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젠트리피케이션의 말로

기자수첩 / 김자혜 / 2021-04-21 16:52:18


[토요경제=김자혜 기자] 한때 ‘힙스터(hipster,비주류문화 추종자)’들이 자신의 ‘남다름’을 찾는 장소로 각광받던 홍대입구 거리가 이제 맥도날드나 스타벅스 등 대형프랜차이즈까지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말로를 보여주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1964년 지리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루스글래스가 저서 ‘런던’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젠트리(gentry)는 영국의 상류신분을, 피케이션(fication)은 ~화하다는 접사다. 즉 직역하면 젠트리피케이션은 상류화하다 쯤으로 읽힐 수 있겠다.


젠트리피케이션은 특색 있는 거리에서 시작한다.


홍대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인디음악을 공연하는 작은 클럽들이 여러 곳 자리 잡으면서 특색 있는 거리로 발달했다.


이후 힙스터를 비롯한 젊은 연령대들이 ‘놀기 좋은’, ‘남다른’ 거리라고 인식하면서 점차 사람이 몰렸다. 그러나 2010년대 홍대거리는 대형프랜차이즈들이 들어서면서 기존의 특색을 잃어갔다. 특색을 잃은 거리는 더 이상 사람들이 몰려들지 않는다. ‘남다른’, ‘볼거리가 있는’ 거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2020년대로 넘어오면서 홍대거리는 스타벅스나 맥도날드와 같은 대형프랜차이즈들이 조금 멀어졌다. 완전히 철수한 것은 아니나 한때 발 디딜틈 없이 사람이 붐볐던 거리에서 프랜차이즈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의 결과물 ‘빈 상가’ 들이 즐비하게 된 것이다.


국내 대표적인 젠트리피케이션 지역은 서울에 몰려있다.


명동을 시작해 상수, 연남동, 이태원동 경리단길, 신사동 가로수길, 인사동은 모두 젠트리피케이션을 거쳤다. 이 지역은 ‘특색’있는 거리로 시작해 ‘어딜 가도 볼 수 있는 모습’으로 바뀐 뒤 더 이상 오지 않는 사람들, 빈 상가 수순을 밟았다.
휑한 거리는 전성기를 지나 을씨년스러운 구시가지의 얼굴을 보인다.


이러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재건축·재개발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이제는 서울 도심 전체가 젠트리피케이션이 되고 있다.


서울의 땅값과 주택매매가격이 주변 경기, 수도권 지역보다 월등하게 오르면서 지난달 서울의 인구수는 32년 만에 1000만명 이하로 떨어졌다. 991만1088명 가량 된다.


외국인은 4만명이 줄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줄었다 하더라도 내국인이 전년대비 6만명 줄었다는 것은 주목해야할 변화다.


여기에서 더 주목할 것은 고령화다. 서울전체의 고령화율은 전년대비 0.8%오른 16.6%를 기록했다. 세계평균보다 7.0%포인트 높다.


도시재생사업을 무조건 가치가 높아지는 대형브랜드나 공공아파트를 공급하는 ‘아파트 중심’ 재개발·재건축 몰아주기 방식에 대한 제고가 필요해 뵌다.


홍대거리와 경리단길이 그랬듯이 서울 전체가 을씨년스러운 구시가지의 얼굴을 보일지도 몰라서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