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물길을 막는 것보다 위험하다 (주 본기)
실정을 비방하는 백성들을 찾아내 죽이는 왕에게 충신이 주는 경고
주(周)의 공왕(共王) 이후 아들 의왕(懿王), 아우 효왕(孝王), 그리고 다시 의왕의 아들 이왕(夷王)에 이르기까지 왕위 승계는 비교적 순조로왔던 듯하다. 그런데 의왕은 어째서 아들에게 바로 물려주지 않고 아우에게 물려줬던 것일까. <사기>에 따르면 이왕 때부터 주 왕실이 쇠약해졌다고 한다. 그래서 시인들이 세월을 한탄하는 시를 짓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집도 절도 없이 다 무너져버렸네. 오랑캐 때문이로다(靡室靡家 獫允之故).’와 같은 시다.
이왕에 이르러 세상은 더욱 혼란해졌다. 이왕이 여러 제후국들의 일에 너무 가볍게 개입했기 때문이다. 뭇 나라를 다스리는 천자로서, 뇌물을 좋아하고 귀가 얇았던 것 같다.
우선 제(齊)나라의 왕권을 흔들었다. 이 때 제나라에서는 왕위 승계가 순조로워 애공(哀公)에 이르고 있었는데, 애공에게 감정을 가진 기(杞)나라 제후가 이왕이 즉위하기를 기다려 참소하자 왕은 깊이 헤아리지 않고 애공을 끓는 물솥에 삶아 죽인(烹刑) 뒤, 그의 이복동생 정(靜)을 제후로 세웠다. 그가 호공(胡公)이다. 당초 강태공의 후예로서 평화롭게 이어지던 제나라의 왕실은 이때부터 혼란을 겪게 된다. 죽은 애공과 같은 어머니의 소생인 강산(姜山)이 원한을 품어 호공을 죽이고 그 소생들을 멀리 쫓아버렸다. 강산, 즉 헌공(獻公)이 죽은 후 손자 여공 때에 포악한 정치를 하자 제나라 사람들이 망명했던 호공의 자손들을 다시 불러들여 싸움이 벌어졌다. 여공은 죽었지만 호공의 자손도 죽었다. 그 바람에 여공의 아들이 왕이 되었는데, 그는 반란에 참여하여 여공을 죽인 사람들을 찾아내어 70명이나 처형했다. 이왕이 개입하지 않았으면 벌어지지 않아도 될 참극이었다. 종종 사람들은 당장 일만 생각하고 권력을 남용하는데, 그 댓가를 후손들이 치르기도 하는 것이다.
이왕은 또 뇌물을 바치는 사람에게는 그 작위를 높여주었는데, 이왕 때에 작위가 높아진 제후는 연(燕)나라 혜후(惠侯)와 위(衛)나라 경후(頃侯)다.
절대 권력이 체통을 잃으면 세상은 왕권을 무시하므로 질서를 잃게 된다. 덕치로 다스리는 제후보다는 꼼수를 쓰는 사람들이 세력을 얻게 되고, 정직한 사람보다는 사악한 사람들이 발호하게 마련이다. 이 시기에 변방에 있던 초(楚)나라에서는 자작(子爵)인 지배자 웅거가 주변 나라들을 거침없이 정복하면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다. 힘이 강해지자 스스로 중화 질서에 속하지 않은 오랑캐(蠻夷)임을 내세우면서 주 황실의 허락 없이 자기 자식들에게 왕(王)이란 칭호를 내릴 정도였다.
이왕의 아들 여왕(厲王)에 이르러서는 나라 질서가 한층 더 심란해졌다.
그가 총애하는 측근 가운데 영이공(榮夷公=영나라 이공이라는 뜻)이 있었는데, 눈앞의 이익만 좇아 탐욕을 부리는 사람이었다. “무릇 이익이란 만물에서 생기는 것이며, 천지가 공유하는 것이므로 그것을 누가 독점하게 되면 피해가 많아집니다. 만물은 모든 사람들이 같이 써야 하거늘 어찌 한 사람이 독점할 수 있겠습니까. 이익을 독점하면 백성들의 분노를 일으키게 됩니다. 그가 이런 길로 천자를 인도하니 천자께서 오래도록 무사하게 지내실 수 있겠습니까. 보통 사람이 이익을 독점해도 도적이라 하거늘, 왕이면서 이익을 챙기신다면 천자를 따르는 사람은 드물게 될 것입니다.” 충신들이 간해도 왕은 듣지 않았다.
왕이 포악하고 사치하며 오만하므로 백성들의 비방하는 소리가 높아졌다. 소공이 이를 알리며 충고하자 왕은 백성들 가운데 비방하는 자들을 색출하여 죽이게 하였다. 위나라에서 무당을 불러서 백성을 감시하게 하였으므로 백성들은 감히 불만을 입 밖으로 말하지 못하고 길에서 마주치면 서로 눈짓으로 뜻을 교환했다(道路以目). 마침내 불만의 소리가 쑥 들어가자 여왕은 소공에게 말했다. “내가 비방하는 것을 소멸시켰소.”
그러자 소공이 개탄했다.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물을 막는 것보다 위험합니다(防民之口 甚於防水). 물이 막혔다가 터지면 다치는 사람이 많은 것이니, 백성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때문에 물을 다스리는 사람은 수로를 열어 물이 흐르게 해야 하고,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은 그들을 이끌어 말하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천자는 관원과 백성들에게 글과 노래와 잠언과 간언과 역사서를 짓게 하고 듣는 것입니다.”
그러나 왕은 듣지 않았고, 3년이 지나자 마침내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 여왕은 외국으로 달아났다. ★
- 이야기 Plus
이왕이나 여왕과 같은 군주를 일컬어 혼군(昏君)이라 한다. 이왕은 뇌물 쓰는 자를 높이고 그의 말을 따라 선량한 제후를 함부로 죽였다. 제후에게 이러할 때 크고 작은 왕실의 벼슬이나 훈장은 얼마나 많이 팔았겠으며, 또 그렇게 들어온 조신들 가운데 탐욕스런 자들과 사악한 무리는 얼마나 많았겠는가. 왕이 이런 자들에게 둘러싸여 매일 이익만 탐하고 있으면 나라가 쇠망하는 것은 정해진 이치다.
오늘날 관리의 등용에는 공개된 채용이 제도화되어 있다고 하지만 개별 부처나 지자체 단위에서는 특채나 계약직 등의 제도를 이용한 특혜나 매관매직의 가능성이 없지 않다. 특히 국회의원 입후보자나 의원의 개인 보좌관 같은 공직(公職)에 기부금이나 파벌 영수(領袖)에 대한 충성도 따위가 영향을 미치는 것은 현대판 매관매직이 아닐 수 없다. 국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데는 이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일부 사학이나 대학에서 교수자리를 사고파는 것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발전될 수가 없다.
여왕은 백성의 언론(言論)을 탄압했다가 망했다. 비난 여론이 무서우면 정치를 고칠 일이지 백성의 입을 막을 일이 아니다. 현대 정치나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원들의 입을 틀어막고 경영자의 전횡에 아부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회사가 발전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던가.
백성의 불만이 높아지자 왕은 위나라의 무당을 불러 백성을 감시하게 하고, 무당이 고발하면 죽였다.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길에서 만나면 눈짓으로 뜻을 나눴다. 3년 만에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 왕은 나라 밖으로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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