국풍이라서 문제(아쉽다?)’라는 일부 네티즌의 주장을 둘러싼 언론들의 보도 때문이다.


‘중국풍’ 이야기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처음엔 ‘빨간 드레스의 동그란 목 아래로 뻗어나간 주름이 있으니 욱일기 디자인이라고 주장해도 될 듯’이라고 농담하며 넘어갔는데,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너무 어이가 없어서 부끄러운 생각이 다 들었다.


적지 않은 소위 메이저 언론들은 이 소식을 전하면서 그 드레스가 알고 보니 ‘루이비똥’ 제품이었고 ‘해외언론들은 극찬했다’는 이야기를 반박처럼 전했다.


중국풍 주장에 대해 ‘루이비똥인데?’라는 반론이 성립하려면 두 가지 논리구조를 쓰는 것이 가능하다.


첫 번째는 ‘중국풍이라도 루이비똥에서 나온 디자인이라면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두 번째는 ‘럭셔리 패션의 선두주자인 위대한 루이비똥께서 중국풍 따위 했을리가 없지. 우리가 잘못 봤네’라는 식으로 사고회로가 돌아가는 것이다.


둘 다 말이 안되는 소리이다.


‘해외언론에선 극찬했다’는 부분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 배우가 중국풍 의상을 착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주장을 비판 혹은 반박하는데 있어서 “해외언론이 그 드레스에 대해 아름답다고 평가했다”는 이야기는 전혀 뜬금없는 동문서답이거니와 ‘해외언론에 영혼과 자존심을 맡겼냐’는 재반박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중국풍’이든 아니든 드레스 디자인을 가지고 시비가 벌어지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 생각을 한 네티즌이야 당연히 있을 수 있지만 그런 소수의 의견을 집중 조명해 뉴스로 만들고 이슈 몰이를 하는 것은 언론의 책임이다.


이런 언론 보도들은 지금 내가 보고 있는게 ‘혐중 정서’인지 ‘혐중 장사’인지 헷갈리게 한다.


그 배경에는 중국정부가 무리한 역사왜곡을 시도했던 ‘동북공정’을 넘어 자국의 어둡고 더러운 측면에 대한 국제 여론전을 추진하는 이른바 ‘전파공정’에 대한 네티즌들의 광범위한 반발심이 자리할 것이다.


네티즌들 개개인은 당연히 자유롭게 그런 주장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걸 ‘여론’이라고 보도하는 언론이라면 뭐가 옳고 뭐가 그르며 전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짚어줄 책임이 있다.


네티즌들이 전파공정에 맞서는 것과 언론의 혐중장사 사이에는 엄연히 큰 거리가 있다.


오히려 전파공정과 혐중장사가 치고받는 모습은 서로가 서로의 잘못된 행동을 정당화해주는 ‘적대적 공생관계’를 싹틔울까 우려되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 누군가는 중국 자본과 문화의 한국 침입을 경계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류로 전세계를 재패해가고 있는 우리가 이런 사안에 대해 너무 협량하게 행동하면 한류를 기쁘게 향유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하는 것도 걱정된다.


한국의 배우 윤여정과 한예리가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오스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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