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파식 영업, 더는 못 참아!”

산업 / 유상석 / 2013-04-01 09:01:46
빙그레, 대리점주 상대로 ‘밀어내기’ 의혹

‘바나나맛 우유’ 등으로 잘 알려진 유제품 제조ㆍ판매업체 빙그레가 불법강매(일명 밀어내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빙그레 대리점 업주들은 “사측의 강매행위로 10억대의 손해를 봤다”며 지난해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소송과 별도로 빙그레 본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동종업계 남양유업이 밀어내기 논란으로 소비자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만에 하나 빙그레의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빙그레 역시 지탄의 대상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 “밀어내기 탓에 빚만 수억 원”
빙그레 대리점을 운영했던 A 씨 등 대리점 업주 3명은 지난해 2월 사측의 강매 행위로 수억 원 대의 피해를 봤다며 울산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A 씨 등은 빙그레 측이 대리점에 유통기한이 짧은 유제품을 강제로 떠넘기는 소위 ‘밀어내기’ 행위를 자행한 탓에, 대리점을 연 지 2년여 만에 억대 빚에 허덕이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보통 제품의 유통기한이 70%가 되면 물건을 출고하지 않고 본사가 자체 폐기한다. 그런데 빙그레가 폐기처분 물량을 억지로 떠맡겼다”고 하소연했다.

일반적으로 업계에서는 신제품 출시 등의 시기에 물량 외 추가 물량을 납품하는 관행이 용인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1∼2박스 정도를 더 공급하는 수준인데 반해 A씨 등은 “물량이 많을 뿐 아니라 반품도 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빙그레에 제기한 ‘밀어내기’ 의혹을 증명하기 위해 대리점을 관리하는 지점 직원들과의 통화내용을 담은 ‘녹취록’과 관련 ‘내부문서’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해당 문서는 빙그레 본사가 지점에 직접 보낸 것으로 신제품 관리방안에 따른 ‘출시 1~2주차 대리점 푸시(PUSH) 관리(대리점 취급률 관리)’가 기재돼 있다.
A 씨 등은 “‘푸시’란 단어는 업계에서 불법강매 즉 밀어내기를 뜻하는 은어”라며 “이를 담고 있는 내부문서가 ‘본사측이 지점에 대리점 강매를 지시했음’을 증명한 자료”라고 주장했다.


◇ 빙그레 “‘밀어내기’ 논란은 사실무근”
반면, 빙그레는 ‘푸시’의 뜻이 신제품에 대한 마케팅 용어일 뿐 ‘밀어내기’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 섣불리 말씀드릴 순 없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빙그레는 1967년 창업 이래 ‘밀어내기’로 소송을 당한 적이 처음”이라며 “회사 내부에선 ‘강매 흔적’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을 뿐더러 제품을 반품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그분들의 주장(밀어내기)이 사실이 아니라는 확신과 자신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그분들이 제기한 법적 절차에 당당하게 응소하고 있는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그러면서 “그에 따른 세세한 반박 자료와 입증 자료의 경우 법원에 이미 제출했다”며 “법원의 소송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푸시’라는 단어의 의미와 관련해서는 “판매촉진활동을 뜻하는 마케팅 용어일 뿐, 결코 재고 물품 떠넘기기 따위를 의미하는 단어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빙그레 측은 소송을 한 대리점주가 ‘소수’에 그친다는 점과 아직까지 사측이 ‘강매의혹’을 산 바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번 밀어내기 논란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 ‘신뢰 무너지나’… 업계, 사태 파장 ‘주목’
유제품 업계에서는 이번 상황을 두고 “빙그레의 ‘1등 주의’가 일선 대리점의 실적 압박으로 작용한 것 아니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건영 빙그레 대표는 지난 2008년 취임 후 1등 주의와 자부심을 회사의 핵심 가치로 천명하며 빙그레를 이끌어왔다. 이에 부응하듯 빙그레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668억2000만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33.1% 급증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이 대리점주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면 비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빙그레와 전직 대리점주들의 소송 판결이 4월 초 무렵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논란으로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빙그레마저 같은 행위를 저질러왔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유제품 업계 전반의 신뢰가 무너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증권업 소식] 키움·KB·신한투자·대신·한국투자·카카오페이증권

    [증권업 소식] 키움·KB·신한투자·대신·한국투자·카카오페이증권

    증권업계가 토큰증권과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강화하는 동시에 공모주·가족 자산관리와 문화 콘텐츠 마케팅으로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 KB증권은 기관투자자 대상 토큰증권 사업에 나섰고 신한투자증권은 AI 투자정보 서비스를 출시했다. 대신증권은 공모주 청약증거금에 이자를 지급하며, 한국투자증권은 가족 자산관리, 키움증권은 e스포츠를 앞세워

    2
    현대건설, 1년 133% 올랐지만 고점 대비 34%↓…원전 계약에 쏠린 시선

    현대건설, 1년 133% 올랐지만 고점 대비 34%↓…원전 계약에 쏠린 시선

    현대건설(대표 이한우) 주가가 최근 1년간 130% 넘게 상승했지만 52주 최고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30% 이상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한 달간 다시 20% 넘게 오른 가운데 증권가는 해외 원전 사업이 실제 계약과 수주로 이어지는지를 향후 주가 흐름의 주요 변수로 보고 있다.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

    3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하나증권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 판매에 나선다. 1차 조기 완판에 이어 이번에는 은행 영업점과 증권사 온라인 채널의 역할 차이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는 9월 30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10영업일 동안 판매된다. 모집액은 6000억원으로 물량이 모두 소진되면 조기에 판매를 끝낼

    4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미국과 중국이 추가 관세 충돌을 두 달 더 미뤘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 더 직접적인 희토류 공급과 첨단 반도체·인공지능(AI) 기술통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부터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까지 당장의 통상 충격은 낮아졌지만 공급망 경쟁은 계속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

    5
    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제과업계가 ‘가격저항의 덫’에 갇혔다. 원재료와 물류비가 뛰어도 가격을 올리면 생활물가 부담이라는 비판을 받고, 가격을 그대로 두고 중량을 줄이면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꼼수인상)’ 논란에 휩싸인다. 가격과 중량을 모두 유지하면 결국 회사가 비용을 떠안아 수익성이 악화한다. 해태제과·크라운제과·오리온 국내사업의 상반기 수익성은 이 딜레마

    SNS