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오너 교체할 차례”···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후폭풍'

산업 / 신유림 / 2020-11-18 13:48:51
“재벌 특혜”···산은 결정에 거센 비난
공적자금 7.7조는 양사 모두 사고도 남는 돈···'차라리 국유화'
“고용보장 불가능”···구조조정 위기감↑
(자료=각 사)

[토요경제=신유림 기자] 정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을 결정한 것과 관련, 후폭풍이 거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6일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산업의 위기극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했다.


자금줄은 산업은행이다.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모기업인 한진칼이 실시하는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에 8000억 원을 투입한다. 한진칼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2조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7300억 원을 들여 참여한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은 곧바로 반발을 불렀다. 한진칼의 최대주주인 ‘3자 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은 소송에 나설 방침이며 당사자인 아시아나항공 노조와 시민단체, 여당 일부 의원도 반대하고 나섰다.


■ ‘공적자금으로 재벌 특혜’ 논란


산업은행의 한진칼에 대한 자금 투입은 그 자체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정작 인수 주체인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이라는 이유에서다. 대한항공도 유동성 위기에 빠져 아시아나를 인수할 자금이 없자 산업은행이 지분 참여로 자금을 주고 인수하라는 꼴이 됐다.


이 경우 한진칼의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는 희석된다. 덩달아 조원태 회장은 우군인 산업은행의 지분까지 얻게 돼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다. KCGI가 “어처구니없다”며 반발하는 이유다.


이번 산은의 8000억 원 외에도 공적자금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올 상반기 1조2000억 원이 이미 투입됐다. 여기에 지난해와 올해 아시아나항공에 들어간 3조3000억 원까지 더하면 5조3000억 원이 된다.


이뿐 아니다. 현대산업개발의 인수가 무산되면서 정부가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하기로 한 기간안정자금 2조4000억 원까지 포함하면 모두 7조7000억 원에 달한다.


이 자금이면 두 항공사를 국유화하고도 남는다. 현재 대한항공 시가총액은 4조5000억 원, 아시아나항공은 1조2000억 원이다. “정부가 재벌의 자리보전을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한 꼴”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KCGI 측은 즉시 소송에 들어갈 태세다. 산은의 결정은 기존 주주들의 이익 침해는 물론 자본주의 시장 질서를 무너트리는 행위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여당 의원도 거들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박용진·민병덕·민형배·송재호·오기형·이정문 의원은 17일 공동기자회견문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에 문제가 있다”며 “결과적으로 경영권 분쟁에 있는 총수 일가를 지원하는 거래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번 빅딜의 뒤에는 한진칼 사외이사(이사회 의장)가 막후 중재역할을 했다는 보도가 있다”며 “만일 사실이라면 사외이사가 특정 주주를 위해 이번 통합방안을 주도한 게 아닌지, 이러한 영향력 행사가 적절한 것인지 지적할 수 있다”고도 했다.


■ 합병 시 독점 기업 탄생····부작용 우려


지난해 기준 업계 점유율은 대한항공 22.9%, 아시아나항공은 19.3%다. 여기에 양사가 소유한 저가항공사까지 더하면 70%가 넘는다. 공정위의 ‘시장지배적 사업자’ 기준은 50%다. 만일 기업합병 심사가 통과될 경우 공정성 논란은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장독점이 불러올 가격 인상 등 여러 부작용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산은 측은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한진칼은 주요 경영사항을 협의해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한진칼이 합의를 위반하면 5000억 원 상당 벌금과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며 비난을 비켜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사측은 “세계 7위의 거대항공사가 탄생한다”며 밝히고 있지만 여론은 차갑기만 하다.


일각에서는 실현 가능성은 없으나 “그만한 공적자금이 투입된다면 이제 조 회장이 물러나야 맞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KCGI 역시 “조 회장은 한진칼 지분 단 6%만을 가지고 단 1원의 출자도 없이 산업은행의 막대한 혈세 투입으로 다른 주주의 희생 하에 자신의 경영권을 공고히 지키려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 고용유지?···밀려드는 회의론


이번 합병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고용 승계’다.


이에 관련해 인수자 측은 양사의 중복 인력은 최대 1000명으로 추산하고 자연감소 인원과 신규사업 등으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별로 없다.


끝이 안 보이는 코로나 정국에서 양사의 통합 목적은 당연히 ‘재무구조 개선’과 ‘비용 절감’이다. 하지만 양사가 독립경영이 아닌 통합체제로 운영되는 한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란 불가능하다.


국내외 중복되는 노선이 상당한 데다 이미 포화상태인 노선도 많기 때문이다. 이를 정리하려면 인력감축은 따라올 수밖에 없다.


여기에 양사 합쳐 2만7000여 명의 직원 중 중복인력이 1000명에 불과하다는 사측의 계산도 말이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여론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사측이 인원을 대폭 축소해 발표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직원의 90%는 내년 4월까지는 고용이 보장돼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기간산업안정자금 2조4000억 원 중 2400억 원을 지급받아 6개월간 최소 90%의 고용유지 의무를 이행해야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이번 인수에 관해 드릴 말씀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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